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누출 판단 대전협·의대협, 새 투쟁 방안 마련
대정부 투쟁에 나선 젊은 의사들이 방식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개별 행동'까지 틀어막는 정부에 맞서 이제는 단체행동을 불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초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단체행동보다 개별 수련병원과 전공의 개인 행동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의과대학 정원 관련 정책 대응을 위해 지난 12일 열린 임시대의원총회에서는 2월 말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고 3월 말 사직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4월 총선을 앞둔 만큼 정부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전공의 사회에서는 장기전을 할 때가 아니라는 반응이 나온다.
'빅5'에 속하는 서울 지역 대학병원 전공의 A씨는 "3월 말 개별 사직은 너무 늦다. 주변 여론도 비슷하다"며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전공의들이 나온 만큼 다 같이 단체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 정부가 '개별 행동'도 단체행동으로 보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투쟁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4일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개별적인 전공의 행동도 사전 '공모'가 있다면 집단적인 행동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사직서 제출이나 인턴의 전공의(레지던트) 미지원 모두 해당한다.
전공의들은 '감수하고 싸우자'고 했다.
또 다른 빅5 대학병원 소속 전공의 B씨는 복지부 브리핑 후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구심점은 없고 행동(사직 시기)은 늦고 개별행동이라도 하겠다는 전공의는 늘고 있다. 정부는 사전 공모까지 들며 뭐가 됐든 단체행동으로 몰겠다고 한다. 어차피 무엇을 하든 단체행동이면 지금이라도 '진짜' 단체행동을 결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북 지역 수련병원 전공의 C씨 역시 "전공의가 뭘 하든 정부는 잡아 가두겠다는 생각뿐이다. 감수하고 싸워야 한다"고 했다. C씨는 "3월 말은 늦다. 이번 달(2월)조차 늦다. 법적 제재를 피하겠다고 시기만 기다리다가 모든 게 흐지부지될 수 있다"고 했다.
새 전략 구상하는 대전협·의대협…"강경 대응하자는 분위기"
대전협이 실제로 대정부 투쟁 방식을 다시 구상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투쟁 전략이 외부에 노출됐고 정부가 '대책'까지 세운 만큼 대전협이 새 투쟁안 마련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동맹휴학이 거론된 의대생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13일 열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임시대의원총회에서도 동맹휴학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4일 복지부 브리핑에서 정부가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의대협은 15일 임총 결과를 공표할 예정이었다.
'의료정책 대응TF(정책TF)'를 설치한 의대 소속 의대생 D씨는 청년의사에 "대전협과 의대협 모두 투쟁 방안 재구상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D씨가 밝힌 의대협 전달 사항에 따르면 대전협은 전공의의 사직서 제출 현황이나 근무 여부 등 정보가 유출됐다고 보고 있다. 의대협은 전언에서 "현재 전공의와 의대생 정보가 유출된 상황"이라며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도 병원마다 상황이 다르다. 사직서 제출 이후 근무 여부도 병원마다 상이하다. 현재 대전협은 해당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판단해 다시 투쟁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의대협도 "모교 병원 전공의 대표와 긴밀하게 논의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했다. 투쟁 방침은 의대협 차원에서 40개 의대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그 후 정식적으로 의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D씨는 "임총이 열린 지난 13일부터 의대들이 자체적인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과반수 의대가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단체행동 여부나 방식을 두고 "임총에서 단체행동을 '의결'까지 했는지는 불확실하다. 의대 대표마다 입장이 다른 것으로 안다"고 했다.
D씨는 "(15일 의대협 발표에서) 수업 거부를 하면 수업 거부만 하고 다른 대응은 하지 말자는 곳도 있고 발표와 관계없이 강경 대응하겠다는 곳도 있다"고 했다.
의료정책 대응TF를 설치한 또 다른 의대 소속 의대생 E씨는 "자세한 사항은 밝힐 수 없다"면서 "다만 모든 의대생이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의대생이 강경하게 나서야 할 때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관련기사
- 무과실 의료사고 국가보상 ‘소아의료’ 확대, 의학적 입증 난항
-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시장은 '춘추전국시대'…경쟁 치열
- [박종훈의 골육(骨肉)종 이야기] 늘 가슴 졸이는 의사
- “장(腸)을 보면 다 안다”…장건강, 면역력‧정신건강에 중요
- 수술 전 ‘섬망’ 있으면 수술 후 섬망 환자보다 생존율 낮아
- 뇌졸중치료체계 흔들흔들…뇌졸중학회, "빅5병원조차 의료진 채용난"
- 고콜레스테롤혈증 있는 임신부에 쓸 수 있는 치료제가 없다
- 비소세포폐암, 세포 돌연변이 따라 치료 효과 달라
- 건강한 장에서 유익균 추출해 이식?…과민성장증후군 효과적 균주 규명
- 손아귀 힘 '악력' 약할수록 당뇨병 발생 위험 높다!…"근감소증 예방을"
- 의대 정원 증원 논란 속 사직하는 인턴들…단체행동 안 되면 '개별행동'
- 한국인 성인 비만율, 이젠 40% 육박…남성은 절반이 비만
- 최근 10년간 2배 이상 증가한 '틱장애'…신규 틱장애 환자 42% '성인'
- 한미 합작으로 mRNA 기반 고형암치료제 개발 속도낸다
- 치료 성적 나쁜 '미분화 갑상선암' 암대사 회로 중 '차세대 항암 타깃' 발굴
- 갑자기 청력 앗아가는 '돌발성 난청', 최근 증가세…"7일 이내 치료를"
- 국내 첫 피부암 진단 AI 솔루션 상업화 목전…“악성암 감별 민감도 입증”
- 결석 없는 담낭염이 더 위험…조기 담낭절제술 받으면 예후 개선
- 야간뇨, 생활습관 바꿔도 여전하다?…만성신부전·전립선비대증 의심을
- 거리로 나서는 전국의 의사들…"의대 증원 반드시 막는다"
- 신약 나왔는데 '그림의 떡'…"골수증식성 혈액암 신약 '베스레미' 급여를"
- 순천향대천안병원, 자문형 호스피스 전문기관 지정
- ‘빅5병원’ 전공의 2000여명 사직 현실화…다음은 전임의?
- 하루에 물 2ℓ 마셔야 한다⁉…“NO, 다 좋은 거 아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