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C 2023서 빈다맥스 치료 환경 개선 방안 조명
희귀질환인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성 심근병증(ATTR-CM) 치료제 '빈다맥스(성분명 타파미디스)'가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위험분담에 대한 한국화이자제약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대한심장학회는 지난 14일 제67차 추계학술대회(KSC 2023) 보험 세션에서 빈다맥스의 급여 실패 요인 및 개선 방안에 대해 조명했다.
빈다맥스는 지난 2020년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정상형(wild type) 또는 유전성 ATTR-CM 성인 환자 치료에 허가 받은 희귀질환 치료제다.
화이자는 당시 빈다맥스의 첫 번째 급여 도전에 나서며 필수의약품 지정을 시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2021년 상반기 위험분담제(Risk Sharing Agreement, RSA)를 통해 두 번째 급여 도전에 나섰지만 이 역시 실패했다.
하지만 화이자는 포기하지 않고 빈다맥스의 세 번째 급여 도전에 나섰다. 그 동안 단 한번도 급여기준소위원회조차 넘어서지 못했던 빈다맥스는 작년 9월 급여기준이 설정되며 진일보하는 듯 보였지만, 이후 진행된 경제성평가소위원회와 위험분담소위원회에서 정부를 설득하지 못하고 결국 올 4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비급여' 결정을 받았다.
약평위 평가 결과에 따르면, 빈다맥스의 비급여 결정 요인은 크게 세 가지인데 ▲첫째, 빈다맥스의 임상적 개선 정도가 질환의 유형 및 단계에 따라 달라지고, 이를 분석할 만큼의 환자 수, 관찰 기간을 가진 연구가 없다는 것 ▲둘째, 이 같은 불확실성을 고려해 위험분담소위원회에서 초기 치료 전액 환급형, 이후 단순 환급률 환급형 및 총액 제한형 등을 제시했지만, 제약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 ▲셋째, 경제성 평가 결과 빈다맥스가 비용효과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국내 심장전문가들은 이 중 두 가지 사유에 대해서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날 '빈다맥스 급여화 실패 사례로 본 신약 급여화'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 손정우 교수는 "희귀질환 특성상 모든 유형 및 단계의 임상적 개선 정도를 평가하는 임상연구를 진행하기는 어렵다"며 "기 승인된 국가들에서 지속적으로 세부 유형 및 단계별 리얼월드데이터(Real World Data, RWD)가 발표되고 있는데, 이것들로 보완하는 방향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손 교수는 "경제성 평가는 결국 기존 치료법과 비교해 약제의 가치를 보는 것인데, 빈다맥스의 경우 비교할 만한 기존에 약이 없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또한 희귀질환의 경우에는 경제성 입증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고도 강조했다.
약평위는 비용효과성에 대한 참고 사유로 영국, 스코틀랜드, 캐나다, 호주 등에서의 '비 권고' 결과를 들었는데, 이에 대해 손 교수는 "그에 반해 전세계 36개국에서는 빈다맥스가 보험급여가 적용되고 있으며, 중국을 포함해 7개 나라는 우리보다 국민소득 수준이 낮은 나라도 있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손 교수는 정부가 제시한 위험분담안을 제약사가 수용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평가를 함구했다.
그러나 당시 학회장에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제약사가 위험분담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더해 일부 전문가들은 "제약사가 약가를 깍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빈다맥스의 비싼 약가는 국내뿐 아니라 다른 선진국에서조차 비판에 대상이기 때문.
일례로 올해 미국심장학회(ACC)가 발표한 심장 아밀로이드증(Cardiac Amyloidosis) 관련 전문가 합의문에서는 빈다맥스를 "모든 ATTR-CM에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미국식품의약국 승인 약물"이라고 지칭하면서도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환자를 위한 코페이(copay)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 화이자는 빈다맥스의 약가를 일괄 인하하기보다는 환자들이 부담하는 치료 비용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환자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 같은 프로그램이 적법하지 않다고 봤다. 화이자가 환자부담금을 지원하면, 환자의 약제 사용을 증가시켜 결국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음을 우려한 것.
화이자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적법성을 거듭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올해 초 대법원이 화이자의 항소를 기각하며 결국 해당 환자 지원 프로그램이 불법임을 확실시했다.
국내에서도 빈다맥스의 약가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이날 손정우 교수는 빈다맥스의 급여 여부와 상관 없이 ATTR-CM 환자들의 치료 환경 개선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손 교수는 "설사 빈다맥스가 지금 설정된 급여기준대로 추후 보험급여가 적용된다 할지라도 산정특례가 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현재 ATTR-CM으로 진단이 됐어도 산정특례가 안되는 환자들이 꽤 많은데, 이는 ATTR-CM 진단기준이 기존 (산정특례가 적용되는) 아밀로이드증 진단기준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이와 관련해 현재 질병청이 ATTR-CM을 희귀질환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검토 중이며, 연내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관련기사
- 세계 인구 25세 이상 4명 가운데 1명은 뇌줄중 경험
- 눈 뻑뻑하고 아픈 안구건조증 환자 268만명…‘인공눈물’ 오남용 말아야
- 사랑니 뽑을 적기, 20대 초중반 사이?…사랑니 발치 올댓가이드
- 약 수급 불안정에 환자·의료진 혼란 잦은데…정부, 공개조차 제때 안 해
- 희귀이상운동질환, 치료 불가?…치료 가능한 '윌슨병' 놓치지 말아야
- ‘비후성 심근증’ 알리기에 팔 걷어붙인 의사들
- "소아응급병동 운영, 환자 응급실 체류시간 줄여"
- 고관절 골절 수술 뒤 60% 이상 보행장애…적극적 재활치료 중요
- 임신준비 부부, 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 '산림치유 프로그램' 신청을
- 힘줄 부위도 이젠 시각화…회전근개 정밀진단 'AI 3D 프로그램' 개발
- 심부전, 고령화로 증가세…20대 환자도 최근 5년간 58% 급증
- 심부전 약물의 뒤바뀐 급여 순서…의료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 포퓰리즘이라던 '문케어'…MRI 급여 확대 후 뇌‧뇌혈관 중증 비율 감소
- 장기이식 환자, 카카오톡으로 순천향대천안병원 의료진과 소통
- 서울아산병원 김성훈 교수팀, 글로벌 의료 인공지능 대회서 1위 쾌거
- "뇌종양·유방암인줄 알았는데"…류마티스극희귀질환이었다!
-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치료제 '엑스포비오', 급여 도전 실패
- 유전자치료제 등 희귀질환 영역서 포트폴리오 확장해 나가는 화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