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 박종훈 교수

드물게 뼈에 생긴 암이 아무런 사전 증상이 없다가 골절을 일으키면서 정체를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대개는 외상 전공의 정형외과 의사가 진료하고 수술까지 하게 되는데 최근의 골절 수술은 예전과 달리 골절 부위를 열어보지 않고 최소 침습으로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병적 상태에서의 골절이 간과되곤 한다. 과거처럼 육안으로 골절 부위를 확인했다면 이상하다는 것을 알 텐데 수술 기법이 발달하면서 이런 문제가 생긴다.

문제는 수술 후부터다. 암이 간과됐으니 골절 수술이 잘 된 것으로 알고 있다가 대개는 수개월 후에 골절 부위에서 일반적인 골절 치유 과정과 달리 유합이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뼈가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나면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이 드러나고 종양 전문가에게 의뢰된다. 이 경우 치료는 그야말로 난항에 빠지는데, 골절되면서 암세포가 주변으로 폭죽 터지듯 터져서 오염이 됐으니 골절부 주위로 재발이 빈발하게 된다.

55세 남자, 2개월 전에 모 대학병원에서 대퇴골 골절 진단 하에 골수강 내 고정술이라는 수술을 받았다. 골절 수술로만 본다면 썩 잘된 수술이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통증이 완화돼야 하는데 나날이 심해지더니 급기야 수술 부위의 뼈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종양 전문가에게 의뢰돼서 광범위 절제를 하고 종양 대체물을 삽입한 종양 수술을 받았다. 이렇게 끝났으면 happy ending인데 수술 부위 주변으로 2달이 멀다 하고 근육 내로 종양이 재발해서 끝내 내게 의뢰됐다.

젊은 사람에게서 대퇴골 골절은 상당한 외력이 작용해야 가능한 일인데 이 환자의 경우는 별 외상 없이 툭하고 부러졌다는 것이다. 되짚어보면 종양에 의한 골절을 의심해 볼 만하지만, 당시의 X-ray를 보니 전혀 암에 의한 골절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게다가 외상 전문의에게는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일이니 알아채기보다는 간과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일지 모르겠다. 병적 골절의 경우 처음부터 암이 원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해도 사실 예후가 달라질까 의구심도 있다. 어쨌거나 반복되는 재발이 문제다.

하도 근육을 떼서 허벅지는 건강한 허벅지의 1/3 정도만 남았다. 내게서만 수술을 3회나 받았는데 마지막 외래서 보니 또 재발했다. 재발을 미리 알 수는 있지 않을까? 불가능하다. 재발이 돼야 알 수 있지 사전에 알 수는 없다. 떼고 또 떼고 그 수밖에는 없는데 여기서 나의 고민은 이런 식으로 진행되다가는 언젠가 폐로 전이될 것이고 그때는 생명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느 순간이 되면 재발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하는데 방법은 마지막 재발 부위 상부에서의 절단뿐이다.

“이번에도 재발 부위 수술은 하는데 말이죠, 계속 이렇게 수술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교수님, 그러면 절단을 해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지요, 생명이 중요하니까요. 아직은 이 암이 고만고만하지만 언젠가는 괴물로 둔갑을 할 거예요. 그 전에 쳐내야 하지요.“

그러자 씨익 웃으면서 ”교수님. 저 그냥 이렇게 치료받다가 죽으렵니다. 괜찮습니다.“

이런 경우, 할 말이 없다. ‘그러세요, 그러면’이라 말 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 그저 또 한 번 수술하고 다음의 행운을 기다릴 수밖에. 의사, 참 고약한 직업이다.

 

박종훈 교수
박종훈 교수

박종훈 교수는 1989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7년 정형외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세부 전공은 근골격계 종양학으로 원자력병원 정형외과장을 거쳐 2007년부터 현재까지 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에서 근골격계 종양환자 진료를 하고 있다. 2011년 일본 국립암센터에서 연수 했으며, 근골격계 종양의 최소수혈 또는 무수혈 치료에 관심을 갖고 있다. 고대안암병원장과 한국원자력의학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대한병원협회 산하 한국병원정책연구원장을 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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