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김종만 교수팀
작은 간 '좌엽' 이식해 기증자 안전 보장
환자 몸에서 이식 간 키운 뒤 '2차 수술'
간암 말기나 자가면역성 간염과 같은 희귀질환을 앓아 간이식이 필요한 환자에게 이식할 적합한 간을 찾는 게 쉽지 않은데, 작은 간을 이식해 환자의 몸속에서 키워 간 기증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치료법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제시돼 관심이 집중된다.
간은 우엽과 좌엽으로 나뉘는데 우엽이 차지하는 비중이 60% 이상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크기가 큰 우엽을 잘라 이식하는 게 일반적이다. 기증자 부담을 고려하면 좌엽을 이식하는 게 낫지만, 크기가 작은 좌엽을 이식하면 수혜자의 몸에서 충분한 간기능을 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그런데 기증자의 작은 간 '좌엽'을 이식해 수혜자의 몸속에서 키워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제시된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이식외과 김종만 교수팀이 작년 11월 국내 최초로 생체 기증자 소형간 좌엽 이식술을 시도해 성공적인 치료 결과를 냈다고 27일 발표했다.
김종만 교수팀에 따르면 첫 좌엽 이식 환자는 자가면역성 간염으로 간경변이 있었고, 우엽에는 간세포암도 있었다. 간세포암은 고주파 열치료를 했으나 간암 재발이 우려돼 이식이 절실했다.
김종만 교수팀은 이 환자에게 적합한 생체 기증자가 있어 기증자의 간 좌엽을 이식하기로 했다. 기증자 간 좌엽을 복강경으로 떼어 확인한 결과 절제한 좌엽 용량은 320g으로 수혜자 몸무게의 0.6%에 불과했다. 일반적으로 이 수치가 0.8% 미만이면 수혜자의 위험부담이 크다고 본다.
이에 김 교수팀은 수혜자의 중간 간정맥 구멍을 포함한 좌측 간미엽을 절제하고, 중간 간정맥과 이식 간의 중간 좌측 간정맥을 문합하는 방식으로 간을 이식했다. 수혜자 간과 이식 간의 좌측 간문맥 및 간동맥도 문합하고, 우측 간문맥을 잘라 혈액을 주입하고 수술을 마무리했다.
수술 후 7일째 되던 날 수혜자 CT검사 결과 이식 수술 때보다 이식 간의 용량이 45.3%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좌엽이 자라나 제 기능을 하는 것을 확인하고, 간세포암이 있던 수혜자의 간 우엽을 절제하는 2차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후 합병증도 전혀 없었다.
김종만 교수는 “적절한 생체 기증자 없이 뇌사자 간 이식만을 기다리던 중증 간질환 환자들에게 생체 기증자의 작은 좌측 간을 활용해 완치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 새 희망을 제시했다”며 “기증자 안전성이 확보된 수술로 수혜자와 함께 치료 후 삶의 질이 보장돼 더 많은 환자들이 완치될 수 있는 선택지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