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제약·의료계, 신약 접근성 개선 요구
政, "중증 암·희귀질환 보장성 강화 방안 모색"
중증·희귀질환 신약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 절차를 개선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와 환자단체, 제약업계는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지난 5일 서울시 중구 페럼타워에서 개최한 ‘중증·희귀질환자 중심 건강보험재정 개편 방안 심포지엄’에서 중증·희귀질환 건강보험 보장성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환자단체는 약제 허가에서 급여까지 오래 소요되는 시간과 경제적 부담으로 결국 치료를 포기하는 상황을 가장 큰 문제로 봤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신약 출시 이후 급여권으로 진입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46개월이지만 일본은 17개월, 프랑스는 34개월이다.
한국신장암환우회 백진영 대표는 “환자가 많은 질환부터 급여 신청을 하게 되는데, 병용치료의 경우 모든 제조사가 암종에 대한 의지가 있어야 급여 신청이 가능하다”며 “약가 인하를 위한다는 이유로 급여화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결국 환자들은 1억원에 가까운 치료비를 부담하거나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허가와 급여 시기가 달라 막상 급여가 되도 의학적 근거가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다. 달라지는 의료 현장에 따른 합리적인 약가 제도가 필요하다”며 희귀 암 치료제 승인 절차 간소화 등을 제안했다.
백 대표는 “한국의 경우 약가를 투명하게 공개하기에 다른 국가의 약가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약가 협상이 어려워 진다. 약가 공개로 인한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제도를 고려해야 한다”며 “제약사 중심의 신청 제도가 아닌 의료협의체를 중심으로 신청 과정을 간소화하고 맞춤의료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제약업계는 신약 도입의 제도적 장벽을 낮추기 위해 경제성 평가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김미경 고문은 경제성 평가에서 중증·희귀질환제의 비용효과성을 판단하는 ICER(Incremental Cost-Effective Ratio, 점증적 비용-효과비)가 일반약제와 비슷해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고문은 “경제성 평가에서 중증·희귀질환 신약은 일반약제와 거의 동일한 비용효과성을 기준으로 평가가 이뤄져 급여 적용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영국은 질환 특성별로 약제 개발 어려움을 인정해 비용효과 분석 판단 기준을 별도로 적용한다. 일본·네덜란드·스웨덴·아일랜드 등도 비슷한 제도가 있다”고 했다.
경제성평가가 생략되는 경우도 있지만 까다로운 기준으로 혜택을 받기 어렵다고도 했다. 김 고문은 “질환 특성상 비교 임상을 할 수 없는 약제의 경우 경제성 평가 생략 제도 하에서만 공제 신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2년 이내에 사망할 만큼 위중하고 환자가 극소수인 초희귀질환 위주로 적용 가능하다”고 했다.
김 고문은 ICER 임계값 상향과 경제성 평가 생략 제도의 유연화가 필요하다며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에는 대부분의 피보험자인 일반 국민들도 동의하는 신약의 가치와 중요성을 반영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 종양내과 안희경 교수도 항암요법에 대한 허가초과신약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고 다양한 본인부담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허가가 나지 않으면 환자가 약을 원하더라도 처방이 어렵고, 허가초과요법이 있더라도 승인에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허가 준비 중인 약제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허가초과신약에 대한 허가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했다.
안 교수는 “다양한 본인부담제도를 적용해 급여 적용이 어렵더라도 약을 사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항암신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 중 사회복귀, 완치가능성에 대한 것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통해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유미영 약제관리실장은 “중증·희귀질환 보장성 강화를 위해 역점을 두고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그 결과 제약사가 급여를 신청했을 때 급여까지 이어진 급여율 70%에 달한다"며 "필요하다면 본인부담에 대한 위험분담제, 허가급여기간 단축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손호준 건강보험정책과장은 “신약에 대한 접근성을 논의하면 결국 재원과 건강보험 정책 문제로 귀결된다"며 "정부는 최근 과하게 재정이 낭비되는 부분을 막고 필수의료와 중증·희귀질환 부분에 집중적으로 투입하자는 단기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하반기에 공개할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에도 근본적인 내용을 담고자 한다. 다양한 의견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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