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노인우울증‧난청‧전립선질환‧배뇨장애, 잘 들으면 알 수 있어
설 명절 연휴 가족들과 오랜만에 만나 빠질 수 없는 대화 주제는 단연 건강이다. 연로하신 부모님과 대화하다 보면 “괜찮아, 나이 들어서 그래.”라는 말씀이 자주 나온다. 이때 노화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해 가볍게 여기면 놓칠 수 있다. 건강 이상 신호일 수 있을 수 있어 잘 챙겨 듣는 게 좋다.
화장실을 하루에 8번 이상 가신다면…전립선질환 배뇨장애
중장년 남성이 반드시 확인해봐야 할 질환이 ‘전립선질환’이다. 전립선암과 전립선 비대증이 가장 많다. 평소와 달리 빈뇨‧지연뇨 등 배뇨장애를 겪고 있다면 반드시 전립선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전립선암과 비대증은 비슷한 증상으로 정확한 검진은 필수다.
전립선질환을 방치하면 방광‧신장기능 악화로 이어진다. 특히 전립선암은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했을 확률이 높다. 배뇨에 불편감을 느낀다면 참지 말고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전승현 교수는 “과거에는 60~70대에 주로 많이 생겼다. 하지만 최근에는 젊은 연령층에게도 전립선질환 발병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50세 이상이면 1년에 한 번 정도 ‘전립선특이항원검사’(PSA)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년 여성 건강을 위협하는 ‘배뇨장애’도 있다. 요실금과 방광염, 야간 빈뇨다. 잠을 자다가 자주 소변이 마려운 야간 빈뇨는 나이가 들수록 많이 생기는 질환이나 스트레스와 면역력 저하, 호르몬 변화 등으로 40~50대 여성에서도 많이 생긴다.
배뇨장애는 소변을 보는 과정에서 보이는 모든 이상 증상을 말한다. 하루에 8번 이상 소변을 자주 보거나, 배뇨시간이 길거나 소변이 새어 나오는 등 배뇨 이상은 폐경 이후 여성이 주로 겪는 질환이다.
특히 야간 빈뇨는 원인에 따라 다뇨‧야간다뇨, 방광저장기능 이상으로 구분한다. 야간 빈뇨가 의심되면 3일 동안 배뇨시간과 양을 기록하고, 요역동학검사와 혈장전해질, 삼투압을 측정해 진단한다. 치료법에는 의식적인 수분섭취 제한 외에 이뇨제‧항이뇨호르몬제를 사용한다.
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이선주 교수는 “야간 빈뇨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다. 하지만, 수면을 방해해 신체 피로를 유발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삶의 질 유지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정 힌트에 기억하신다면…건망증과 치매 구분하기
치매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올라간다. 치매 발병 원인 가운데 70% 정도는 알츠하이머병이다. 초기에는 사소한 기억력 감퇴로 시작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고력‧이해력‧계산능력 등 인지기능 문제로 커진다.
뇌세포 손상이 비교적 적은 초기 치매는 건망증과 증상이 비슷하다. 주변 사람들이 알아채기 쉽지 않다. 가장 좋은 방법은 특정 힌트를 제시해 기억하는지 확인해 건망증과 치매를 구별해보는 것이다.
건망증은 뇌에 정보들이 입력된 상태인 만큼 단서가 주어지면 다시 기억해낼 수 있다. 이에 비해 치매는 정보 입력이 없어 지난 일들을 회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인지저하 상태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기억성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10~15%는 매년 알츠하이머병 치매로 발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박기정 교수는 “치매는 완치가 어려운 질환으로 약물‧비약물 요법을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며 “알츠하이머병의 발병원인은 아직 밝혀진 바 없으나, 우울증과 유전 요인 등이 위험요인으로 손꼽히고 있는 만큼 평소 규칙적인 운동과 식이조절,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예방에 적극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큰 목소리로 자꾸 되묻는다면…노인성 난청
‘노인성 난청’은 나이가 들면서 청력이 서서히 떨어지는 증상이다. 청력 노화는 30대 후반부터 시작한다. 난청은 65세가 되면 4명당 1명, 75세에는 3명당 1명, 85세는 2명당 1명, 95세가 되면 누구에게나 생긴다.
대화 중 상대방 말을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해 자꾸 되묻고 목소리가 커진다면 노인성 난청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난청을 방치하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생기고, 뇌세포가 함께 퇴화해 우울증이나 치매를 일으킬 수 있어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노인성 난청은 청력을 예전 상태로 회복할 수 없고, 노화에 따라 더 나빠진다. 조기에 보청기 착용으로 청각 재활을 시행한다. 보청기는 병력 청취와 이학‧청력‧영상학적 검사로 진단한다. 나이와 귀의 상태, 난청 정도, 생활 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보청기를 선택해야 한다.
보청기를 착용하면 착용하자마자 만족할 만큼 잘 들리지 않는다. 보청기 소리에 적응하는데 6주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인내심과 꾸준함을 가지고 조용한 곳에서 시작해 점점 시끄러운 환경으로 옮겨가며 서서히 착용 시간을 늘리면 소리가 잘 들리게 된다.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여승근 교수는 “노인성 난청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가족들의 정서적 지지도 중요하다”며 “보청기 적응 기간에는 착용에 대한 확신과 용기를 북돋아 주고, 대화할 때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큰 목소리로 또박또박 천천히 대화를 나누면서 사회적 격리감을 줄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욕 없이 여기저기 아프다고 한다면…노인성 우울증
노인들은 신체적 질병은 물론 신경의학적인 변화와 줄어든 사회활동, 경제적 어려움, 사별, 인지기능 저하 등 여러 요인으로 우울증이 생기기 쉽다. 2021년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70~79세 우울장애 1년 유병률은 3.1%로 전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다.
노인들은 정신적인 문제를 부정하거나 숨기기도 한다. ‘우울하다’고 표현하기보다 ‘몸이 아프다’‧‘소화가 안 된다’처럼 신체적인 증상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 신체적 증상을 이전보다 많이 표현하거나 갑자기 무기력해져 외출 빈도가 낮아지고, 평소 해오던 일도 하지 못한다면 노인 우울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노인 우울증은 치매의 위험 요인이고, 자살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노인 우울증을 적극 치료하면 일상생활 기능을 되찾고,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병원 치료와 함께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운동‧금주, 긍정적인 생각, 다양한 사람과 교류, 가족과 사회의 관여와 관심은 노인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선제영 교수는 “노인들은 신체질환으로 이미 다양한 약물을 복용하고 있어 약물치료를 할 때 약물 간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성인 복용량 반에서 시작해 점차 늘려가는 만큼 너무 걱정하거나 기피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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