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연구팀, 사망률 분석결과 JKMS 발표
소아중환자 사망률 4.4%…PICU 사망률 3.7% 높아
“PICU나 전담전문의, 소아중환자 사망률 감소 영향”

소아중환자실(PICU)과 중환자실 전담전문의(intensivist) 도입이 우리나라 소아중환자 사망률 감소에 기여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소아중환자실이 늘기는커녕 소아중환자 치료를 담당할 소아청소년과 의사마저 사라지고 있다. ‘시설과 인력’ 등 자원 투입이 소아중환자 치료를 위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조중범 교수 공동 연구팀은 우리나라 소아중환자 발생률과 사망률 추이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를 활용해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중환자실에 입원한 18세 이하 소아중환자 5만4,843명의 사망률을 분석했다. 소아중환자 가운데 신생아와 신생아중환자실 환자는 제외됐다.

연구결과, 출산율 감소로 소아 인구는 지난 2012년 992만1,012명에서 2018년 817만6,335명으로 7년 새 17%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소아중환자는 인구 10만명당 8.5명으로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

중환자실에 입원한 아동 평균 연령은 3세로 주로 ▲선천성 기형 31.9% ▲손상 12.0% ▲악성종양 10.2% 등으로 진단받았다.

소아중환자 사망률은 소아 환자를 집중적으로 보는 시설과 인력의 ‘전문성’에서 갈렸다.

전체 소아증환자 사망률은 4.4%였다. 이는 15년 전 미국의 소아중환자 사망률과 비슷한 수준으로 지난 2015년 미국 소아중환자 사망률은 2.8%로 향상됐다.

하지만 국내 PICU에서 치료 받은 소아중환자의 사망률은 3.7%로 전체 평균(4.4%)보다 낮았다. 반면 소아중환자실 비입원인 경우는 사망률이 5.2%로 더 높았다.

연구기간 동안 소아중환자 사망률은 2012년 5.5%에서 2018년 4.1%로 1.4%p 감소했다. 같은 기간 PICU 소아중환자 사망률은 5.0%에서 3.2%로 1.8%p 줄었다.

의료진은 “소아중환자 사망률은 PICU나 중환자실 전담전문의가 있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에서 현저하게 감소했다”며 “일반 중환자실 입원도 사망률 감소 경향을 보였지만 PICU에 비해 작았다”며 “이번 연구는 PICU나 전담전문의가 있으면 사망률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소청과 인력 감소로 일할 의사 없어 ‘PICU’ 사라질 판

하지만 소아중환자 사망률 개선에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PICU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소아중환자를 담당할 소아청소년과 인력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청과 전공의는 물론 소아중환자 분야 전임의 유입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인력 유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한정된 인력으로 돌아가다 보니 현장 의료진은 ‘번 아웃’을 호소하고 있다. 인력 부족으로 60세 미만 교수들이 돌아가며 당직을 서고 있는 상급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도 있다. 인력 이탈도 현실화 되고 있다.

이에 묵묵히 소아중환자 치료를 해 오던 의료진 이탈이 시작되면 얼마 없는 소아중환자실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소아중환자실은 총 13곳으로 상급종합병원 11곳과 종합병원 2곳이 전부다.

서울아산병원 소청과 박성종 교수는 “지금은 혈액종양학과나 심장내과, 신경과 등에서 아이들이 중환자실로 오면 소아중환자전문의가 진료하지만 앞으로는 힘들 수 있다”며 “소아중환자실 입원 시 생존율은 성인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때보다 1.6배 높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대한소아중환자의학회장이다.

세브란스병원 소청과 김경원 교수는 “(소아 중환자를)성인 중환자실에 받아 달라 사정해도 같은 병원 임에도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다고 받아주질 않는다. 같은 소청과 교수인데도 (소아중환자) 당직은 못 서겠다고 한다.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소아중환자들이 갈 곳이 점점 없어진다는 게 불안한 현실”이라고도 했다.

조 교수는 “많은 소아가 소아중환자실에서 사망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그걸 잘 모른다. 의학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스템 부족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소아들은 후진국에서 산다.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걸 못해주고 있다”고도 했다.

소아중환자 의료 인프라를 살리기 위해서는 소아중환자 분야로 전문의 유입이 이뤄지도록 파격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의료 질 평가 기준 등에 ‘소아중환자실 운영’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제안했다.

조 교수는 “의료 질 지원 보상금이나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 기준이 역할을 해야 한다. 소아중환자실 운영 여부가 점수에 포함이 돼야 한다"며 "소아중증 진료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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