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끝나는 2월 말 대거 이탈 우려
정부 경고에 “겁주기식, 오히려 화난다”
대학병원들 "길어지면 전임의도 이탈"
인턴과 전공의(레지던트)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정부가 집단행동 금지에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까지 내리며 압박하고 있지만 병원을 나오겠다는 전공의들은 오히려 늘고 있다. 연차를 쓰고 ‘잠시 파업’했던 지난 2020년과 달리 이번에는 1년 이상 쉬겠다며 사직서를 쓰고 있다.
특히 인턴들은 오는 28일 수련교육 기간이 끝나는 시기에 맞춰 사직하고 1년 뒤 전공의 과정에 다시 지원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인기과’ 전공의로 뽑힌 인턴들 중에도 수련 포기 사례가 나오고 있다.
단체행동 양상도 2020년과 다르다. 지난 2020년 전공의들은 연차를 쓰고 병원을 나와 지역별로 모여 집회를 갖는 등 대외적인 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이번엔 수면 아래서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온라인이나 수련병원 또는 의국별 소모임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작성한다. 업무개시명령에 대비해 주 80시간 초과 근무 증거 수집 등 개별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까지 동원해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경고는 오히려 전공의들의 반발심을 키우고 있다. ‘빅5병원’ 등 수련병원 단위 전공의협의회 차원에서 단체행동 참여 여부 조사도 마무리됐다.
경남 지역 수련병원 전공의 A씨는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내놓았다. 이를 해결할 대책을 요구하는 방법 중 하나로 파업 혹은 또 다른 단체행동을 논의하고 있다”며 “당장 파업을 한 것도 아니고 전공의들이 전부 사직서를 낸 것도 아닌데 정부가 겁주기식으로 나오는 것에 오히려 화가 난다”고 했다.
그는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 자체로도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는 법 규정을 적용한다고 하니 사직서를 제출할 생각이 없던 사람들도 ‘가만히 있으면 바보 취급을 당하는 것 아닌가’라고 한다”며 “오히려 전공의들의 반발심만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수련병원 전공의 B씨도 “사직서 수리 금지라는 말은 처음 들었다. 사상 초유의 일에 황당할 따름”이라며 “결국 전공의를 효시(梟示)하겠다는 것인데 화만 더 키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빅5병원에 속하는 대학병원 전공의 C씨는 “정부에서 ‘체포’, ‘구속’ 등의 표현을 서슴없이 사용하며 빅5병원에는 경찰까지 배치하는 것을 보면서 전공의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른 자유로운 개인의 의사 표시도 제한하는 게 21세기 대한민국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공의들은 아파도 병가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고 동료와 환자에게 피해를 줄까 봐 휴가도 마음껏 사용하지 못한다”며 “전공의들이 병가를 내거나 휴가를 내는 것도 법으로 막을 것인가”라고도 했다.
또 다른 전공의는 “이 정부는 아파서 사직한다고 해도 잡아가겠다고 할 것 같다. 해외 토픽감”이라고 했다.
정부 측 인사들이 쏟아내는 발언도 반감을 사고 있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지난 6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노조 같으면 노동 3권이 있지만 의사는 개원의든 봉직의든 집단행동 자체가 불법"이라고 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은 7일 박 차관의 발언이 지난 2020년 당시 복지부 김헌주 국장의 "의사는 공공재" 발언과 같다며 "통제하면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병원들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인다며 우려했다. 한달여 만에 마무리된 2020년과는 달리 그 여파가 1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턴 상당수가 사직하면 당장 오는 3월부터 전공의 1년차 공백이 생기고 그 기간이 길어지면 전임의(펠로우)와 교수까지 이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D대학병원 원장은 “지금 인턴과 전공의들은 사직하고 1년 쉬겠다는 각오다. 지난 2020년에는 연차를 소진해 가며 파업에 참여했지만 지금은 쓸 수 있는 연차도 없는 상황이니 사직하겠다고 한다”며 “2월말까지 수련을 마치고 나서 유급하거나 쉬는 건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년 장기 투쟁을 보고 시작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병원은 폭풍전야다.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준비하는 것 같다”며 "인턴과 전공의 이탈이 전임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전공의들이 사직하겠다고 하면 병원 입장에서도 난감하다. 사직서를 수리할 수도, 안할 수도 없으니 답답하다”며 “복지부에 대책을 물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이런 상황을 생각하지도 않고 무작정 숫자만 지른 정부도 답이 없다”고 비판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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