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안과 김윤전 교수에게 듣는 ‘망막색소변성증’
유전자 변이 찾아 병의 경과 예측·구체적 관리 조언도 가능
유전자치료제 개발 활발…‘RPE65’ 타깃 유전자치료제 허가
국내 총 5명의 말기 RP 환자, 인공망막수술로 시력 되찾아
미래 다양한 첨단재생치료 적용 가능…“눈 건강관리 중요”

망막색소변성증(RP·Retinitis Pigmentosa)은 10년 전만해도 치료법이 전무한 유전성망막질환이었다. 처음에는 밤눈이 어두워지다가 점차 주변 시야가 좁아지고 결국 중심 시력마저 나빠져 최대 교정시력이 0.1 아래가 되는 실명 상태로 병이 진행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국내 1만3000여명의 RP 환우가 처한 현실은 암담했다.

요즘은 달라졌다. 수많은 연구를 통해 80개가 넘는 RP 유전자 변이가 밝혀지고 유전자검사가 활성화되면서 개인 별 유전자 변이 유형에 따라 병의 진행 경과를 예측할 수 있고 구체적인 관리방안도 조언할 수 있게 의료기술이 발전했다. RP와 함께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LCA·Leber Congenital Amaurosis)를 유발할 수 있는 ‘RPE65 변이’에 대한 첫 유전자치료제도 2021년 9월 9일 국내 허가됐다.

국내에서 RP가 ‘불치의 영역’에서 ‘치료의 영역’으로 넘어온 것은 그보다 앞선 2017년 5월 26일이었다. 서울아산병원 안과 윤영희 교수가 희미한 빛 정도만 구분할 수 있는 RP 환자에게 첫 인공망막이식수술을 한 날이다. 윤영희 교수와 함께 인공망막이식수술로 RP 치료를 주도해온 서울아산병원 안과 김윤전 교수를 만나 RP에 대한 모든 것을 들어봤다.

김윤전 교수. 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김윤전 교수. 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유전자 이상으로 망막의 '광변환' 세포층에 문제 초래 

- RP는 실명을 초래하는 대표적 유전성망막질환(IRD·Inherited Retinal Dystrophy)으로 알려져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질환인가?

망막에 변성이 생기는 유전질환 중 가장 흔한 질환이 RP다. IRD가 1,000~2,000명 중 1명 정도에게 나타나는데, RP는 4,000명 중 1명 정도에게 나타난다. 현재 IRD에 해당하는 유전자가 300개 정도 밝혀져 있고, 그 중 RP 유전자가 80개 이상으로 계속 추가되고 있다. 현재 RP 진단 환자에게 유전자검사를 해도 유전자 양성율은 약 70%로, 약 30%는 아직 진단이 안 나오는 상황이다.

RP는 빛 자극을 전기신호로 바꿔주는 망막의 ‘막대세포’와 ‘원뿔세포’, 두 시세포에 영양을 공급하고 시각회로(Visual Cycle)를 돌릴 수 있도록 해주는 ‘망막색소상피’ 등 3개 망막세포층에 이상이 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망막은 빛이 들어가서 상이 맺히는 필름에 해당하는 조직으로, 뇌에서 빛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빛 자극이 망막에서 전기적 신호로 바뀌어야 하는데, 이 ‘광변환’ 부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현재 밝혀진 RP 유전자는 80여개인데, LCA·황반이영양증 등 다른 IRD와 겹쳐지는 것이 많다. 또 각 유전자 안에서 돌연변이가 나타나는 주요 지점(Hot mutation point)이 다양해서 하나의 유전자에 의해 다양한 표현형이 나온다. 유전적으로 봤을 때 RP는 매우 다양한 양상을 나타내는 질환으로 볼 수 있다.

- RP는 유전에 의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유전자이상으로 초래되기도 한다. 국제 데이터에서는 부모에게 받은 염색체 두 개 중 하나만 존재해도 특성이 나타나는 우성유전(상염색체 우성유전)이 15~20%, 염색체 두 개가 쌍으로 이뤄져야만 특성이 나타나는 열성유전(상염색체 열성유전)이 20~30%, X-연관 반성유전이 6~10%였고, 나머지 40~50%는 가족력 없는 유전자이상이었다고 하는데, 국내는 어떤가?

국내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내에서는 확실히 가족력 등을 확인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아 현재는 명확하지 않다. 서울아산병원에서 279명의 RP 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자 분석을 했을 때도 40~50%가 가족력 확인이 어려워서 명확하지 않은 상태로 분류됐다.

또 EYS, PDE6B, USH 유전자 변이가 이 조사에서 많은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들 유전자 모두 상염색체 열성유전을 한다. 이 같은 상염색체 열성유전 비율이 유전성 RP의 반 이상으로 조사된 것을 보면 국내 RP 환자에게 상염색체 열성유전 비율이 높은 것 같기는 하다. 이는 일본 조사와도 비슷하다.

- 유전성 RP의 경우에 상염색체 우성유전이 증상이 가장 가벼운 형태로 나타나고, 열성유전이 중간 형태, X-연관 반성유전이 가장 심한 형태로 나타난다고 하던데, 실제 진료실에서 환자를 볼 때 어떤가? 또 가족력이 없는 경우와 비교했을 때는 어떤지 궁금하다.

상염색체 우성유전의 경우, 병이 좀 더 늦게 나타나고 가벼운 패턴을 보인다. 상염색체 열성유전이나 X-연관 반성유전은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심하게 병이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또 가족력이 없는 경우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보다 좀 더 마일드한 타입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하나의 유전자가 어떤 가계도에서는 상염색체 열성유전을 하기도 하고, 어떤 가계도에서는 상염색체 우성유전을 하기도 해 굉장히 복잡하다. 완전히 구분하기 어렵지만 주로 앞서 말한 패턴인 것은 맞다.

- RP 원인 유전자에 따라서도 병의 임상양상과 진행 정도에 차이가 있다고 들었다.

먼저 원인 유전자에 따라 증상 발현 시기부터 다르다. 서울아산병원에서 279명의 RP 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자 분석을 했을 때, 10세 이전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PDE6B 유전자 변이가 제일 많았다. 10대에서 20대 초반까지는 EYS 유전자 변이가 많았고, 40대에는 USH 유전자 변이가 조금 더 많았다.

또 PDE6B 유전자 변이는 어린 나이에 시력 저하가 심하게 빨리 일어나서 보통 한 30대 정도 되면 시력이 상당히 많이 떨어진다. 이같이 원인 유전자에 따라서 상당히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중심시력 문제될 때야 병 진단…밤눈 어두워지면 안과 진료를

- 유전자 특성에 따라서 증상 발현 시기와 진행 정도가 다양한데, 대부분의 RP 환자는 어느 정도 병이 진행됐을 때 병원에서 진단을 받는 상황인가?

보통 첫 증상인 야맹증은 10~20대에 많이 느낀다. 시야가 주변부터 점차 좁아져서 어느 이상 되면 환자가 느끼는데, 그때가 20~30대 정도다. 40대 정도 되면 중심시력이 떨어져서 환자가 병원을 찾게 되고, 그때서야 병을 진단 받는다. 차츰 눈 상태에 적응하다보니 진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다가 늦게 병원을 찾는 편이다.

요즘 진료실에서 보면 RP 질환에 대한 인식이 이전보다 높아져서 조금 더 빨리 오는 것 같기는 하다. 특히 RP에 인공망막이식수술과 유전자치료제 등과 같은 치료법이 제시되면서 과거보다 일찍 병원을 찾는 것 같고, RP 진단 뒤 병원을 찾지 않던 환자들도 다시 병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 RP는 실명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전혀 빛을 감지하지 못하는 전맹으로까지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가? 대부분은 어느 정도의 시력을 유지하나?

아주 정확하게 조사돼 있지 않다. 또 환자의 연령대에 따라서도 다를 것 같아 명확히 언급하기 어렵지만, 전체 RP 환자 100명 중 1~2명 정도가 전맹으로 진행되고 대부분의 환자는 눈앞에서 손가락을 들어올리면 몇 개인지 구분할 수 있는 시력까지 유지되는 것으로 안다.

RP를 실명질환이라고 하는 것은 최대 교정시력이 0.1 이하로 떨어지는 법적 실명으로 진행되는 까닭이다. 

하지만 RP 중 40~50대 증상 발현이 있고 서서히 진행돼 60대가 됐을 때도 어느 정도 시력이 남아 있다면 계속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반면, PDE6B 유전자 변이가 있어 병이 빨리 진행된 60~70대는 시세포가 남아 있는 게 없어서 거의 보이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즉, 환자의 나이, 변이 유전자 등 전반 상황마다 다를 수 있다.

- 유전자검사가 최근 활성화되면서 과거 RP로 알았던 사람이 다른 안과질환으로 진단 받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인가? 또, 과거 RP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유전자검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도 궁금하다.

다른 유전성망막질환이나 염증성망막질환, 망막혈관질환 등이 진행돼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망막층이 무너져 내리며 RP와 유사하게 보인다. 망막 모양이 이같이 되는 질환 중 RP가 흔하다 보니 오진된 경우가 있었던 것이다. 실제 RP로 알고 있었는데, 유전자검사를 통해 망막층간분리 유전자 변이가 나와 새롭게 진단을 받거나 결정망막병증과 같은 질환으로 진단된 경우가 간혹 있었다.

요즘은 RP 환자에게 유전자검사를 하고 있으며, 과거 RP 진단을 받은 환자 중에서도 유전자검사를 하지 않는 모든 환자에게 이 검사를 권한다. 병을 정확히 진단 받는 것에 더해 본인의 유전자 이상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어느 정도 예후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후를 알면 삶의 계획도 다시 세울 수 있다.

또 최근 여러 가지 첨단 재생치료 방법들이 연구되고 있어서 향후 치료를 위해서도 환자가 어떤 유전자 이상인지 먼저 알아두는 것이 중요해졌다. 어떤 유전자 이상인지 알아야 교정 가능한지, 어떤 식으로 교정할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RP 조기 진단 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또, 조기 진단을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면?

야맹증으로 인한 사고 위험을 줄이고 병의 예후를 파악해 미래를 계획한다는 측면에서 조기 진단은 중요하다. 실제 RP 환자는 터널 운전이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 또 RP에 흔히 동반되는 녹내장, 백내장, 망막부종 같은 합병증도 진단 뒤 정기검진을 통해 적시에 발견하고 치료해야 추가적으로 빠르게 나빠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까닭에 조기 진단은 아주 중요하다.

또 유전자치료제를 쓸 수 있는 대상도 초기나 중기 RP 환자다. 살아있는 세포가 있어야 교정을 해서 기능을 하게 만들 수 있지, 세포가 다 죽어버린 뒤이면 유전자 교정을 해줘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기에 병을 진단받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RP 환자에게 나타나는 첫 증상은 거의 야맹증이므로, 밤눈이 어둡다는 이야기를 간과하지 않기를 바란다. 야맹증은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들어갈 때 적응하지 못하거나, 희미한 불빛 아래나 어두운 곳에서 사물을 분간하기 어려운 상태를 의미한다. 밤에 운전할 때 불편함이나 위험을 느끼면 동네 안과에서 진료를 받길 권한다.

또 야맹증과 더불어 시야가 주변부부터 점차 좁아지거나 중심시야가 흐려지거나 색깔을 구분하기 어려워지는 증상이 동반되면 안과 진료가 필요하다. 특히 증상이 갑자기 발생해 점점 악화되거나 RP 가족력이 있으면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RP 합병증으로 망막내측 신경 손상되면 '인공망막이식수술' 불가

- 병원에서 RP 진단은 현재 어떻게 이뤄지나? 또 청각장애를 초래하는 어셔증후군, 뇌하수체의 내분비기능장애를 유발하는 로렌스문비들증후군 등과 관련된 RP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면 어떻게 안과질환 외의 병을 다루는지도 궁금하다.

빛 자극을 줘서 망막세포가 얼마나 반응하는지를 확인하는 망막전위도검사를 하면 망막층이 변하기 전인 초기에도 RP 진단을 할 수 있다. 또 안저검사와 빛간섭단층촬영(OCT)을 통해 망막 상태를 확인해 병의 진행 상태를 확인한다. 특히 OCT는 망막의 세포층 별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RP 합병증인 황반부종도 진단할 수 있다.

자가형광촬영검사도 하는데, 망막색소상피층의 세포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등 세포 대사 상태를 보여준다. 실제 망막색소상피층에 변성이 완전히 진행되면 까맣게 나오고,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 초기에는 변성 진행 부분이 하얗게 나온다. 이 검사를 통해 얼마나 변성이 진행된 것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또 시야가 얼마나 좁아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야검사를 한다.

또 유전자검사를 통해 어떤 유전자 문제인지도 확인한다. 이때, 어셔증후군과 관련된 RP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면 현재 청각에 문제가 없어도 이비인후과에 진료 의뢰를 직접 하기도 하고, 의학유전학센터에서 유전상담을 받고 체계적인 진료가 이뤄지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연계해 안과질환 외의 질환도 관리되게 한다.

- 망막색소변성증은 불과 6년 전만해도 치료법이 없는 실명질환이었으나, 서울아산병원에서 2017년 5월 인공망막이식수술에 성공하면서 국내에서 첫 RP 치료법을 제시했다. 인공망막이식수술은 어떤 치료이고, 현재도 활발히 이뤄지는지 궁금하다.

인공망막이식수술은 ‘광변환’ 이상이 초래된 망막의 시세포층을 뛰어 넘어 '망막내측의 신경'에 직접 전기 자극을 주는 칩을 넣어주는 수술이다. 칩을 결막을 열어서 넣어준 뒤, 외부에서 안경과 유사한 모양의 기기를 쓰면 기기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빛 자극을 받아 기기가 영상신호를 전기신호로 바꾸고, 이 전기신호를 자기장을 통해 눈 속 칩에 전달한다. 그러면 3~4mm 크기의 칩이 망막내측의 신경을 직접 자극해 뇌가 빛을 인지하는 원리다.

광각만 남아 있거나 광각마저 없는 전맹의 말기 RP 환자가 치료 대상이고, 망막내층인 신경 기능이 정상으로 유지돼야 수술이 가능하다. RP 환자 대부분이 망막의 광변환 부위에만 문제가 있지 망막내측 기능은 잘 유지되기 때문에 가능한 치료다.

RP 합병증인 황반부종을 조기 발견해 치료하지 못해서 망막내측이 손상되면 인공망막이식수술이 불가하다. 이외에 시신경질환, 망막중심동맥 또는 정맥 폐쇄, 망막박리, 심한 사시, 눈 외상력 등이 있는 환자나 각막이 혼탁해 안구 내 상태를 확인하기 어려운 환자, 눈을 잘 비비는 환자도 수술이 불가하고, 안구 안축장이 너무 긴 환자도 기계의 한계로 수술이 어렵다.

김윤전 교수. 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김윤전 교수. 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인공망막기기 생산 중단돼 수술 불가…업그레이드 된 기기 개발 중

또 시력을 잃기 전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정도의 시력이 있었던 환자에게만 수술이 가능하다. 인공망막기기를 통해 뇌에 전달된 ‘바뀐 이미지’를 시기능 재활치료를 하면서 환자가 이전에 봤던 사물과 관련짓는 코릴레이션(co-relation)을 통해 인지하는 원리여서 선천적으로 시력이 안 좋은 환자는 대상이 안 되는 것이다. 또 수술 뒤 재활치료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에 따라 볼 수 있는 능력에 차이가 나며, 이런 이유로 난청과 같이 시기능 재활이 불가능한 상태의 환자도 수술 대상이 아니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2017년부터 총 5명의 환자에게 인공망막이식수술을 했고, 재활치료 순응도에 따라 볼 수 있는 능력에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시력이 모두 수술 이전보다 개선됐다. 글을 읽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혼자 식사를 하고 문을 찾아가는 등 환자의 자립적 모빌리티를 높여주는 치료다. 인공망막이식수술 뒤 5년이 지났는데 현재 모든 환자가 특별한 문제없이 인공망막기기를 잘 유지하고 있다.

인공망막이식수술을 통해 이식된 칩은 평생 쓸 수 있어 재수술이 필요 없다. 기기 업그레이드도 외부 기기를 통해 이뤄진다. 이 치료는 10억원에 가까운 IRD 유전자치료제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이지만 2억원의 비용이 든다. 그나마도 현재는 할 수 없다. 인공망막기기 제조사의 문제로 생산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최근 같은 원리로 기존 기기보다 조금 더 전기 자극을 많은 부분에 줘서 넓은 범위를 확인할 수 있는 방향의 인공망막기기 개발이 이뤄지고 있고, 임상연구도 들어가는 것으로 안다. 

- 현재 국내 허가된 첫 IRD 유전자치료제인 럭스터나(성분명·보레티진네파보벡)도 급여 관문에 막혀 쓸 수 없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RP 환자들의 관심이 높다. 어떤 치료이고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럭스터나 임상연구를 통해 국내에서도 3명의 환자가 유전자치료를 한 것으로 안다. 서울아산병원에도 임상연구 제의가 왔지만, 279명의 환자 중 치료 대상이 되는 RPE65 유전자 변이 환자가 없어서 참여하지 못했다. 이 말은 그만큼 치료 대상이 되는 환자가 많지 않다는 뜻으로, 전체 RP 환자의 약 1%가 RPE65 유전자 변이다. 

러스터나는 망막색소상피에서 시각회로가 돌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인 RPE65의 유전자 변이에 의한 RP 환자 등이 치료 대상이다. RPE65 유전자 변이에 의해 효소 기능이 떨어져 있는 환자에게 정상 기능을 할 수 있는 상보적 DNA(cDNA:정상 RPE65 유전자를 담고 있는 복사 DNA)를 바이러스 벡터를 통해 망막 하에 주입하면 융합이 이뤄져서 세포 내에서 정상 DNA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다시 정상적으로 시각회로가 돌아가며 시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 치료제는 RPE65 효소만 교정하기 때문에, RP가 진행돼 망막세포가 많이 죽어 있으면 치료 대상이 아니다. 시세포들이 망가져서 망막 두께가 너무 얇아지기 전 환자에게 할 수 있는 치료인 것이다. 

눈에 이 치료제를 주입하면 약 50룩스(Lux·빛의 조도 단위/50룩스·가로등 아래 밝기)에서 약 1룩스(촛불 1개가 1m 정도 떨어져 있을 때의 밝기)까지 RP 환자의 움직임을 개선한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실제 국내에서 럭스터나 치료를 한 의료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밤에 혼자 집을 나가서 야맹증으로 집에 돌아오지 못했던 환자들이 이제 밤에 혼자 돌아다니는 게 가능한 정도로 개선됐다고 한다. 또 발표된 연구 논문들을 보면 5년 정도까지 효과가 비슷하게 유지된다고 한다. 

정기검진 통해 치료 가능한 상태로 '눈 건강' 유지 필요해

- 인공망막이식수술과 럭스터나 이외에 국내외에서 유전자치료를 비롯해 줄기세포치료 등 다양한 RP 치료법 개발이 시도되는 것으로 안다. 어떤 치료법들이 연구되고 있나?

현재 국내 허가된 RP 유전자치료제는 RPE65 변이 유전자를 교정하는 치료밖에 없지만, 앞으로 많은 유전자치료가 진행될 것이라 생각하고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또 유전자 이상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정상 DNA를 운반할 수 있는 바이러스 벡터 플랫폼이 있어야 하는데, 럭스터나의 바이러스(Adeno-Associated Virus·AAV) 벡터가 운반할 수 있는 유전자 크기가 제한돼 있어서 더 많은 유전자 이상을 교정하기 위해 다른 벡터 플랫폼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또 유전자 가위 같이 유전자를 편집하는 연구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유전자의 기능이 소실된 경우에 현재는 보강해주는 것만 가능한데, 이제 유전자를 잘라내는 등의 새로운 원리의 개인 맞춤형 유전자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줄기세포치료도 연구되고 있는데, 문제되는 세포를 대체할 건강한 줄기세포를 넣어주는 것도 있고 건강한 세포를 넣어주는 대신 환자의 유전자를 교정해 그 세포를 분화시켜서 넣어주는 방식의 줄기세포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또 세포를 분화시켜서 시트처럼 만든 뒤 주입하는 역분화 줄기세포치료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이같은 유전자치료나 줄기세포치료에 더해 인공망막이식수술에 대한 연구가 RP 치료 연구의 큰 흐름이다. 

- RP에 도움 되는 건강기능식품 등 RP 환자에게 권하는 건강관리법이 있다면?

비타민A와 DHA, 루테인, 지아잔틴, 비타민E 등이 일부 RP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보고들이 있다. 그러나 비타민A는 흡연력이 있는 환자에서 폐암 발생 위험성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ABCA4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에서는 망막변성 속도를 더 빠르게 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유전자 변이에 따라서 이같이 건강관리법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한 영양제 복용을 위해서는 안과 전문가와 복용 전 상담이 필수적이다. 

또 담배나 술 같이 전신에 염증을 유발하는 것들은 당연히 좋지 않다. 전신 컨디션이 떨어질 정도로 무리하거나 스트레스가 큰 일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 질환이 유전자 이상에 의한 망막세포 사멸이 원인이지만, 스트레스가 동반되면 훨씬 병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마지막으로 RP 환우와 가족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 다양한 첨단 재생치료들이 시도되고 있고 향후 10년 정도되면 상당히 많은 치료법들이 실제 RP 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RP가 워낙 유전적으로 다양하게 나타나서 공통적인 치료법을 적용하기 쉽지 않지만, 플랫폼 기술을 갖춰놓으면 사람마다 교정할 수 있는 길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미래 이같은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자기 눈 상태를 잘 알아야 한다. 또 RP에 동반되는 합병증에 대해서도 꾸준히 관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너무 실망하지 말고 꾸준히 병원에서 관리 받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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