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김효송 교수에게 듣는 '연부조직육종'
희귀암 '연부조직육종', 새로운 치료 기회 만드는 것 중요해
아형·유전자 변이 등 종양 생물학적 특성 맞춰 치료 시도돼
생존기간, 전이 환자 대부분 12개월…연구 참여자 2년 이상

우리 몸의 여러 장기와 더불어 우리 몸의 조직을 지지하고 결합해주는 근육, 연골, 지방, 혈관, 신경, 힘줄, 인대, 섬유조직 등 전신 어디에든 생기는 암이 있다. '연부조직육종'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악성종양이 그것이다. 연부조직육종은 대표적 희귀암이다. 2010년 전후 기준 연간 950여명의 신규 환자가 나온 연부조직육종은 현재 정확한 환자 발생 추계가 없는 상황이지만 과거 보다 환자 규모는 더 커졌을 것이라고 예측된다.

그간 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연부조직육종의 세부 아형이 100여종에 이른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의료기술의 발달로 과거보다 연부조직육종에 대한 진단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예전 기술로 진단을 놓쳤을 연부조직육종 환자까지 진단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까닭이다. 연부조직육종의 체계적 진단·치료 시스템 구축에 앞장서고 있는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김효송 교수를 만나 연부조직육종의 국내 진단·치료 현실에 대해 들어봤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김효송 교수.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김효송 교수.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 연부조직육종은 무척 생소한 암이다. 어떤 암인가? 

우리 몸의 지지조직인 근육, 지방, 연골, 혈관, 신경, 힘줄, 인대, 건, 섬유조직 등 연부조직(soft tissue) 등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을 연부조직육종이라고 한다. 또 흔히 위에 생기면 위암, 폐에 생기면 폐암, 방광에 생기면 방광암, 자궁내막에 생기면 자궁내막암 등으로 알고 있지만, 이같은 장기에 생겨도 위암도, 폐암도, 방광암도, 자궁내막암도 아닌 '육종'으로 별도 분류되는 암이 있는데, 이것도 연부조직육종이다. 

그런데 연부조직육종은 한 가지 종류의 암이 아니다. 포상연부육종, 지방육종, 활막육종, 평활근육종, 영아형 섬유육종 등 100가지 정도에 이르는 수많은 세부 아형으로 나뉘며, 현재까지도 연부조직육종의 세부 아형은 계속 추가되고 있다. 최근에도 연부조직육종 아형에 대한 논문 하나가 더 나왔는데, 그것까지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면 연부조직육종 세부 아형이 더 늘어나게 되는 것처럼 계속 업데이트되는 상황이다.  

- 국내 연부조직육종 환자 규모는 어느 정도이고, 국내 연부조직육종 환자 추이에 변화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국내 연부조직육종 환자 규모는 정확히 모른다. 워낙 희귀암이어서 국가중앙암등록통계에도 데이터가 없다. 다만 연부조직육종에 대한 논문을 내면서 건강보험 자료를 토대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환자 규모를 한 번 확인한 적이 있는데, 8년간 총 7,800명 정도의 환자가 확인됐다. 연간 950여명의 환자가 나온 것인데, 최근 의료기술이 발달돼 진단 정확도가 더 높아지면서 지금은 환자가 조금 더 늘지 않았을까 추정한다.   

- 연부조직육종의 원인으로 밝혀지거나 주요 위험요인으로 알려진 것이 있나?

대부분의 연부조직육종은 원인을 모른다. 다만, 5~10% 정도의 연부조직육종 환자는 유전적인 원인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신경섬유종증 환자의 원인 유전자로 알려진 'NF1유전자 변이'가 대표적이다. 또 아주 드물게 방사선치료 후 5~10년이 지나 이차성으로 연부조직육종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Human Immunodeficiency Virus)에 감염된 사람에게 잘 생기는 카포시육종이라는 것도 있다. 

- 연부조직육종 환자의 인구학적 특성이 있나?

연부조직육종은 한 가지 종류의 암이 아니라, 100여종의 암으로 구성된 매우 이질적인 종양군이다. 그 중에는 영아형 섬유육종 같이 발병 연령에 뚜렷한 차이가 있는 연부조직육종 아형이 있다. 또 다른 암종에 비해 소아청소년기에 호발하는 횡문근육종, 활막육종, 유잉유사육종(Ewing-like sarcoma) 같은 연부조직육종 아형이 많아서 일반적인 암의 인구학적 발생 연령보다 좀 더 젊은 경향이 있다.

이런 젊은 연부조직육종 환자는 길게는 치료 후 50년 이상을 사는 까닭에 치료할 때 생존 이후의 삶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39세 이하의 연부조직육종 환자는 생식능력, 성장 등을 비롯해 심리사회적 기능까지 염두해 두고 장기 부작용과 2차 암의 위험을 고려해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수적인 것이다. 대표적으로 치료 전 가임력 보존 상담 등이 젊은 연령층의 연부조직육종 환자에게 꼭 필요하다.    

- 연부조직육종은 발생 위치에 따라 증상이 다양할 것 같은데, 어떤 증상이 흔한가? 이때 어떻게 해야 조기 진단이 가능한가?

연부조직육종은 증상이 없고 초기엔 기능장애도 없어서 사실 증상만으로 발견하기 쉽지 않다. 현재 조기 진단되는 연부조직육종 환자는 전체 환자의 30% 수준인데, 이들은 운 좋게 건강검진을 하면서 거의 진단된다. 다만 얼굴, 팔다리 같은 곳에 생기는 연부조직육종은 뭔가 만져지면서 발견할 수 있다. 얼굴, 팔다리 등 피부 겉면에 뭔가 올라오는 것이 있고, 그것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있으면 초음파검사를 통해 암일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해볼 것을 권한다.     

- 연부조직육종은 조직검사에서 병리학자 간 불일치가 50%까지 관찰되고, 30%의 환자가 진단이 수정될만큼 의료기관 사이에 진단 부정확도가 높은 암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 진단 과정에서 어떤 문제들이 생기고 있고, 진단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사실 초음파검사를 통해 피부 겉면에서 확인된 연부조직육종 중 일부는 2차 병원에서 양성종양으로 판단하고 절제한 뒤 조직검사에서 악성종양으로 의심돼 대학병원으로 보내지곤 하는데, 이때 수술 절제 부위에 악성종양이 남아있어 재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는 등 사실 예후에 악영향을 주는 일이 있다. 우리나라는 의료 접근성이 아주 좋지만, '희귀암' 연부조직육종은 전문 의료진이 아주 적어 이같은 일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사실 연부조직육종은 전문의료진이 있는 대학병원에서조차 정확한 진단이 쉽지 않다. 연부조직육종은 100여종의 아형이 있는데, 이 중에는 특정 유전자가 확인될 때 특정 연부조직육종 아형으로 진단한다는 진료지침도 의료기술의 발달로 나와 있다. 그런데 진단 과정에서 희귀암인 연부조직육종이 아니라 호발암인 폐암, 위암 등으로 생각해 유전자검사인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 차세대염기서열분석) 검사를 하면 정확한 진단을 놓칠 수 있다. 

지금 NGS 검사는 전체 고형암을 포함해 보편적인 유전자 패널이 들어가 있는 것이지 육종에 들어가야 할 유전자 패널이 다 들어간 게 아니다. 흔히 현재 병원에서 많이 하는 NGS 검사에는 SYT-SSX 유전자 융합 같이 육종 특이 유전자가 포함돼 있지 않다. 그런데 최근 진료지침이 MDM2나 CDK4  증폭 유전자 변이가 나올 때 지방육종으로 진단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SYT-SSX 유전자 융합도 유전자검사에서 확인돼야 활막육종으로 진단하게 돼 있다. 

육종에 특화된 유전자 패널이 담긴 NGS 검사를 하지 않으면 일부 연부조직육종 아형 환자는 정확한 진단을 놓친다. 그것만이 아니라 그 유전자에 특화된 치료법이 있는 경우에는 좋은 치료 기회도 잃게 된다. 지금 연부조직육종은 진단 과정에 유전자검사가 필수다. 그런데 검사 비용 때문에 유전자검사를 하지 못하는 환자도 있다. 이런 까닭에 NGS 검사에 대한 선별급여에서 연부조직육종도 페암처럼 환자 본인 부담 비율을 80%에서 50%로 낮출 필요가 있다. 

또 지금은 건강보험에서 암 진단이 이뤄지는 짧은 기간동안 NGS 검사를 1회만 하게 규정해 놔서 이미 보편적인 유전자 패널이 있는 NGS 검사를 한 뒤 육종 전문의료진이 있는 큰 병원으로 전원돼 온 연부조직육종 환자는 정확한 진단을 못 한 채 병리검사에 의존해 진단하고, 치료하는 현실이다. 이런 의료현장의 상황을 감안해 연부조직육종 같은 희귀암에서는 전문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NGS 검사를 1회 더 할 수 있게 정책적으로 열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김효송 교수.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김효송 교수.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 연부조직육종은 어떻게 치료하나?

초기 연부조직육종 환자는 수술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그런데 수술만 한 연부조직육종은 아형에 따라 최대 50%까지 재발한다. 종양의 등급, 크기, 위치, 수술 절제연의 상태, 조직학적 아형 등으로 재발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고 수술 후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하는 것이 더 좋다고 소규모 연구라도 확인된 때 경우에는 항암치료 등의 후속 치료를 현재 권장하고 있다. 이같은 후속치료를 하면 재발율을 10% 이상, 사망률을 20% 이상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진다. 

진행된 연부조직육종은 수술 전·후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하기도 하고, 수술이 불가능해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만 하기도 한다. 항암치료는 유전자검사를 했을 때 그에 맞는 표적치료제나 써볼 수 있는 면역항암제가 없는 아형일 때는 일반적으로 세포독성항암제로 하는데, 가장 많이 쓰는 것이 빨간약으로 알려진 '독소루비신'이다. 표적치료제나 면역항암제가 적용되지 않는 대부분의 연부조직육종은 독소루비신만큼 좋은 약이 없다.

몇 가지 연부조직육종 아형은 독소루비신 말고 다른 약을 먼저 써보기도 한다. 최근에는 이포스파미드도 연부조직육종에서 1차 약제로 많이 쓰고 있고, 탁솔, 젬시타빈, 도세탁셀, 다카바진, 트라벡테빈, 에리불린 등의 효과도 증명돼 표준치료제로 쓴다. 대표적으로 혈관육종에는 탁솔이 더 잘 듣기 때문에 탁솔을 먼저 쓴다. 여기에 더해 혈관억제제로 작용하는 '표적치료제' 파조파닙을 2차 약제로 쓸 수 있고, 면역항암제도 승인돼 치료 옵션이 점차 늘고 있다. 

실제 암종 불문 치료(종양의 분자생물학적 특성에 맞는 치료를 한다는 개념의 치료법)도 진행성 연부조직육종 치료에 쓰이는데, 대표적으로 NTRK 융합 유전자가 발견된 아형에는 NTRK억제제를 써볼 수 있고, MSI-H(MSI-H, Microsatellite Instability High, 미세부수체불안정)가 확인된 환자에는 면역항암제인 펨브롤리주맙을 사용할 수 있다. 이같은 치료를 해도 수술이 불가한 전이성 연부조직육종 환자의 20%만 장기 생존이 가능하다.  

그 외 전이성 연부조직육종 환자는 대부분 12개월 내외 생존할 만큼 아직 치료 성적이 좋지 않다. 이런 까닭에 희귀암 연부조직육종에 새로운 치료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다양한 임상연구를 통해 연부조직육종 환자에게 신약을 써보거나 기존 호발암에 승인된 약을 적용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방사선치료도 최신 치료인 중입자치료 등을 적용하는 임상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같은 임상연구에 참여한 환자의 생존기간은 2년 이상이다.   

- 중입자치료에 효과가 큰 연부조직육종은 어떤 종류인가?

몸 속 깊은 곳에 있는 연부조직육종 보다 팔·다리나 척추에 있는 피부 겉면에 위치한 연부조직육종이 중입자치료 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현재까지는 나온다. 최근에는 수술이 어려웠던 연부조직육종 환자에게 중입자치료를 한 뒤 수술을 시도하는 임상연구도 세브란스병원에서 시작했다. 이처럼 지금은 연부조직육종에 최신의 치료를 더 다양하게 적용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보는 단계다. 

- 연부조직육종 치료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보고, 연부조직육종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나?

과거 모든 연부조직육종은 아형을 한 바구니에 담아 똑같이 독소루비신으로 치료했다. 지금은 그것을 아형, 유전자 변이 등에 따라 분리해 생물학적 특성에 맞게 치료하고, 앞으로는 더 세분화될 것이다. 문제는 소규모라도 연구 데이터가 없는 연부조직육종 아형 환자는 치료 표적이 같은데도 허가·급여 문턱 탓에 치료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치료 옵션이 아주 제한적인 희귀암에선 연구 데이터가 없어도 치료 표적이 있으면 약을 써볼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 치료 중인 연부조직육종 환자에게 권하는 건강관리법이 있나?

많은 연부조직육종 환자가 독소루비신 등 세포독성항암제로 치료하는데, 이같은 세포독성항암제를 써서 치료하는 기간에는 직장생활도 사실 쉽지 않다. 힘든 항암치료 기간에는 잘 먹고 잘 쉬면서 무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암 환자에게 운동이 중요하고 연부조직육종 환자도 같은 이유로 운동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운동도 절대 무리해서 하면 안 된다.  

- 마지막으로 연부조직육종 환자 육종 환자나 가족에게 평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면? 

연부조직육종은 지금도 아형이 새롭게 분류되는 등 현재도 변화가 많은 암이고, 너무 희귀한 암이어서 정보도 거의 없다. 암을 진료하는 의료진이라고 해도 연부조직육종의 경우에는 정확히 모르고, 사실 모르는 게 당연한 암이기도 하다. 많은 환자들이 연부조직육종 진단 뒤 열심히 이 암에 대해 찾아보고 궁금해 하는데, 환자가 이 병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주치의를 믿고 잘 따라가는 게 최선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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