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 박종훈 교수

암 환자 수술에 있어서 중요한 신경과 혈관을 살리기 어려운 경우 절단술이라는 것을 해야만 할 때가 있다. 과거에는 흔하게 하던 수술이 최근에는 약물치료가 발달하고 수술 기법이 향상되면서 드문 수술이 되었으나 그래도 여전히 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몇 달 전, 팔꿈치 위에 발생한 악성 종양 수술을 받은 환자는 내게 절단을 해도 좋으니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옳은 판단이다. 그런데 이런 판단을 하는 분은 의외로 많지 않다. 대퇴골에 발생한 연골 육종을 수술한 지 반년 만에 근육에 재발한 환자는 재수술을 설명하는 내게 절단은 안 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40대의 남자분인데 그렇다. 상지 상완골에 발생한 육종을 수술한 지 4년 만에 재발한 74세의 환자도 절단술은 안 하겠다고 한다. 절단에 대한 환자들의 거부감은 매우 강하다. 아마도 유교적 문화에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오래전이다. 고관절까지 침범한 암 때문에 골반에서 절단해야만 하는 환자가 있었다. 골반에서의 절단은 수술 자체도 어렵지만, 심적으로도 집도의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수술이다. 떼어낸 골반의 반과 다리를 보면서 문득 ‘저 다리는 이 환자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진 때도 그 생각이 떠올랐는데 환자는 여전히 수술 전 그 사람이다. 그렇지. 육체는 내가 아닌데.

오늘도 절단을 권해야만 환자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절단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설명했는데, 안 하겠단다. 지난 삶이 너무 힘들었고, 앞으로도 힘든 삶일 것 같아서 그냥 포기하겠다고 한다. 말문이 막힌다. 그래도 수술만 하면 건강하게 살 수도 있고, 요즘은 의족이나 의수가 좋아서 괜찮을 수 있다고 설명해도 요지부동이다가족들과 잘 상의해 보시라고 하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다. 결정이 너무 늦으면 안됩니다라고.

절단술은 교과서에 매우 좋은 수술이라는 문구가 있다. 환자도 의사도, 누가 절단 수술을 좋아할까? 그런데 교과서에 그런 문구가 있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요즘은 수긍이 간다. 의사 스스로 절단술을 부정적으로 본다면 환자에게 어떻게 설명할까? 그렇게 꺼림직해 하는 절단술이지만 오랫동안 수많은 수술을 받았던 암 환자는 정작 수술을 받은 뒤에는 만족해하는 것이 절단술이기도 하다.

사실 절단술은 삶의 의지가 강한 환자가 선택할 수 있으니 암 치료를 위해 그런 수술을 받은 분들은 존경받아야 한다. 그나저나 나는 무슨 운명을 타고났기에 남의 팔다리를 잘라야만 하는 직업을 가진 것일까?

박종훈 교수
박종훈 교수

박종훈 교수는 1989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7년 정형외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세부 전공은 근골격계 종양학으로 원자력병원 정형외과장을 거쳐 2007년부터 현재까지 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에서 근골격계 종양환자 진료를 하고 있다. 2011년 일본 국립암센터에서 연수 했으며, 근골격계 종양의 최소수혈 또는 무수혈 치료에 관심을 갖고 있다. 고대안암병원장과 한국원자력의학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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