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김지현 교수 연구팀, 여성 예후 첫 규명
알포트증후군, 조기 발견·치료 통해 예후 개선 가능하다

유전성희귀신장질환 ‘X 염색체 연관 알포트증후군’은 우리 몸의 하수처리장으로 불리는 신장에서 노폐물을 거르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 사구체 기저막에 유전적 이상이 있는 질환이다. 대부분 성염색체인 X 염색체와 연관이 있는 이 질환은 남성의 경우 평균 25세에 말기신부전까지 진행돼 투석이나 신이식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여성은 남성에 비해 신장 기능이 오랫동안 유지되다가 말기신부전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남성에서 X 염색체 연관 알포트증후군의 경우 유전자형에 따른 예후 차이가 명확히 알려져 있고 관련 연구들이 많은 반면, 여성에서는 아직까지 유전자형에 따른 예후 차이가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최근 단백뇨가 일찍, 많이 나오는 경우 예후가 나쁘다는 논문이 발표된 정도다. 때문에 X 염색체 연관 알포트증후군에 대한 인식이 남성에 비해 크게 낮은 점이 문제로 꼽혀왔다. 이에 국내 의료진이 유전형에 따른 X 염색체 연관 알포트증후군의 남녀 예후를 분석하고, 남성에 비해 늦게 진행되는 여성에서도 약 50세에 말기신부전까지 진행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이 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지현 교수 연구팀(적십자병원 정해일 교수·서울대병원 강희경·안요한 교수)이 국내 12개 의료기관에서 2000년부터 2021년까지 유전자검사를 통해 X 염색체 연관 알포트증후군을 진단받은 216명(124가족)을 대상으로 ▲비절단형(경한 유전적 변이) ▲비정상 연결형(중간) ▲절단형(심한 유전적 변이) 3가지 유전자형에 따라 남녀 신질환 예후를 분석한 결과에서 이같이 확인됐다고 13일 밝혔다.

남녀 알포트증후군 환자의 신장 생존율(남성(빨간색)이 평균 나이 25세에 말기신부전에 도달하는 반면 여성(파란색)은 50세가 평균 나이로 나타났다)
남녀 알포트증후군 환자의 신장 생존율. 그래픽 제공=분당서울대병원

연구 결과, 여성 X 염색체 연관 알포트증후군 환자의 경우 평균 나이 50세에 말기신부전에 도달하며 해외 연구(평균 나이 약 65세)에 비해 전체적으로 예후가 나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남성 환자에서 평균 나이 25세에 말기신부전에 도달하며 해외 연구와 큰 차이가 없었던 것과 대비된다.

여성 알포트증후군 환자의 유전자에 따른 신장 예후. 그래픽 제공=분당서울대병원
여성 알포트증후군 유전자에 따른 신장 예후. 그래픽 제공=분당서울대병원

또한 남성에서 가장 예후가 안 좋은 유형에 속하는 절단형(심한) 유전자형의 경우, 여성에서도 마찬가지로 예후가 제일 나빠 가장 이른 나이에 말기 신부전에 도달했다. 이 유형은 다른 유전자형보다 이른 나이에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혈뇨가 나타나는 등 보다 심한 증상을 보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여성 X 염색체 연관 알포트증후군 환자의 유전자형과 신질환 예후의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세계 최초의 보고로, 남성과 마찬가지로 여성 알포트 증후군에서도 조기 발견 및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또한 여성에서 유전자형에 따른 예후 분석은 향후 맞춤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근거로 사용될 전망이다.

김지현 교수는 “알포트증후군의 경우 조기 발견 시 혈압 조절 약제를 통해 신장 기능을 보존하며 오랫동안 쓰도록 도울 수 있다”며 “희귀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유전자 검사의 발전으로 예전에 알려진 것보다 빈도가 높으며 진단이 되지 않거나 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만성신부전 또는 혈뇨, 단백뇨 가족력이 있으면서 소변검사 상 혈뇨 소견이 관찰되면 정밀검사를 받을 것을 권장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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