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신약 중 가장 고가인 듀피젠트…타 약제보다 2배 가량 비싸
교체투여 시 100% 부담 탓 고가약 우선 처방…건보재정 낭비 초래
효과 적고 부작용에 교체 필요하나 건보 혜택 포기 못하는 환자들
심평원 강미영 부장 "교체투여 후속조치 중…약가인하 등 필요"

지난 21일 중증아토피연합회와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가 후원한 ‘중증 아토피피부염의 치료환경 개선 방안’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21일 중증아토피연합회와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가 후원한 ‘중증 아토피피부염의 치료환경 개선 방안’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중증아토피피부염 치료제 시장에서 생물학적제제인 '듀피젠트'의 점유율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위해서라도 교차투여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건강보험제도가 제일 비싼 약을 제일 많이 쓰도록 유도하는 측면이 있어 교차투여를 통해 건강보험재정을 절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실에 제출한 중증아토피피부염 치료제의 청구현황에 따르면 2024년 6월말 현재 중증아토피피부염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총 1만205명이며, 요양급여비용은 728억여원이다.

중증아토피피부염 치료제의 청구현황(2021년부터 2024년 상반기)
중증아토피피부염 치료제의 청구현황(2021년부터 2024년 상반기)

이 중 듀피젠트를 투여하고 있는 환자는 무려 8,455명이다. 중증아토피 치료제 중 가장 먼저 급여가 적용된 지난 2021년 듀피젠트를 처방 받은 환자는 3,293명이며, 2022년 4,992명, 2023년 7,542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2022년 5월 한국애브비의 린버크(유파다시티닙), 릴리의 올루미언트(바리시티닙)가 급여되기 시작했지만 2022년 중증아토피 환자 5,374명 중 90%가 넘는 환자들이 듀피젠트를 처방 받았다. 2023년과 2024년 상반기에는 처방률이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80%가 넘는 처방률을 기록하고 있다.

듀피젠트의 뒤를 린버크와 올루미언트, 2023년 7월에 급여적용된 화이자의 시빈코(아브로시티닙)가 추격하고 있지만 3가지 약제를 합해도 20%에도 못미치는 성적을 보이고 있다. 린버크와 올루미언트, 시빈코는 모두 JAK억제제들이다.

그러나 학계 및 업계에서는 가장 먼저 건강보험이 적용된 사노피의 듀피젠트가 중증아토피 치료제 시장을 독주하고 있는 것은 치료제의 효능을 떠나 불합리한 건강보험 급여기준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의 건강보험제도에서는 제도적으로 특정 치료제로의 쏠림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재 중증아토피 치료제의 경우 약제간 교차투여가 허용돼 있지 않다. 어떤 약제가 개개인에 맞는 치료제인지 알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약제를 처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중증아토피 치료제는 교차투여가 허용되지 않아 약제가 효능이 없거나 부작용이 있는 경우 약을 교체하게 되면 환자가 100%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부작용이나 효과가 적어 약을 교체해야 하는 경우를 고려해 약값 100% 부담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듀피젠트를 먼저 처방받는 게 환자들로서는 유리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듀피젠트를 먼저 처방 받았다 린버크로 약을 교체한다면 듀피젠트 약값의 절반만 부담하면 되지만 저렴한 린버크를 급여로 처방받았다가 듀피젠트로 교체를 하게 되면 듀피젠트를 100% 부담해야 한다. 현재 생물학적제제인 주사제 듀피젠트는 약값이 월 140만원 정도지만 JAK억제제인 경구제 린버크는 월 60만원 정도다.

결국 교차투여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현재의 급여기준이 제일 비싼약을 제일 많이 쓰도록 유도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면에서도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중증아토피 치료제 현황(자료: 중증 아토피피부염의 치료환경 개선 방안’ 정책토론회 자료집 발췌)
중증아토피 치료제 현황(자료: 중증 아토피피부염의 치료환경 개선 방안’ 정책토론회 자료집 발췌)

지난 21일 중증아토피연합회와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가 후원한 ‘중증 아토피피부염의 치료환경 개선 방안’ 정책토론회에 지정토론자로 나선 중증아토피연합회 박조은 대표도 "중증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비급여로 혹시라도 생물학적제제나 JAK억제제를 사용하게 될 것을 고려해 산정특례로 급여 치료를 받을 때 가장 고가의 약을 선택하게 된다"며 "교차투여가 허용된다면 환자들이 첫 약을 선택할 때도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약을 선택하고, 효과가 없다면 편한 마음으로 다른 약을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아토피피부염학회 한태영 보험이사(노원을지대병원 피부과)도 "약제마다 약효 달성률이 다르다. 어떤 약은 80%까지도 가지만 60%나 40% 밖에 되지 않는다. 80% 달성률이라고 할 때 20%는 치료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치료목표를 달성하지 못함에도 교차투여가 막혀 고가약제를 지속 사용하는 것은 건강보험 재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듀피젠트가 80%라는 압도적으로 처방되고 있는데 듀피젠트는 약제들 중 가장 비싸다. 그런데 듀피젠트를 쓰고 있는 환자들 가운데 가끔 부작용이 생겨 약을 교체하고 싶어도 교차투여가 안돼 교체를 못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서 "그런 분들이 교체할 수 있다면 건강보험 재정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강미영 약제관리부장은 "제도가 특정약 처방을 유도한다기보다 가장 먼저 들어온 약이 듀피젠트여서 가장 많이 처방될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교차투여 허용 요구에 대해서는 "지난 9월 초 학계 의견과 임상 현실을 반영해 전문가들과 생물학적제제와 JAK억제제 교차투여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면서 "후속 조치가 진행될 예정이다. 약가인하 등의 문제가 있어 다소 시간은 소요될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환자단체나 아토피피부염학회에서 요구하는 양방향 교차투여가 아닌 생물학적제제에서 JAK억제제간 교차투여가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강 부장은 "생물학적제제와 JAK억제제간 교차투여는 어느 정도 근거가 확실하지만 생물학적제제 계열 안에서나 JAK억제제 계열 내에서의 교차투여에 대해서는 아직 근거가 약한 부분이 있어 임상 현실을 보면서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이날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아토피피부염학회 최응호 회장은 다시한번 생물학적제제와 JAK억제제간, 같은 계열간 교차투여 허용 당위성을 피력했다.

최응호 회장은 "생물학적제제와 JAK억제제간, 생물학적제제간, JAK억제제간 모두 교차가 이뤄질 수 있어야 진정한 교차투여"라면서 "심평원에서는 임상적 근거 운운하며 무작위 이중맹검 데이터를 요구하는데 이미 허가되고 급여까지 적용되고 있는 약제에 어느 제약사가 막대한 돈을 들여 교차투여에 대한 이중맹검 연구를 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회장은 "실제 제 환자 중에 듀피젠트를 쓰다가 효과가 없어 다른 약으로 교체를 원한 사람이 있었는데 린버크로 교체하고 난 뒤 증상이 깨끗하게 사라졌다. 건강보험이 적용안되다보니 100% 자기부담으로 월급을 고스란히 약값에 사용하고 있다"면서 "이중맹검 자료를 요구하는데 실제 환자들을 보는 전문가 의견이 바로 근거"라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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