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성 암, 전체 암의 8~10%…암 유전자, 50% 확률로 전달
유전자 있어도 암 발생은 각 '유전성 암'의 특성 따라 다르다
요즘 수많은 암 유전자가 밝혀지면서 내 몸에 생긴 암이 내 몸 속 유전자에 의한 것은 아닐지, 그것이 실제 내 아이에게 유전되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암환자와 암경험자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어떨까?
연세암병원 소아청소년과 한정우 교수는 유튜브 채널 '세브란스'에서 "많은 분들이 유전성 암 걱정을 많이 하고, 실제로 '유전이 된다'는 가설이 있어서 많은 연구들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약 8~10%만이 유전성 암"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실제적으로 암 유전자가 있다고 했을 때, 내 아이에게 얼마나 암 유전자가 전달되고, 실제 암으로 이어질까?
한정우 교수는 "요즘 성인에서 유전성 암에 대한 검사, 예를 들면 BRCA 유전자에 대한 검사를 많이 시행하고 있다. 거기서 유전성 암이 발견되는 경우에 이것이 혹시 아이들한테 유전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반적으로 부모에게 유전자를 하나씩 물려받기 때문에 50%의 확률로 자녀에게 전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50%의 확률로 자녀에게 유전성 암이 생긴다는 말은 아니다.
한정우 교수는 "전달된 유전자가 이상 유전자라 하더라도 그것이 꼭 암을 100% 유발하는 것은 아니고, 각각의 유전성 암 질환 특성에 따라서 어떤 경우는 80%가 암이 되기도 하고, 10% 미만이 되기도 한다"며 각각의 암 특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유전성 암은 언제 의심할 수 있을까. 가족 중 성인에게 호발하는 암인 대장암, 난소암, 유방암, 피부암 등이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시기에 두 가지 이상 발생했을 때가 유전성 암 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는 경우다. 또 부모나 형제 중 45세 이전에 암이 발생한 경우에도 의심해볼 수 있다. 이외에 소아청소년기에 발병하는 다양한 유전성 암이 있다.
부신피질암, 비정형 기형성 횡문근양 종양, 소뇌 신경절세포종, 맥락총암종, 내림프낭 종양, 혈관모세포종, 악성말초신경초종, 간모세포종, 연소형 골수단구성 백혈병, 저배수체형 급성림프구성백혈병, 갑상선 수질암, 속질모세포종/수모세포종, 시신경교종, 난소 세르톨리-라이디히 세포 종양, 흉막폐 아세포종, 뇌하수체모세포종, 송과체모세포종, 망막모세포종, 신경초종, 뇌실막밑 거대세포 별아교세포종, 반신 비대 증후군, 과증식 증후군, 리-프라우메니 증후군,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 신경섬유종증, 결절성 경화증 등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유전성 암을 경험했을 때, 가족암검사는 자녀가 몇 살 때쯤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이것도 각 유전성 암의 특성에 따라 다르다.
한 교수는 "어떤 경우는 유전성 암 유전자를 갖고 있다 해도 20세가 될 때까지 병이 생기지 않는 유전성 암도 있고, 신생아기나 소아기부터 암이 발생하는 유전성 암들도 있다"며 "소아청소년에서 발생하는 유전성 암에 대해서는 (소아기부터)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소아기부터 검사가 필요한 유전성 암은 반신 비대 증후군, 과증식 증후군, 리-프라우메니 증후군,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 신경섬유종증, 결절성 경화증 등이다.
그렇다면 유전성 암이 의심되므로 내 아이에게 바로 유전자검사를 해보는 것이 맞을까? 꼭 그렇지 않다.
한정우 교수는 "정신적, 사회적,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주기 때문에 소아청소년에서 유전자검사를 할 때는 무분별하게 시행하는 것은 추천되지 않는다"며 "만약 유전자 이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20대, 30대, 40대 이후에 생기는 병이라면 굳이 아이들한테 유전자검사를 해서 스트레스를 줄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대로 아주 어린 연령부터 생기는 유전성 암인 경우에는 유전자검사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소아청소년에 관련된 특이한 암이 발생했다거나 암을 유발하는 증후군에 연관된 다양한 동반 증상(발달 지연, 성장 이상, 피부 병변, 혈액질환, 면역결핍증)이나 기형(신체 장기 기형, 뼈 기형, 구개열 등의 안면 기형)이 있다거나 가족력상 강력하게 의심되는 경우에는 유전자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태어날 내 아이에게 암 유전자를 물려주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 착상 전 유전자검사를 통해 배아를 선별하는 기술적인 방법이 있지만 현재는 윤리적 문제 때문에 일부 제한돼 있다.
한정우 교수는 "선별해서 좋은 유전자를 물려주고 안 좋은 유전자를 배제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지만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조작했을 때 매우 큰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법적으로 병이 앞으로 환자의 생명이나 삶의 질에 큰 영향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리스트를 작성해서 그 유전자만 현재로서는 검사를 허용하고 있다"고 현실을 짚었다.
때문에 현재는 법적으로 허용된 유전자에 한해서 임신할 때 착상 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어떤 질병 유전자도 갖고 있지 않은 건강한 배아만을 착상시키도록 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그렇다면 태어난 아이의 몸에 존재하는 암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게 하는 방법이 있을까? 현재의 소아청소년암 발병 관련 학설에 따르면, 소아청소년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유전적 요인도 아니고, 환경적 요인도 아닌 '성장기에 급속하게 장기와 뼈, 근육의 성장이 이뤄지면서 폭발적인 세포 성장과 발달'로 지목된다.
한 교수는 "세포 성장과 발달 과정에서 변형된 세포들이 간혹 생길 수 있는데, 그러면서 암이 발생한다고 생각이 돼 현재로서는 암을 예방하는 방법이 많지 않다"면서도 "일반적으로 건강한 습관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여러 가지 위험요인을 감소시키는 중요한 행동이 된다"고 조언했다.
소아청소년기의 건강습관으로 성인기까지의 암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정우 교수는 "금연이나 금주를 하고 운동을 하고 식습관을 잘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미리 유전성 암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기 때문에 건강습관과 검진 등을 통해 유전성 암을 관리할 수 있다는 긍정적 마인드로 접근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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