강남세브란스병원 강성웅 교수에게 듣는 ‘척수성근위축증 재활’
증상 통해 확진 전 재활치료 시작…“재활 관리 따라 예후 달라”
폐활량 맞춤 호흡재활…대부분 교육 통해 집에서 재활 가능해
치료제 도입 뒤 재활치료 더 중요해져…꾸준한 재활 평가 필요

척수성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SMA)은 근육을 조절하는 신경세포의 문제로 근육이 마르고 위축되는 유전성희귀질환으로, 호흡근이 마비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발병 시기와 병의 진행 경과에 따라 SMA는 크게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는데, 이중 가장 심각한 형태의 1형 SMA는 치료하지 않을 시 2세 전 90% 사망하는 것으로 의학교과서에 쓰여 있다.

그러나 의학교과서에 적시된 사실에 “절대 그렇지 않다”고 반기를 드는 의사가 있다. 바로 국내 호흡재활의 대가로 꼽히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강성웅 교수다. 강성웅 교수는 “어떻게 관리를 하느냐에 따라 SMA 환우의 예후가 달라진다”며 그가 진료하는 SMA 1형 환자 대부분이 생존해 있다는 사실로 반증했다.

지난 2017년 국내 첫 SMA치료제 ‘스핀라자’가 도입되기 전 SMA 1형 진단을 받은 환자 상당수가 생존해 있고 그 중에는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인 환우도 있다고 강 교수는 설명했다. 그렇다면 재활치료가 어떤 효능을 발휘하기에 의학교과서에 적시된 SMA의 예후가 치료제 도입 전부터 바뀌게 된 것일까. 호흡재활 명의 강성웅 교수를 만나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강성웅 교수. 사진=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강성웅 교수. 사진=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 SMA는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희귀유전질환으로 척수와 뇌간의 운동신경세포 손상으로 전신 근육이 점차 약해지고 위축되는 병이다. 어릴 때 발병할수록 중증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이 병은 SMN1 유전자의 문제인데, 백업 유전자인 SMN2도 간여한다고 들었다. 

SMA는 SMN2 유전자에 상관없이 5번 염색체의 ‘SMN1 유전자’의 결손이나 돌연변이로 인해 정상적인 운동신경기능에 필요한 운동신경단백질인 ‘SMN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안 생기는 병이다. SMN2 유전자가 SMN 단백질 보완을 어느 정도 하느냐에 따라 중증도가 정해진다고 보면 된다.

SMA는 6,000명에서 2만4,000명 당 한 명에게 생기는 희귀 근육병으로, 증상 발현 시기와 경과에 따라서 1형부터 4형까지 타입이 나뉜다. 재활의학과에서는 ‘태어나서 한 번도 앉을 수 없었던 환자’는 1형, ‘앉을 수 있었던 환자’는 2형, ‘설 수 있었던 환자’는 3형, ‘조금 더 오랫동안 설 수 있었던 환자’는 4형으로 간단하게 구분한다.

- 운동신경단백질 생성에 이상이 생기는 SMA 환자는 전신의 근육 약화로 실제 어떤 문제들에 직면하나?

1형 같은 경우는 태어나면서부터 굉장히 심하게 근육 약화가 나타난다. 힘이 축 처지는 양상을 보이고, 젖이나 우유를 빨거나 삼키는데도 어려움이 있다. 호흡근육이 약해 호흡부전이 발생하기 때문에 모든 1형 환아에게 인공호흡기가 무조건 필요하다.

2형과 3형, 4형도 시기에 차이가 있지 호흡 근육을 비롯해 각종 근육에 문제가 생긴다. 특히 SMA는 호흡 문제가 가장 중요한데, 호흡 문제가 1형은 태어나자마자 생기고 2형은 2년이나 3년 후 또는 20세 이후 생기기도 한다. 3형은 더 늦게 생기고, 4형은 50대, 60대에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SMA 진단 뒤에는 주기적으로 재활 평가를 해야 한다. 호흡의 경우에는 1형과 2형은 진단 직후부터 평가를 1년에 몇 번씩 하고, 3형과 4형 같은 경우는 팔다리 근육이 약해져서 걷는데 지장이 있을 때부터 평가를 시작한다.

SMA 타입에 따라 일부 환자는 사회에서 섞여서 공부도 하고 직장생활도 할 수 있지만 나중에 호흡기를 쓸 정도로 전신 근육이 약화되면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한다. 그때는 24시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1형 SMA

생후 6개월 이전에 심한 전신 근력저하를 보여서 모든 1형 환자에게 인공 호흡기 치료가

필요하다. 음식을 빨아들이거나 삼키는데도 어려움이 있어 위루관 시술 등을 통해 영양관리를 해줘야 한다. SMA 환우는 모두 인지와 감각 기능이 정상이고, IQ도 일반인보다 높다.

2형 SMA

생후 6개월 이후 근육이 약해지기 시작하므로 앉혀주면 앉는 것은 유지할 수 있다.

허벅지 근육이 발 근육보다 먼저 약해지고, 다리 근육이 팔 근육보다 먼저 약해져 서기 어렵다. 호흡 근육도 점차 약화돼 호흡보조 도구가 필요하게 된다.

3형 SMA

생후 18개월 이후 근력 약화가 시작된다. 대부분 소아에서 정상 발육을 보이고, 사춘기에 발병해 느리게 근력 약화가 진행된다. 대부분 보행이 30~40대까지 가능하지만, 일부는 청소년기까지만

가능하다. 40대 이르면 별 문제 없어 보여도 검사 시 호흡장애가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4형 SMA

10대나 20대 근육이 약해지기 시작하며 따로 분류하지 않고 3형 SMA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느리게 근육 약화가 진행되며 보행에 어려움이 생긴다. 호흡도 결국 문제가 생겨서

50대, 60대부터 호흡장애가 올 수 있다.

- SMA는 진단이 늦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 진단이 늦는 이유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빠르게 진단 받을 수 있나?

처음부터 자신의 아이가 희귀질환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는 없다. 또 병원에 갔을 때, 희귀유전질환을 전공하는 의사가 아니면 빠르게 의사가 진단 내리기 어렵다. 환자의 증상에 따라 의심되는 병 가운데 가장 흔한 병부터 차례, 차례 제하는 것이 진단 과정이기 때문에, 희귀질환은 희귀유전질환 전공 의사가 아니면 바로 떠올리기 어려운 한계가 있는 것이다. 또 희귀유전질환을 전공하는 의사는 희귀질환만큼 희귀하다. 대신 희귀유전질환을 보는 의사에게 진료하면 100% 진단이 가능하다.

요즘에는 인터넷에 올려진 건강정보를 보고 부모가 SMA를 의심하고, 과거보다 빠르게 대학병원에 오는 경우를 본다. SMA인 것을 정확히 몰라도 부모가 재활치료를 위해 우리 병원 재활의학과 진료실에 아이를 데려오면, 200여명의 SMA 환자를 봤기 때문에 바로 진단 내릴 수 있다. 결국 이 질환을 경험한 의사한테 가는 것이 진단에 큰 영향을 미친다.

- 재활의학과 진료실에서 SMA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SMA는 요즘 유전자검사를 통해 최종 진단하는데,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재활의학과에서는 기다리지 않고 SMA 증상을 확인하고, 그에 맞춰 재활치료를 빠르게 시작한다.

예전에는 SMA 진단을 위해 근전도 검사 등도 했는데, 요즘은 먼저 유전자검사부터 한다. 재활의학과에서의 진단은 간단하다. 환자가 스스로 손을 들 수 있는지, 일어서는지, 또 폐활량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확인한다.

강성웅 교수. 사진=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강성웅 교수. 사진=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 SMA 재활은 어떻게 하나?

SMA에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이 호흡이다. 1형 같은 경우는 태어날 때부터 호흡이 약하기 때문에, 환자한테 공기 양이 얼마나 부족한지 확인해 인공호흡기로 적절한 호흡을 보존하는 치료를 한다. 보통 인공호흡기를 매일 써야 된다고 결정되면, 기관절개를 하고 인공호흡기를 절개한 곳에 연결한다. 그러면 기관절개 튜브로 인해 공기가 올라오지 못하기 때문에 환자는 말도 못 하고, 가래도 많이 생겨서 폐 위생에도 좋지 않다.

재활의료팀은 매일 인공호흡기를 써야 된다고 결정되면 3가지를 한다. 먼저 SMA 환자에게 기관절개가 꼭 필요한지 평가하고, 기관절개 없이 마스크를 써서 호흡보조가 가능한지 판단한다. 실제 1형 환자에서 처음부터 호흡재활 의료진이 간여하면 1형 환자의 약 50%가 기관절개를 안 해도 된다. 2형 환자는 거의 기관절개를 안 하고 관리할 수 있다. 또 호흡기를 하루 종일 써야 하는지, 밤에만 써도 되는지를 평가한다. 하루 중 호흡기를 떼는 시간이 있다는 것은 환자에게 기관절개 여부만큼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폐를 팽창하는 훈련을 한다. 호흡 근육이 약화되면 숨을 쉴 때 폐 팽창하는 정도가 점점 줄면서 폐활량이 떨어진다. 그냥 두면 폐가 자꾸 쪼그라들면서 호흡근이 마비된다. 마치 팔 관절을 20%밖에 못 구부리는 상황을 두면 20%에서만 왔다 갔다 하는 것으로 고착화되는 것과 같다.

관절이 굳은 것과 똑같이 폐가 굳으면 폐 성장에도 문제가 생기고, 가래를 배출하는 등의 폐위생에도 제한이 온다. 때문에 앰브백을 이용해 폐를 팽창하는 재활치료를 해서 폐가 조금이라도 제대로 성장하게 돕고, 폐의 유연성을 유지하게 해준다. 또 호흡이 약하면 기침도 약해서 가래를 배출시키기 위해 다양한 물리치료를 하고, 기침유발기라는 기계도 활용한다.

기관절개 여부와 하루 중 인공호흡기를 뗄 수 있는 시간에 따라 환자의 삶의 질은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또 기관절개를 하지 않으면 사망 위험을 높이는 폐렴 등의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 받는 비율도 줄일 수 있다. 이같은 호흡재활 이외에 전신 근육 문제에 대한 재활 평가를 해서 그에 맞춰 재활도 진행한다. 하지만 호흡이 문제면 다른 것은 할 수 없기 때문에, 호흡재활이 가장 중요하다.

- SMA 치료에서 문제가 되는 상황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고, 어떤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SMA는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옛날보다 조기에 치료하는 환자 비율이 요즘 늘기는 했지만, 호흡 마비가 온 다음에 기관절개를 해서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환자가 여전히 많다. 이미 호흡 마비가 와서 기관절개를 해놓은 상황이면 그것을 빼는 것은 쉽지 않다. 호흡재활 평가를 통해 기관절개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은데, 호흡재활에 대한 개념이 없어 기관절개가 많이 이뤄지는 상황이다.

기관절개를 한 다음에 기관절개 관을 뺄 수는 있지만, 쉽지 않다. 우선 기관절개한 관을 빼려면 아이가 협조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5살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협조가 돼도 사례가 걸리면 뺄 수 없다. 기관절개 튜브를 뽑아버리면 오히려 침이 쑥 내려가서 폐렴이 온다. 기관절개 관이 침이 내려가는 것을 막아주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때는 뺄 수 없는 것이다.

그래도 굉장히 많은 환자가 기관절개 관을 막을 수 있다. 척수 손상으로 완전 사지가 마비된 환자나 SMA, 루게릭병 같은 근육질환자의 약 70%는 기관절개 관을 빼고 마스크를 통해 호흡보조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SMA 환자는 진단 뒤 주기적으로 재활 평가를 꾸준히 해야 된다. 그래야 치료를 빨리 시작할 수 있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기관절개를 한 환아 중 호흡재활 평가를 통해 기관절개 관을 뺀 뒤, 태어나서 처음 말을 한 아이도 있다. 기관절개 관을 제거해 공기만 통하게 해주면 말을 바로 할 수 있는 게 SMA 환아다.

- SMA치료제 도입 뒤, 재활의학에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치료제가 나오면서 재활치료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치료제를 통해 근육의 힘을 살려놨기 때문에, 효과를 충분히 보기 위해서는 재활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스핀라자(성분명 뉴시너센)의 경우, 주사만 주기적으로 맞고 재활치료를 안 하면 몸이 굳고 척추가 휘고 호흡장애도 올 수 있다. 재활치료를 통해 약물치료의 효과를 높여야 한다.

졸겐스마(성분명 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도 주사 한 번으로 바로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좋아지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마비가 와 고착화돼 있는 것을 풀어주는 재활치료를 해야 한다. 조기 발견돼 근육이 굳기 전에 졸겐스마를 맞으면 현재 임상 데이터로는 재활치료가 필요 없을 수도 있지만,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지 않아서 알 수 없다. 관절 구축이 있고 호흡을 잘 못하면 반드시 재활을 해야 한다.

- SMA 환자는 재활의학과에서 어떤 방식으로 치료, 관리를 받나?

외래 진료를 자주 본다고 해도 3개월에 한 번 간격이다. 재활치료도 병원에서 하는 게 별로 없다. 집에서 보호자와 같이 할 수 있게 교육하기 때문이다. 또 입원을 한다고 해도 중증 SMA 환자의 입원 기간은 척수 손상 환자보다 짧다.

- SMA 환자가 집에서 맞닥뜨리는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상황이 있나?

근육병으로 사망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심장하고, 호흡이다. SMA는 호흡이 문제인 경우다. 대부분 가래로 인해 숨길이 막히는 것이 문제가 된다. 그래서 가래를 잘 뽑아주는 게 필요하다. 기침유발기를 제대로 쓰면 가래로 인해 숨길이 막히는 것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정부에서 인공호흡기와 함께 기침유발기를 지원해주면서 실제 응급실을 통해 이런 문제로 병원에 오는 환자가 이전보다 확실히 줄었다.

또 인공호흡기가 갑자기 고장 났을 때도 위급 상황인데, 이때는 인공호흡기를 다시 연결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는 응급호흡법을 통해 호흡을 유지해야 한다. 볼과 혀, 입을 이용해 공기를 물고 음식을 삼키듯 폐로 공기를 집어넣는 ‘개구리호흡법’으로, 20분 내지 길게는 한 시간 정도 스스로 호흡을 유지할 수 있다.

- SMA 환우나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SMA 환우나 가족보다 일반인에게 항상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SMA 같이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사람을 시한부라고 보는데, 그렇지 않다. 손 하나 못 움직여도 눈만 가지고 컴퓨터를 통해 대학 공부를 하고, 졸업해 취직해서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당당히 삶을 영위하는 환자들이 많다. 선입관 없이 환우와 가족을 대했으면 좋겠다.

또 SMA 환우와 가족에게는 재활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다른 신경근육계질환은 거의 치료제가 없지만, SMA는 고가지만 치료제가 개발돼 있다. 현재 약을 쓰지 못하는 SMA 환우가 있지만, 신약 개발 기술이 좋아지면서 치료 접근성이 점차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 그때까지 희망을 놓지 말고 열심히 재활치료를 통해 최대한 신체 기능을 유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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