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당뇨병 환자 숙원, 언제 풀릴까
사회적 무관심과 오해 속 정책 엇박자
政, 교육수가 인정 등 지원확대 계획 '주목'
1형 당뇨병은 그 이름 때문에 여전히 많은 오해를 받는다. 2형 당뇨병이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고령자의 전유물인 만성질환이다 보니 1형도 같은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당뇨병 관련 정책도 1형 당뇨병 특성과 환자 상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만들어져 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1형 당뇨병은 식이습관과 생활습관, 연령 등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정확한 원인조차 규명돼 있지 않고, 외부 바이러스를 막는 과정에서 면역체계가 췌장세포를 공격해 버리는 ‘자가면역질환’이라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면역체계가 췌장세포를 빈사상태로 만들어 버려 1형 당뇨병 환자는 췌장 기능이 매우 약하거나 아예 없다.
그래서 혈당 관리도 훨씬 어렵다. 대다수 2형 당뇨병 환자같이 췌장 기능이 약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다시피 하니 환자가 영양소를 섭취하더라도 이를 에너지로 바꿔 줄 인슐린이 아예 생산되지 않는다. 이는 고스란히 잉여혈당으로 바뀌어 환자의 혈관과 장기를 파괴한다. 그나마 외부로부터 인슐린을 주사로 투여하면 관리가 가능한데, 주입량이 조금만 어긋나도 고혈당이나 저혈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혈당의 오르내림은 성장 호르몬으로 인해 저연령대에서 훨씬 급격하다.
하지만 1형 당뇨병을 잘 알고 환자를 볼 수 있는 의료인 자체가 많지 않고, 의료정책 관계자들의 이해도 역시 낮다. 그래서 정책적인 해결 방안을 요구하면 늘 “기존의 (2형) 당뇨병 관리 정책을 잘 수행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됐다. 이러한 문제가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가 지난 3월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다.
이른바 ‘소아·청소년·청년 당뇨병 환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젊은당뇨병법) 검토를 위해 복지위 법안소위에 출석한 관계자는 물론 전문가들도 법 제정에 반대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1형 당뇨병 등 젊은 당뇨병 환자 대상의 관리와 지원은 기존 법체계와 중복된다 ▲다른 만성질환자와 형평성 문제가 있다 ▲고혈압·당뇨병 등록사업(이른바 고·당사업) 등이 시행되고 있으며 전연령으로 확대될 것이므로 별도입법이 필요하지 않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고령 만성질환자 대상의 틀로는 전혀 관리가 안되는 질병인데도 말이다.
지난 2021년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과 사단법인 대한당뇨병연합 등이 준비해 발의한 젊은당뇨병법은 청년기본법에 명시된 34세 이하 청년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적시하고 ▲다양한 난치성 당뇨병 환자를 위한 교육 및 관리 시스템 구축 ▲보장성 확대 강화 ▲사회적 인식 향상 ▲환자에 대한 차별철폐 등이 골자다. 젊은 당뇨병 환자의 특성과 상황을 고려한 보다 실질적이고 종합적인 관리접근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복지위에 계류 중이다.
다양한 직역 전문가 간 연계, 환자 교육 시스템 등 구비돼야
1형 당뇨병 환자은 하루 최소 4~12번 혹은 그 이상 자주 혈당을 측정해야 하고 매끼 식사량과 종류에 맞춰 인슐린 양을 결정하고 자가주입해야 한다. 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방법인 꾸준한 투약, 식사 조절, 운동요법 등으로는 혈당 조절이 안된다. 인슐린 이외 듣는 약제 자체가 없는 게 1형 당뇨병이다.
활동량이나 스트레스 정도에 혈당이 쉽게 영향을 받기도 해 갑작스런 혈당 변화로 실신하거나 최악의 경우 저혈당 때문에 사망하기도 한다. 사춘기를 겪으면서 반항심에 관리 의지 자체를 놓아 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1형 당뇨병 환자를 아이로 둔 부모들이 한시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그래서 1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간호사, 영양사,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직역의 당뇨병 전문가들이 연계와 협력해 환자를 관리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완벽하게 만들어진 병원은 국내에서 서울대 어린이병원이 유일하다.
이 병원 관계자들은 “당뇨병 교육이 비급여인 상태에서, 이렇게 인력을 투입해도 외부 기금이나 후원이 없이 운영이 안된다. 다른 병원에서는 만들 수가 없는 구조”라고 입을 모았다. 어린 나이에 이 병원에서 치료받은 1형 당뇨병 환자 상당수가 성인이 돼서도 아직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
임신당뇨병 환자 건보 혜택 없어…젊은 여성과 미래세대 건강 외면
국무조정실이 지난 2017년 ‘어린이집, 각급 학교 소아당뇨 어린이 보호대책’을 내놓을 때만 해도 환자들과 관련 의료진의 기대감은 컸다. 1형 당뇨병을 비롯한 어린 당뇨병 환자들의 고충에 시선을 둔 맞춤형 정책이 범부처 차원에서 나온다는 것 자체가 전례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각급 학교별로 ‘소아당뇨 어린이 보호 가이드라인’ 개발 등 적잖은 성과가 있었으나, 혈당 관리에 있어 필수적인 보장성은 연속혈당측정기 위주에 머물렀다. 환자 관리에 가장 중요한 교육과 다양한 직역 즉 의료인, 사회복지사, 영양사 등 전문가 간 연계를 통한 관리시스템 구축, 근본적인 인식개선 등은 이루지 못했다.
임신당뇨병 환자 문제는 더 심각하다. 호르몬 이상 등의 이유로 임신부에게 당뇨병이 발생하고 관리가 잘 안될 경우 태아의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임신당뇨병 환자는 건강보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자가혈당측정을 위한 시험지와 인슐린 투입을 위한 주사기 등 일부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2017년 어린이집, 각급 학교 소아당뇨 어린이 보호대책’을 통해 1형 당뇨병 환자들은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 등에 대해서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급여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러나 임신당뇨병 환자는 해당이 안된다.
당뇨병에 대한 지식과 준비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임신부가 침습적인 혈당측정과 인슐린주입을 잘 해내길 기대하긴 어렵다. 이렇게 임신부 상당수가 혈당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임신기간을 버텨내는 실정이다. 임신기간이 끝나면 많은 경우 당장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오니, 사실상 ‘없었던 일’이 된다. 이게 그간 정책적 관심이 낮은 이유로도 작용한다. 하지만 발병 기간 동안 산모와 태아에게 당뇨병이 입힌 상처는 언젠가 발현될 수도 있다.
복지부, 교육상담 수가 인정 등 대책 마련
희망적인 점은 정부가 1형 당뇨병 관련 전향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국회를 통해 밝힌 점이다. 여전히 ‘젊은당뇨병법’ 입법에는 부정적인 기류가 엿보이나 보건복지부는 ▲환자 교육 상담에 대한 수가 인정 등 지원확대 ▲연속혈당측정기 및 인슐린자동주입기 등에 대한 지원금액 확대 등을 내용으로 준비 중이며, 올해 4분기 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제출하겠다고 했다.
환자단체 등은 복지부가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반겼다. 무엇보다 1형 당뇨병 등 질환에 대해 단순히 진단과 투약을 넘어, 교육과 상담 그리고 다양한 직역의 연계를 통한 관리의 중요성을 정부부처가 인정한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안정적인 혈당 관리를 위한 고가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도 그 필요성이 언급됐다.
이에 1형 당뇨병을 비롯한 젊은 당뇨병 환자들에게 어쩌면 미완(未完)으로 남은 지난 2017년 '소아당뇨 어린이 보호대책'의 아쉬웠던 부분이 실질적으로 메워질 수 있으리란 기대도 내비치고 있다. 오랫동안 젊은 당뇨병 환자들을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 대책을 학수고대해 온 당뇨병 전문가들과 환자 그리고 가족들은, 이제 정부의 계획 발표에 모든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임신당뇨병과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언급이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이번 계획에 포함이 될지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이번 정책이 젊은 당뇨병 환자 관련 정책의 방향 자체를 뒤바꾸고, 나아가 그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생명을 지키는 시작점이 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보건복지부의 젊은 당뇨병 대책, 언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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