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안암병원 종양내과 박경화 교수에게 듣는 '유방암'
NGS검사 급여 정책 후퇴…환자 부담 50→80%로 늘어
유전자검사 비용 부담에 정밀의료 시대 '깜깜이치료'도
PIK3CA 등 유전자 변이에 HER2 저발현 등 '치료 혁신'
조기암 '재발 고위험군'조차 CDK억제제 급여 계속 탈락
PIK3CA·AKT1·PTEN 표적약제, 비급여로 접근성 낮아
HR+/HER2+ 전이성유방암선 내분비요법조차 '비급여'
예후 나쁜 '삼중음성유방암', 면역항암제 급여 아직 안돼
신약으로 삶의 질 유지돼 사회활동 환자多…급여 확대必

유방암 항암치료의 발전은 글로벌에서 굉장히 빠르다. 유방암에 쓸 수 있는 치료 표적이 계속 발견되고, 그에 따른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 항체약물접합체 등 신약들이 계속 개발돼 유방암 항암치료에 빠르게 정밀의료가 적용되면서 최근 유방암 항암치료는 임상연구 근거 기반으로 더 복잡다단해지고 있고, 이 덕분에 유방암 환자의 치료 성적은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는 어떨까? 우리나라도 그 추세를 분명 따라가고 있지만, 여기저기 제도에 묶여 적지 않은 유방암 환자가 현실에서 정밀의료 혜택을 보기 어렵다는 우려가 전문의료진에게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먼저 정밀의료의 첫 시작인 유전자검사기법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 차세대염기서열분석) 검사에 대한 선별급여 정책은 2023년 유방암 환자 부담 비율을 50%에서 80%로 높이며 후퇴했다.

코리아패싱은 유방암 신약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도입된 유방암 신약도 치료 접근성을 좌우하는 급여에서 글로벌 속도를 못 따라간다. 이런 탓에 현재 정밀의료가 가능한 유방암에서 표적 확인을 못하고 '깜깜이치료'를 하기도 하고, 치료 표적을 확인했어도 경제적 여력이 되지 않아 정밀의료로 이어지지 못하는 일이 적지 않다. 고대안암병원 종양내과 박경화 교수를 만나 국내 유방암 치료 현실을 짚어봤다.

고대안암병원 종양내과 박경화 교수. 사진 제공=고대안암병원
고대안암병원 종양내과 박경화 교수. 사진 제공=고대안암병원

- 국내 유방암은 2021년 신규 환자가 2만9,174명에서 2022년 2만9,528명으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이며, 앞으로 국내 유방암 환자 추이를 어떻게 예측하나?

유방암 발생에는 여성호르몬 노출 기간, 인구고령화, 생활습관, 공해물질 노출 등 몇 가지 알려진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우선 여성호르몬 노출 기간이 길면 유방암 위험이 올라가는데, 우리나라 여성의 초경은 빨라지고 폐경은 늦어지고 있다. 인류학적으로 여성이 이렇게 오랜 기간 여성호르몬에 노출된 적은 없다. 12세 이전에 초경을 하는 여아는 20년 전 3% 밖에 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13%나 된다.

또 국가유방암검진 대상 여성 중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은 예전엔 7% 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17%나 된다. 이는 40대 이상 여성의 경우다. 지금 2030 여성 중에는 비혼주의자도 과거보다 많고 결혼을 한다고 해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하는 여성도 더 많기 때문에 유방암 추이는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또 우리나라는 인구고령화로 고령 유방암 환자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생활습관도 문제다. 술, 담배를 하는 여성이 늘었고, 수면도 불규칙해졌고, 스트레도 많고, 비만 여성도 늘었다. 또 발암물질인 공해물질에도 많이 노출되고 있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유전성 암 유전자인데, 유전성 암 유전자를 가진 환자가 국내 적어도 10% 정도는 될 것이라고 추정된다. 유전자의 기여가 결국 암을 유발하는 데다 급격히 달라진 여러 상황이 합쳐져서 국내 유방암 증가세는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본다.       

- 국내 유방암은 50대 이하 젊은 여성에게 발병 비율이 높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이고, 그 이유로 밝혀진 것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미국에서는 40대 이하 유방암 환자 비율이 5%인데, 우리나라는 40대를 제외하고 20대와 30대 유방암 환자 비율만 따져도 전체 유방암 환자의 10%에 달한다. 다른 나라보다 젊은 유방암 환자가 정말 많은 것이다. 실제 지난해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을 때, 유방암 환자의 중간 나이가 약 53세였다. 이는 서양 보다 약 10살 어린 것이다. 그러나 국내 젊은 유방암이 많은 이유는 아직 확실히 알려진 것은 없다. 

- 국가암등록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8~2022년 유방암 환자는 병기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3.1%를 포함해 암이 유방에만 머문 '국한병기'가 60.4%, 암이 주위 장기, 인접 조직, 림프절을 침범한 '국소진행병기'가 31.8%, 멀리 떨어진 장기로 전이된 '원격전이병기'가 4.7%로, 국가암검진사업으로 유방암 조기 진단 비율이 높은 편이기는 하다. 국가암검진으로 유방 X-ray 검사인 유방촬영(Mammography)를 했음에도 조기 진단이 안 된 유방암의 특성이 있는지 궁금하다. 또 이와 관련 지금보다 조기 진단 비율을 조금 더 높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국가암검진으로 4,500만명 정도의 데이터에서 암이 없다고 했는데, 1년 이내 암이 진단되는 환자는 1,000명 당 3명쯤 되는 것으로 나온다. 국가암검진에서 놓치고 있는 환자가 있지만 그렇게 높은 수준은 아니다. 또 검진 정확도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 사실 유방촬영에서 '치밀유방이어서 유방초음파검사를 추가로 해보라'거나 '문제 병변이 있으니 6개월에서 1년 안에 추가검사를 하라'는 암검진의 권고를 주의 깊게 보지 않고 놓치는 유방암 환자도 가끔 있다.

암검진 뒤 결과지를 꼼꼼히 보고, 그 안에 든 권고대로 검사를 진행하면 지금 보다 조기 진단 비율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본다. 또 우리나라는 40대 이상의 국가암검진 대상자가 아닌 20대와 30대 유방암 환자가 꽤 있다. 때문에 어머니, 할머니, 이모, 고모, 자매 중 유방암이나 난소암 병력이 있거나 아버지가 유방암이나 전이성 전립선암 병력이 있으면 40세 이전부터 유방암검진을 받기를 권한다. 35세 전에는 유방초음파검사, 35세 이후에는 유방촬영을 하면 된다.   

또 유방암자가검진을 생활화하는 것도 유방암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일부에서는 유방암자가검진이 암 사망률을 낮추는데 실패했다는 데이터를 제시하기도 하지만, 의료현장에선 자가검진으로 유방암을 의심하고 병원에서 검진을 하면서 진단이 빨리 이뤄진 경우도  꽤 본다. 매달 생리가 끝나고 3~5일 샤워할 때 스스로 유방을 검진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을 추천한다.   

- 검진에서 '치밀유방'으로 나온 여성은 그 다음부터 유방암검진을 할 때 유방촬영 없이 유방초음파검사만 받아도 되나? 

아니다. 둘 다 받아야 한다. 유방은 크게 유선조직과 지방조직이 있는데, 치밀유방은 지방은 별로 없고 유선조직이 발달한 경우다. 유방촬영을 했을 때 지방이 많아야 주변이 까맣게 보여 암이 잘 보이는데, 유선조직이 발달하면 하얗게 보여 치밀유방일 때는 암이 잘 안 보인다. 유방촬영 검진 의미가 떨어지는 것인데, 이때는 유방초음파로 보면 잘 보인다. 그런데 유방 석회화(칼슘 침착 상태)는 유방초음파로 놓치는 경우가 있어서 치밀유방에선 두 검사 모두 필요하다. 

- 유방암에 다양한 유전자변이 등이 발견되면서 치료법이 다양해졌는데, 요즘 유방암 치료법을 결정하기 위한 검사는 어떻게 하나?

조기암일 때와 진행암일 때가 조금 다르다. 조기암일 때는 조직검사를 해서 면역조직화학분석(Immunohistochemistry, IHC) 검사로 에스트로겐 수용체(Estrogen Receptor, 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ogesterone Receptor, PR),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형(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2, HER2)가 양성인지, 음성인지를 확인하고 세포분열지수(Ki-67)를 봐서 얼마나 공격적인 암인지를 확인한다. 이것이 유방암에서 기본 중의 기본 검사다.

또 유방암 환자의 나이, 가족력 등을 통해 유전성 암 유전자를 보유한 것으로 의심되면 혈액검사로 BRCA1·2 유전자검사를 한다. 또 암이 어디까지 침범했는지 CT, MRI, 뼈스캔 등으로 확인해 병기를 설정하는 것까지가 기본 검사다. 처음에 조기암이었다가 나중에 전이암으로 진행된 환자는 요즘 조직검사를 다 다시 한다. 그 이유는 같은 암이 재발한 경우라도 암세포의 성격이 바뀌어 치료법이 바뀌어야 되는 환자가 적어도 10~20%로 알려진 까닭이다.  

때문에 ERPR(호르몬검사), HER2, Ki-67를 다시 하는 것이다. 또 유방암 가이드라인에는 전이암 진단 시 모든 환자에게 NGS검사를 하라고 돼 있다. 유전성 암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 치료 옵션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인데, 우리나라는 40세 이전 유방암이나 60세 이전 삼중음성유방암 등 조건에 맞는 일부 전이암 환자에게만 NGS검사에 대한 급여가 이뤄진다. 그래서 돈이 없는 유방암 환자들은 NGS검사비 부담 때문에 이에 대해 모르는 채로 치료하기도 한다. 

NGS검사 결과에 따라 전이 유방암의 치료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데,  검사도 보험이 안 되고, 약도 보험 급여 적용이 안 되는 경우가 있어서 정밀의료가 가능함에도 정밀의료를 시작조차 못 하는 환자들이 있는 것이다. 특히 NGS검사를 안 했을 때의 더 심각한 문제는 글로벌 신약 임상연구에 참여할 기회조차 잃게 된다는 것이다. 요즘 신약 임상연구에서는 NGS검사를 안 해준다. NGS검사 데이터가 있는 환자만 이젠 신약 임상연구에 참여할 수 있어 문제다.      

- 유방암 항암치료의 최근 트렌드는 정밀의료인 것 같다. 유방암은 ER·PR 같은 호르몬수용체(Hormone Receptor, HR)와 HER2 여부에 따라 HR양성/HER2음성 유방암, HR양성/HER2양성 유방암, HR음성/HER2양성 유방암, 삼중음성 유방암 4가지로 나눠 치료법이 정립돼 있는데, 지금은 여기서 더 세밀하게 치료가 이뤄지는 추세인 것 같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 등에서 유방암 치료는 더 세밀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HR양성/HER2음성 유방암, HR양성/HER2양성 유방암, HR음성/HER2양성 유방암, 삼중음성 유방암으로 구분해 치료했지만, 지금은 그 안에서도 유전자 돌연변이, HER2 저발현 등에 따라 치료가 더 세분화되고 있다. 과거 HER2 양성 환자는 똑같이 치료했는데, HER2 양성 중 PIK3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와 없는 환자를 구분해 치료하는 연구도 요즘 진행 중이다.

이처럼 세분화해 치료하면 유방암 환자의 치료 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 기존 표준치료에 실패했을 때 세포독성항암제에 계속 노출돼 삶의 질이 너무 낮은 채로 치료를 받다가 사망하는 일도 줄일 수 있다. 앞으로 유방암 치료는 점점 더 혁신적인 치료법이 나오고, 여기에 혁신적인 진단법이 동반될 것이라고 본다. 여기에 더해 유방암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한 치료법이 계속 적용될 것이다. 특히 젊은 유방암 환자가 많은 우리나라는 이런 요구도가 더 크다고 본다. 

- 실제 HER2 양성 환자 치료제로 개발된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가 HER2 저발현 환자에게도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된다. 또 유방암 관련 잘 알려진 BRCA, HER2 이외에 PIK3CA, AKT1, PTEN 등 다양한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고, 이에 맞는 약제들이 개발되는 변화가 지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 현재의 유방암 치료 분류 체계에도 변화가 있나?

조기 유방암은 현재의 분류대로 치료가 이뤄져서 이 분류는 그대로 갈 것이다. 실제 조기 유방암은 HER2 저발현이 나와도 지금은 치료법이 똑같다. HER2 저발현은 재발·전이 유방암에서 HR양성/HER2음성 유방암이나 삼중음성 유방암에서 엔허투 같은 신약을 썼을 때 실제 효과가 있기 때문에 나온 개념으로, 약의 혁신이 불러온 변화다. 사실 병리과 전문의들은 유방암 환자 중 HER2가 발현되지 않은 환자는 거의 없다고 본다. 

실제 삼중음성 유방암도 절반 정도는 HER2 저발현에 해당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현재의 IHC 검사로는 'HER2 초저발현(HER2-ultralow)'은 확인이 어렵다. HER2 초저발현을 확인할 수 있을만큼 검사법이 발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HER2 초저발현에도 효과를 내는 혁신적인 약이 나오면서 재발·전이 유방암 치료에 변화가 온 것이다. 또 유전자 변이에 맞춘 표적치료는 HR양성/HER2음성 유방암에서 호르몬치료제 백본(근간이 되는 치료법)으로 추가하고 있다. 

HR양성/HER2음성 유방암에서 아직도 표적치료제인 CDK4/6 억제제와 호르몬치료제가 1차 치료법이지만, PIK3CA 유전자 변이가 양성인 HR양성/HER2음성 유방암에서는 PIK3CA 유전자 변이를 타깃한 '이나볼리십'을 1차부터 쓰라는 데이터가 나왔다. 또 이 상황에서 엔허투 같은 항체약물접합체는 결국 세포독성항암제여서 환자의 삶의 질이 좋기 어렵기 때문에 표적치료제와 세포독성항암제 사이 약제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본다.  

- 국내는 HR양성/HER2음성 유방암이 전체 유방암 환자의 70%에 육박할만큼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어떤 치료가 이뤄지고 있고, 이 치료 영역에서의 미충족 의료수요는 무엇인가?

HR 양성 유방암은 수술 뒤 항암치료를 하지만, 2~3기 중 암의 악성도가 높고 림프절 전이가 많으면 수술 전 항암치료로 림프절 수술 범위를 줄여주고 유방도 보존하는 차원의 '수술 전 항암치료'를 하는 경우가 요즘 더 많다. HR양성/HER2음성 유방암에서 항암치료는 조기암에서 림프절 전이, 종양 크기, 조직학적 등급 등으로 판정한 '재발 저위험군 환자'와 온코타입 DX 검사를 통해 항암치료를 했을 때 이득이 별로 없다고 확인된 환자를 제외하고 모두가 대상이다.

조기암 환자는 호르몬치료만 해왔는데, 이 치료만으로 부족한 재발 위험 환자들이 있고, 연구를 통해 CDK4/6 억제제와 호르몬치료제를 함께 썼을 때 조기암 환자 중 재발 중위험군·고위험군에서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지금 HR양성/HER2음성 유방암에서 1차 치료요법으로 CDK4/6 억제제와 호르몬치료제 병용치료를 권고하는데, 국내는 조기암에서 재발 고위험군조차 병용치료 급여가 계속 탈락하고 있어 그 부분이 미충족 수요다.

또 첫 진단 시 수술이 불가한 4기 HR양성/HER2음성 유방암 환자는 항암치료부터 하는데, 항암치료 뒤 획기적으로 암이 줄어서 수술할만큼 좋아지는 경우도 드물지만 요즘 있다. 또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은 경우에 쓸 수 있는 표적치료제도 국내 도입됐다. HR양성/HER2음성 유방암의 약 50%의 환자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는데, PIK3CA 변이가 약 40%, AKT1 변이가 약, 5%, PTEN 변이가 약 5% 등으로 알려진다. 

PIK3CA 변이엔 티루캡(성분명 카피바설팁)과 피크레이(성분명 알펠리십), AKT1과 PTEN 변이에는 티루캡을 기존 치료에 실패한 경우에 현재 써볼 수 있는데, 이런 약들은 모두 고가 비급여 약제여서 사실 국내에서 쓰는 환자를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최근 폐경 전 HR 양성 유방암 환자의 국내 데이터와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 데이터를 한 번 비교한 적이 있었는데, 국내 성적이 훨씬 나빴다. 이런 약제들에 대한 치료 접근성이 그 영향으로 생각된다.   

- PIK3CA 변이, AKT1 변이, PTEN 변이 등은 HR 양성 유방암 환자만이 아니라 HR 음성 유방암 환자에게도 있는 것 아닌가?

HR 음성 유방암 환자에게도 이같은 유전자 변이들이 있는 환자들이 꽤 있다. 현재 HR음성/HER2 양성 환자에서는 이와 관련 임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삼중음성 유방암에서도 이같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나?

연구가 됐었는데, 지금은 잘 안 되고 있다.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에게는 이같은 표적치료제의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 

박경화 교수. 사진 제공=고대안암병원
박경화 교수. 사진 제공=고대안암병원

-  HR양성/HER2양성 유방암은 국내 유방암 환자의 약 10%를 차지하는데, 치료할 때 쓸 수 있는 표적이 많기 때문에 치료 성적이 더 좋을 것 같은데, 어떤지 궁금하다. 또 이 치료 영역에서 미충족 의료수요는 무엇인가? 

조기암일 땐 모든 치료 옵션을 쓸 수 있지만, 전이 시엔 HR양성/HER2양성 환자인데 HER2 양성 타입에 준해 치료하므로 치료 성적이 더 좋지는 않다. 세포독성항암제 도시탁셀에 HER2 표적치료제인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 퍼제타(성분명 퍼투주맙)를 쓰는데, 6~8차를 쓰면 도시탁셀을 더 쓸 수 없어서 허셉틴, 퍼제타를 유지요법으로 쓰면서 내분비요법을 같이 해야 한다. 실제 HR 양성 유방암이니 의학교과서에선 내분비요법을 같이 하라고 명시돼있다.

하지만 국내 보험에선 이때 내분비요법에 급여를 안 해준다. 때문에 그나마 싼 타목시펜을 붙여 비보험으로 쓴다. HR 양성 환자에게 백본 치료인 내분비요법조차 급여가 안 되는 것이니, 이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큰 상황이다. 최근에는 유지요법으로 HR 양성 환자들에게 내분비요법에 CDK4/6 억제제인 팔보시클립(상품명 입랜스)을 붙여 주는 것이 더 좋다고 알려져 곧 승인받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아직 내분비요법에 대한 급여조차 안 돼 미충족 수요가 크다. 

- HR음성/HER2양성 유방암도 국내 전체 유방암의 10%에 육박하는 비율을 보이는 환자군이 있는데, 현재 어떻게 치료하고 있나? 또, HR음성/HER2양성 유방암에서 미충족 의료수요는 무엇인가?

HR음성/HER2양성 유방암의 1차 치료에선 세포독성항암제 탁산과 허셉틴, 퍼제타(THP요법)를 쓴다. 다행히 2차 치료제로 엔허투도 보험 급여가 돼있다. 또 2차 약제로 (HER2 등의 암세포 표면 단백질에 결합해 암세포의 생존, 증식, 전이를 억제하는 기전의 표적치료제인) 티로신키나아제억제제(TKI)인 투키타닙, 네라티닙 등 몇 개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라파티닙(제품명 타이커브) 1개에만 현재 보험 급여가 돼 있고, 국내 들어오지 않은 신약들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모든 치료 옵션을 다 썼을 때 HER2 양성 환자들은 세포독성항암제를 바꿔가면서 허셉틴, 퍼제타 유지치료를 계속 해줘야 하는데, 이것은 국내 허가도 안 돼 있다. 제약사에서 국내 허가 신청을 안 한 것인데, 현재는 허가초가요법으로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허가초과요법도 근거가 있으면 급여를 인정해주고 있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 결과를 내 신청하려고 준비 중이다.        

- 삼중음성 유방암은 국내 전체 유방암에서 10%를 조금 넘는 비율을 보이는데,  주로 어떤 치료가 이뤄지나? 또 삼중음성 유방암에서 미충족 의료수요는 무엇인가?

삼중음성 유방암은 2년 이상 사는 국내 환자가 별로 없을 만큼 치료환경이 좋지 않다. 최근 표준치료는 전이암일 때 1차 치료로 탁솔 등의 세포독성항암제에 PD-L1 양성일 때 면역항암제를 더하는 것인데, 이같은 PD-L1 양성 환자가 국내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의 40% 밖에 안 되지만 면역항암제에 대한 급여가 안 된다. 또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도 수술 전 항암요법으로 면역항암제에 세포독성항암제를 쓰는 치료를 하는데, 이때도 급여가 안 된다. 

다행히 삼중음성 유방암 3차 치료제로 ADC인 트로델비(성분명 사시투주맙고비테칸)가 최근 보험 급여가 돼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또 삼중음성 유방암에서 최근 세포독성항암제를 대체할 약제에 대한 데이터가 나오고 있는데, 세포독성항암제를 대신해 '트로델비'를 면역항암제와 붙여서 쓰는 요법에 대한 것이다. 이 데이터가 지난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발표됐고, 좋은 성적이 나오면서 이제 트로델비와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1차 요법으로 들어오지 않을까 싶다.  

- 지난해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4.3%로 유방암 치료 성적은 지속적으로 상승 추이를 보이고 있다. 지금은 첫 진단 시 수술이 불가한 유방암 환자 중에도 항암치료 반응이 좋아 수술로 넘어가는 환자들이 드물지만 있다고 했는데, 실제 어떤 환자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 중 CDK4/6 억제제 등의 항암제에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이는 환자들이 있다. 보통 간까지 전이된 경우에는 항암치료 효과가 좋아도 수술하면 갑자기 확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수술하지 않는다. 하지만 2~3년간 치료했는데 환자 컨디션이 괜찮고 재발하지 않으면 요즘은 다학제진료를 통해 충분히 논의한 뒤 간 전이 유방암 환자까지 수술을 시도하기도 한다.

또 근육까지 상처가 생겨 진물과 피가 나는 염증성 유방암 3기·4기 환자는 재발하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내몰린다. 때문에 항암치료 효과가 아주 좋을 때는 수술을 시도하기도 한다. 사실 이처럼 수술을 시도할만큼 좋아진 유방암 환자들이 점점 늘면서 전 세계적으로 HER2 양성 유방암 4기 환자를 완치시킬 전략에 대해 요즘 고민하고 있다. 엔허투를 앞에 쓸지, 뒤에 쓸지, 엔허투를 먼저 조금 써보다가 다시 약을 바꾸는 전략 등 여러가지를 고민하고 있다. 

- 요즘 유방암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도 사회생활을 활발히 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실제 항암치료를 하면서 사회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컨디션이 되나?

그렇다. 예전에 세포독성항암제로 주로 유방암을 치료했던 시절과 달리, 표적치료제가 많이 쓰이면서 많은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이 사회생활을 하며 치료를 받고 있다. HER2 양성이나 삼중음성유방암은 처음에 세포독성항암제를 같이 쓸 때는 머리카락이 빠지는 등의 부작용이 심해서 조금 쉬는 것이 사실이지만, 세포독성항암제를 빼고 유지요법을 할 때는 다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또 HR 양성 환자는 너무 늦게 진단돼 못 움직이고 통증이 심한 환자를 빼고는 4기 암도 별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암 진단을 받는다. 이런 HR 양성 환자는 항암치료한다고 해서 쉬지 않는다. HR 양성 환자에게 쓰는 CDK4/6 억제제는 독성이 되게 심하지는 않고, 치료 효과가 유지되는 중간 기간이 거의 2년 6개월이어서 많은 HR 양성 유방암 환자들이 삶의 질을 유지하며 치료를 이어간다. 이런 차원에서라도 CDK4/6 억제제에 대한 급여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 

- 미래 유방암 치료는 어떻게 이뤄질 것으로 보나? 

정밀의료를 기반으로 유방암 환자를 프로파일링하고 리스크를 나눈 다음 환자의 삶의 질까지 감안해 맞춤치료를 하는 방식으로 지금 보다 치료가 세분화될 것이다.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고위험군 환자의 경우에는 이에 타깃한 약제를 1차로 쓰는 항암치료 트렌드도 지금 들어오고 있다. HR 양성에서 아주 고위험군으로 생각되는 PIK3CA 변이 환자는 처음부터 병합치료에 표적치료제를 같이 쓰면 조금 더 오래 산다는 데이터도 이미 나와 있다. 

또 치료 성적이 아무리 좋은 약제여도 환자의 삶을 질을 고려해 앞단으로 치료제를 배치할지에 대한 고민도 있는데, 이런 것들도 반영돼 치료가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사실 엔허투는 1차 치료를 할 때 좋은 성적이 나왔지만, 약의 독성과 환자의 삶의 질을 생각해서 '모든 유방암 환자에게 엔허투가 1차 치료로 필요할까'에 대한 고민이 있다. 하지만 짧은 기간 내 1차 치료에 실패한 환자 중 2차 치료제로 엔허투를 썼을 때, 거의 완치에 이를만큼 좋아진 환자도 있다.

- 유방암 항암치료 중 특히 주의해야 할 부작용이나 합병증은 무엇이고, 이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엔허투 같은 경우에 간질성폐질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데, 원인 모를 열이나 숨이 가쁘거나 마른 기침이 나는 증상이 간질성폐질환이 생기고 있다는 증거다. 또 PIK3CA 변이 표적치료제는 고혈당이 생길 수 있고, 유방암 항암약물 중에는 심장 독성이 있는 약들도 좀 있어서 약에 대한 의료진의 설명을 잘 듣고 이와 관련 몸에 나타나는 증상을 잘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 증상이 발생했을 때는 일단 약을 끊고 병원에 연락해 상담 후 진료를 잡기를 권한다.  

- 유방암 항암치료 환자에게 권하는 건강관리법이 있나?

항상 긍정적인 마음을 갖았으면 한다. 잠도 잘 자고, 음식도 균형있게 먹으면 좋겠다. 특히 항암치료 중에는 단백질을 잘 챙겨 먹기를 권한다. 표적치료제를 써도 면역에 간여하는 호중구 수치가 떨어진다. 이때 단백질을 잘 먹지 않으면 호중구 수치가 정상으로 못 쫓아온다. 또 검증되지 않은 건강보조식품을 먹거나 주사를 맞는 것도 안 했으면 좋겠다. 이런 것들이 유방암 치료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운동을 포함해 활발히 움직이는 것을 추천한다.

- 마지막으로 유방암 환자와 가족에게 평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면?

유방암 재발·전이로 진단되면 모든 것을 탁 놓아버리는 환자들이 있다. 앞으로 자신에게 얼마나 시간이 남아있는지 몰라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는 것을 보곤 하는데, 사실 환자 스스로 생각한 것보다 시간이 많이 있을 수 있다. 절망적인 생각에 빠져서 아무 것도 못하거나 백혈구 수치 같은 검사결과에 일희일비하기 보다 의료진의 말을 잘 듣고 조금 더 잘 살겠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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