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주최·한국코헴회 후원…혈우병 건강토크쇼 열려
장맛비 속에서도 혈우병 A형·B형 환자들 30여명 참석
세브란스병원 한승민 교수·명지병원 김현수 교수 강연
코헴회 박한진 회장 "혈우병도 얼마든지 정복할 수 있어"
국내 2300여명에 불과한 희귀질환 혈우병 환자들이 질환을 극복하고 한 사람의 사회 구성원으로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몸과 마음의 근육을 키울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혈우병은 전세계적으로 1만명당 1명의 비율로 발생하는 희귀난치질환이다. 국내 혈우병 발생률은 혈우병A가 5.000명 당 1명, 혈우병B가 3만명 당 1명으로, 한국혈우재단 혈우백서에 따르면 혈우병A 환자는 1,778명, 혈우병B 환자는 446명이다.
특히 이 자리는 혈우병 중에서도 환자수가 적어 극희귀질환이라 불리는 혈우병B를 중심으로 질환에 대한 강의가 이어져 그동안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혈우병B 치료법 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다.
이번 행사는 암·희귀질환 전문매체인 코리아헬스로그가 주최하고 한국코헴회가 후원했다.
지난 17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서울 종각역 부근 교원투어 빌딩에서 <혈우병, 몸과 마음의 근육을 키워야 이긴다>라는 주제로 열린 건강토크쇼에는 장마로 인한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혈우병 환자와 보호자 3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세브란스병원 소아혈액종양과 한승민 교수는 '혈우병 제대로 이해하기(혈우병B를 중심으로)'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몸의 근육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강의했다.
한승민 교수에 따르면 혈우병 치료제가 없어 수혈로 치료하던 때를 제외하고 혈장 유래 응고인자가 개발되면서 치료의 목표는 출혈 횟수 감소, 통증 감소, 부작용의 효과적인 치료였다. 하지만 최근들어 효과좋은 다양한 치료제들이 개발되면서 치료의 목표는 출혈 횟수 제로, 미세출혈 잡기, 운동 가능, 질환이 없는 것과 똑같은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한승민 교수는 "과거에는 출혈을 감소시키는 게 목표였지만 이제는 출혈 제로, 미세출혈까지도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있다"며 "미세출혈을 잡아야 운동을 할 수 있고, 일상생활에도 제한이 없어 질환이 없는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응고인자제제에 이어 유전자재조합 치료제가 나오면서 예방요법이 정립됐다고 했다.
한승민 교수는 "지혈이 늦어질 경우 관절손상 등 출혈로 인한 후유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중증 및 중등증 환자들에게는 예방요법이 권장된다"고 했다.
혈우병B 환자들의 경우 예방응고인자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도 했다. 또한 반감기 연장 약제, 비응고인자 약제, 유전자 치료 등 새로운 치료기술이 곧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혈우병B 반감기연장 약제로는 사노피의 '알프로릭스'(2017년 5월 국내 승인)와 CSL베링의 '아이델비온'(2018년 3월 국내 승인)이 있으며, 아이델비온의 경우 7월부터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해졌다. 노보노디스크 '레비닌'의 경우 2017년 5월 미국에서만 승인됐다.
혈우병B 유전자 치료제로는 CSL베링의 '헴제닉스'가 2022년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돼 시판 중이다. 화이자의 빅베츠도 올해 미국 허가를 획득했다.
한 교수는 "유전자치료제의 경우 1번의 치료로 혈우병을 치료할 수 있는 좋은 치료제 중 하나"라면서도 "AAV에 대한 항체가 없는 환자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환자마다 최종 도달하는 응고인자 농도가 다르며 지속적에 대한 데이터가 아직 부족하고 장기적인 합병증, 부작용에 대한 결과를 모른다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0년 넘게 치료가 유지되는 환자들의 보고가 있다는 점에서 혈우병은 완치가 가능해지고 있는 병임에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질환으로 인해 힘든 환자들의 마음근육 키우기를 중심으로 강연에 나선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현수 교수는 1년 전 대장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자신의 고통에 빗대어 강연장을 찾아준 혈우병 환자들에게 긍정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당부했다.
김현수 교수는 "우리가 몸이 아픈 것은 잘 받아들이는 반면 마음이 아픈 데 대해서는 잘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며 "사실 병 자체도 힘들지만 병을 받아들이는 마음, 투병하는 과정에서의 마음과 용기 때문에 더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한 혈우병 관련 사이트에 따르면 혈우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47%가 '출혈이 나면 어떡하지' 등의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불안은 혈우병 환자들이 갖는 외로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혈우병이 유전성질환이다보니 결혼을 포함한 미래에 관해서도 굉장히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헤모필리아 프리 마인드'라는 말처럼 혈우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마음으로 사는 게 병을 이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병 과정에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이 한사람이라도 있어야 한다"며 "자신의 상태를 이해해주고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냐, 없냐가 투병과정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주변에 자신을 지지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들라"고 말했다.
또한 '원영적 사고', '흥민적 사고'라는 말처럼 비관적으로 생각하기보다 항상 긍정적 사고를 하는 마음가짐을 갖도록 하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행사를 후원한 한국코헴회 박한진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옛날보다 치료환경이 너무나 좋아졌다"면서 "그런 것을 생각할 때 혈우병도 얼마 있으면 우리가 함께 할 일반질환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박 회장은 "치료에는 좋은 약이 있는 것이 중요하지만, 우리의 몸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혈액 문제로 인해 관절이나 정신적인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의 강의와 토크를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고, 마음과 근육의 건강을 되새긴다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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