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암병원 종양내과 라선영 교수에게 듣는 '위암 항암치료'
4기 위암, 치료차수 늘수록 치료 효과 떨어지고 부작용 심해
1차 치료에 가장 좋은 약 써야…"최근 생존 기간 2배 연장돼"
4기 위암 중 수술 환자 비율 늘어…수술만이 꼭 정답 아니다
치료표적검사 중요한데 병원의 검사 인프라 투자 여건 미비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PD-L1 발현점수 1 이상엔 모두 써야
치료 표적 '검사'·'신약'의 승인, 동시에 이뤄지게 제도 개선을
3기 위암에 수술 전 표적치료제·면역항암제 치료 연구 진행
고요하던 위암 항암치료 영역에 최근 몇 년 사이 커다란 변혁이 일고 있다. 위암 항암치료 효과를 높일 타깃을 찾아내 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 등을 기존의 세포독성항암제에 더하는 정밀의료를 시도하면서 국내 위암 치료 성적이 보다 높아지고 있고, 지금도 이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 중이어서 위암 치료 성적은 앞으로 고무적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더구나 불모지였던 난치성 위암 영역에도 새로운 치료 타깃과 이를 표적한 신약이 지난해 하반기 국내 등판했다. 암을 유발한 유전자 변이가 아닌 위 정상세포 내 분자 중 암 진행 과정에서 밖으로 노출되는 특정 생체표지자를 타깃한 신약의 등장으로 난치성 위암 영역의 선두에 선 유전체 안정형 위암(Genomically stable, GS)에도 희망이 생긴 것이다.
위암은 갈 길이 아직 더 많이 남아있기도 하다. 생명공학기술의 발달로 위암에 숨어있는 치료 표적을 더 많이 찾아내고, 이를 타깃한 신약을 개발해 실제 환자에게 쓸 수 있다면 지금 보다 위암 치료 성적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하는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라선영 교수(대한암학회 이사장)를 만나 변혁이 이뤄지는 위암 항암치료의 현실에 대해 들어봤다.
- 위암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발병 순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고, 국내 암 발병률에서도 위암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만큼 국내 암 환자가 많다. 그러나 위암은 인구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암 환자가 느는 다른 암과 달리 주춤세를 보인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위암 환자는 3만92명으로 갑상선암 다음으로 국내 많이 생긴 암이었으나, 2019년(2만9493명)에서 2020년(2만6,662명)으로 가면서 다발암 3위에서 4위 내려앉았고 2021년(2만9,361명)에서 2022년(2만9,487명)으로 가면서 다발암 4위에서 5위로 내려갔다. 왜 이런 추이를 보이는 것인가?
한국인의 위암 유전 소인은 그대로인데, 식습관이 바뀌면서 위암 발생이 주춤세를 보였다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위암 발병의 주요 요인인) 헬리코박터균 감염은 식습관과 관련 있는데, 국내 식습관 변화로 헬리코박터균 감염률(1998년 66.9%→2005년 59.6%→2011년 54.4%→2016~2017년 43.9%, 자료 출처=분당서울대병원 김나영 교수 연구)은 조금씩 줄고 있다.
이는 식습관 같은 행동양식의 변화로 국내 위암 발생이 주춤세를 보이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위암 발생 위험이 높은 한국인의 유전 소인은 그대로다. 실제 위암은 미국인보다 한국인에게 더 많이 생긴다. 미국에 사는 한국 출신의 미국인에게 위암 발생이 더 많다. 즉, 유전적 소인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식습관으로 2차적 위암 발병 위험이 조금씩 조절된 결과로 볼 수 있다.
- 위암은 치료 성적으로 봤을 때 1기일 때는 완치율이 90%를 넘어서지만, 4기일 때는 완치율은 한 자리로 극단적인 대조를 보인다. 4기 위암 치료 성적이 이처럼 낮은 이유는 무엇인가?
4기 위암은 약으로 치료할 수밖에 없다. 약이 잘 들으면 병이 심해도 생존기간이 길어지는데, 위암은 대부분 약이 잘 안 듣는다. 최근까지 4기 위암은 세포독성항암제로 치료를 해왔는데, 이런 치료로 길게 살아야 1년 6개월에서 2년의 생존기간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약이 좋아지면서 4기 위암 환자의 생존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면역항암제, 표적치료제를 세포독성항암제에 붙여서 같이 쓴 위암 환자는 평균 4년 정도 산다.
- 20~30대 여성 위암 환자는 특히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안다.
젊은 여성에게 잘 생기는 위암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이들어서 생기는 보통의 위암은 남성 환자가 많다. 고령 남성과 여성 위암 환자의 비율은 보통 2대 1에서 2.5대 1까지 보인다. 실제 진료실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위암 환자는 50~60대 넘어가는 남성이다. 그런데 젊은 위암 환자의 성비는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1대 1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 또 실제 젊은 여성 위암 환자의 위암 세포는 나쁜 예후를 가진다.
보통 암은 덩어리가 커지면서 다른쪽으로 전이가 되는데, 젊은 여성에게 주로 생기는 위암 세포들은 덩어리가 커지지 않은 상태에서 막을 뚫고 내려가서 빠르게 진단하기도 어렵고, 복막 전이도 빠르게 이뤄진다. 또 예후가 좋지 않아도 약이 잘 들으면 괜찮은데, 약도 잘 안 들어서 젊은 여성의 위암 예후가 더 안 좋게 느껴진다. 다행히 최근 젊은 여성에게 잘 생기는 위암에도 좋은 약들이 생기고 있어 기대하고 있다.
- 위암은 한 덩어리처럼 보여도 서로 다른 캐릭터를 가진 다양한 암세포가 섞여 있는 경우가 많아 치료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아는데, 실제 위암은 다양한 암세포가 섞여 있는만큼 유전자 변이도 많은 암에 속하나?
그렇지 않다. 암덩어리 안에 특성이 다른 암세포들이 있는 것을 이질성이라고 하는데, 모든 암은 이질성이 있지만 위암은 조금 더 심하다. 다양한 특성의 암세포가 있으면 다양한 유전자 변형으로 인해 생긴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상하게 위암은 유전자 변형보다 세포의 특성이 안 좋은 것이지 실제 그 안의 유전자 변형은 심하지 않은 애들이 많다.
분자유전학적으로 위암은 ▶유전체 안정형(Genomically stable, GS) ▶염색체 불안정형(Chromosomal instability, CIN) ▶고빈도 현미부수체 불안정형(Microsatellite instability-high, MSI-H)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양성(Epstein-Barr virus positive, EBV 양성) 4종류로 나누는데, 전체 위암 중 GS와 CIN이 각각 약 45%이고 MSI-H와 EBV 양성이 합쳐서 10%가 안 된다. 즉 유전자 변이가 별로 없는 유전체 안정형 위암이 약 45%로 많다.
엡스타인-바 바이러스와 관련된 EBV 양성 위암은 성질이 순한 암으로 치료 표적도 많고 면역항암제도 잘 듣는다. 유전자 변이가 있다는 의미인 MSI-H도 면역항암제가 잘 듣는다. CIN 위암도 비교적 암세포가 순하고 HER2, EGFR, FGFR2 같은 치료 표적이 있어서 그에 맞는 치료제를 쓰면 된다. 그런데 유전자 변이가 별로 없는 GS는 굉장히 다양한 암 세포의 형태를 보이는데 온갖 약에도 안 듣는다.
젊은 여성 위암 환자 중 이미 복막 전이가 있는 타입은 거의 GS다. 여기가 숙제인 상황이다. 사실 유전자 변이가 있어야 그것을 표적하는 약을 만드는데, 유전자 변이가 없다보니 GS 타입 위암에는 되려 약이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위 정상세포 내 분자 중 암 진행 과정에서 밖으로 노출되는 '클라우딘 18.2'를 타깃한 신약 빌로이(성분명 졸베툭시맙)가 나오면서 GS 타입 위암에도 희망이 생겼다.
클라우딘 18.2는 모든 타입의 위암에 20~30%씩 존재하고, EBV 양성 위암에 조금 더 많은 '위에 원래 정상적으로 있는 세포의 분자'다. 그런데 이 분자가 4기 위암일 때 암 진행 과정에서 바깥으로 나온다. 클라우딘 18.2는 모든 위암에서 치료 타깃이고 현재 GS 위암에서는 유일한 치료 타깃이다. 지난해 9월 이 분자를 타깃한 빌로이가 국내 허가되면서 GS 타입 위암 환자의 20~30%는 효과적 약제로 치료가 가능해졌다.
- 새로운 치료 타깃의 등장으로 '수술 불가 진행성·전이성 위암의 항암치료'에 유전자검사와 함께 면역조직화학염색검사(Immunohistochemistry, IHC)를 해서 HER2, PD-L1, MSI를 비롯한 클라우딘 18.2 같은 생체표지자를 확인해 치료할 수 있게 되면서 4기 위암 항암치료의 모습이 과거와 달라졌을 것 같다.
과거 위암은 세포독성항암제밖에는 없었고, 세포독성항암제를 2개, 3개 병용하는 치료를 해왔다. 병용 약제가 많을수록 휠씬 치료 효과가 좋지만, 약제 수가 늘어날수록 부작용이 심해서 환자들이 못 견디는 까닭에 처음에 2가지 세포독성항암제를 쓰는 1차 치료를 하고, 또 다른 2가지 세포독성항암제를 쓰는 2차 치료, 3차 치료 등을 하는 방식으로 4기 위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늘려왔다.
4기 위암의 1차 치료는 6~8개월, 2차 치료는 5개월, 3차 치료는 3개월 등으로 점차 치료 기간이 짧아지고, 치료 차수에 따라 약제 효과도 달라진다. 기존 치료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암세포들은 약을 바꿔 써도 효과가 초치료 때보다 떨어진다. 치료 차수가 늘어갈수록 세포독성항암제에 내성도 생겨서 효과가 더 떨어지는데, 약제 부작용은 더 심해져서 치료 차수가 길어질수록 항암치료 효과가 좋지 않다.
이 말은 4기 위암 치료에서 가능하면 가장 좋은 약을 1차 치료에 써야 한다는 의미이다. 1차 치료에서 2차 치료로 넘어가지 않게 해야 4기 위암의 악화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또 4기 위암에서 중요한 메시지는 아무리 치료 표적이 있고 면역항암제가 잘 듣는 위암이라고 해도 표적치료제나 면역항암제 단독 치료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암은 세포독성항암제를 깔고 가지 않으면 치료 표적이 있어도 효과를 못 본다.
때문에 모든 4기 위암 환자는 '세포독성항암제'를 쓸 것이라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요즘 진료현장에서는 4기 위암 환자의 1차 치료에 '2종의 세포독성항암제에다 무엇을 붙여 치료할 수 있을까'를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검사와 IHC 검사, EBV 검사, PD-L1 검사 등을 한다. 그런데 HER2 양성이고, PD-L1도 양성이고, 클라우딘 18.2도 양성인 사람이 있다. 지금 새로운 숙제는 치료 표적이 많은 환자에게 '어떤 치료를 할 것인가'이다.
- 진행성·전이성 위암 환자에게 이같은 치료가 이뤄지면서 '전환수술'을 통해 완치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게 된 것으로 안다.
처음에는 수술을 못 하는 단계였는데, 항암치료 반응이 너무 좋아서 전환수술을 받은 4기 위암 환자가 생겨나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전환수술을 받은 4기 위암 환자들은 보통 재발을 겪으면서 평균 4년 정도 산다. 전환수술을 해도 림프절 등에 숨어 있는 암세포들이 있어 재발하는 것이다. 또 전환수술을 안 하고 4년을 사는 4기 위암 환자들도 있다. 때문에 항암치료 반응이 좋은 4기 위암 환자 모두에게 전환수술이 꼭 답인 것은 아니다.
지금은 이같은 4기 위암 환자 중 전환수술이 도움이 되는 환자, 도움이 안 되는 환자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어서 다학제 진료를 통해 의료진 간 논의를 통해 치료 방향을 결정하고 있다. 그런데 복막 침범이 잘 되는 GS 타입 위암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암세포들이 복막을 뚫고 난소, 항문 등의 장기로 잘 침범하는 특성 때문에 전환수술을 일반적으로 권하지 않는다.
최근 분석 중인 데이터로 보면 복막 전이가 있는 4기 위암 환자에게 전환수술을 해도 1년이면 대부분 재발했다. 반면 CIN 타입 환자는 전환수술을 하면 다시 암이 안 생기는 경우가 꽤 있다. 또 완치를 위한 전환수술을 모든 4기 위암 환자가 원하는 것도 아니다. 위를 떼어내야 한다는 것에 불안해하고, 불편해하는 환자도 있다. 지금은 유관 의학회의 의견도 너무 다양하다. 앞으로 데이터가 쌓이면 이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
- 새로운 치료제 도입을 통해 4기 위암 환자의 생존기간이 기존 1년 6개월~2년에서 4년 정도로 늘었다고 했는데, 5년 생존율은 어느 정도 올라갔나?
예전 데이터에서 4기 위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6%였는데, 지금은 이것보다 더 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10%는 아직 안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10명 중 1명의 4기 위암 환자가 5년을 넘기지는 못하는 것이다.
- 4기 위암 환자에게 치료 표적을 발견하는 진단 환경이나 실제 치료를 하는 치료 환경에 문제들이 있어서, 치료 표적이 있다고 해도 모든 4기 위암 환자가 이에 맞춰 치료할 수 있는 현실은 아닌 것으로 안다. 현재 어떤 상황이고, 어떤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나?
PD-L1 환자에게는 면역항암제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 테빔브라(성분명 티슬렐리주맙) 세 가지 치료 옵션이 있는데, 약을 개발한 제약사에 따라 지금 검사법이 다 다르다. 또 IHC 검사는 병리과 의사가 얼마나 열심히 봐주느냐에 따라 치료 표적을 찾는 검사 결과가 달라지는데, 지금은 검사 수가가 너무 낮아 병리과 의사가 심도있게 IHC 검사를 보기 어려운 환경이다.
실제 IHC 검사는 병리과 전공의, 전임의, 교수가 검사할 때 각각 결과에 10%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열심히 의료진이 보게끔 여건도 돼 있지 않은 것이다. 미충족 의료수요가 큰 4기 위암은 지금 치료 표적을 찾아내 어떤 치료를 덧붙이느냐가 아주 중요한데, 이를 찾는 물적·인적 인프라 투자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 이런 까닭에 치료 기회를 놓치는 4기 위암 환자들은 너무 불쌍한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줄여보고자 학회 등을 통해 최근 3~4년간 위암 항암치료 분과 의료진과 진단병리 전문 의료진이 함께 하는 심포지엄, 세미나 등을 많이 했다. 실제 이로 인해 PD-L1을 병리과 의사들이 더 열심히 봐주면서 치료 표적을 찾는 위암 환자들이 과거보다 늘었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치료 표적이 있어도 신약에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실제 환자에게 쓰기 어려운 상황도 지금 있기 때문이다.
가령 PD-L1 위암 환자에게 쓰는 키트루다, 옵디보, 테빔브라 같은 면역항암제는 '1차 치료'에서만 쓴다. 1차 치료가 이뤄지는 8개월 동안 9~10사이클의 치료가 PD-L1 위암 환자에게 면역항암제를 쓰는 '평생의 유일한 시기'인 것이다. 1사이클에 300만원 정도로, 4기 위암 환자에게 평생 한 번 3,000만원 정도를 쓰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급여가 적용되는) 옵디보는 (암조직 내의 암세포와 면역세포에 발현된 PD-L1 수를 나타내는 점수인) CPS(Combined Positive Score, 복합양성점수)가 5 이상으로 설정됐는데, 최근 위암 1차 치료법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한 키트루다는 CPS가 10 이상으로 설정됐다. 키트루다 데이터로는 모든 PD-L1 환자에게 쓸 수 있어 CPS가 낮은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열어주는 게 중요한데, 그게 안 된 것이다.
키트루다는 CPS 0인 환자도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대규모 임상연구로 입증됐기 때문에 CPS 0인 환자에게도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연구 데이터를 봤을 때 CPS 0 환자는 치료 이득이 적다. 때문에 경제효용성을 따진다면 CPS 1 이상의 환자에게 키트루다를 급여로 쓸 수 있게 해줄 필요가 있다. 실제 미국도 CPS 1 이상이 기준이다. 지금 이대로 CPS 10 이상이 키트루다 급여 기준이 되면 많은 4기 위암 환자가 치료 기회를 잃는다.
또 빌로이는 동반진단(Complementary Diagnostics) 검사를 통해 클라우딘 18.2 양성이 확인된 사람에게만 쓸 수 있는데, 빌로이 동반진단 검사법은 올해 1월에야 승인됐다. 암 치료 표적에 대한 동반진단과 표적 약제의 승인은 동일하게 진행돼야 하는데, 지금 따로 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빌로이가 국내 출시됐음에도 이같은 문제로 두 달이나 치료가 늦춰졌다. 앞으로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게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 위암 1기는 시술이나 수술로 암을 제거하는 치료만 하고 항암치료를 하지 않는데, 정상세포의 형태에서 벗어난 '미분화암' 중 가장 끝에 있는 반지세포암 같은 성질이 나쁜 위암에도 동일하게 이 치료 원칙이 적용되나?
그렇다. 성질이 나쁜 1기 위암도 갑자기 온몸에 퍼지지는 않는다. 때문에 성질이 나쁜 암은 밀접 추적관찰을 하면서 암이 재발하는지 살펴는 것이 원칙이지, 성질이 나빠 재발 위험이 높다고 해서 항암치료를 하지는 않는다. 물론 젊은 여성 위암 환자 중 가족력이 있고 이카데린(E-cadherin, 암 침윤과 전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종양표지자) 검사 등을 해서 위험도가 높고 환자 불안 정도가 심하면 승인되지 않는 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지만, 일반적인 치료는 아니다.
- 현재 위암 2기 환자는 TS-1이라는 경구용 항암제를 복용하는 'S-1 요법'을 하는데, S-1 요법을 했을 때 '3년 생존율'은 80%로 수술만 한 환자의 3년 생존율(70%)보다 높지만 재발 등의 위협에 노출되는 환자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위암 3기 환자는 젤로다라는 경구용 항암제와 옥살리플라틴이라는 주사제 치료를 병용하는 '젤록스 요법'을 하는데, 젤록스 요법의 '3년 생존율'도 74%로 수술만 한 환자의 3년 생존율(59%)보다 높기는 하지만 26%의 환자가 3년 내 사망한다. 위암 2기와 3기의 수술 후 항암치료 성적을 높이기 위해 최근 변화된 것이나 변화가 예고되는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위암 2기 환자는 보통 S-1 요법을 하지만 젊은 여성에게 많은 GS 타입 위암이나 반지세포암 같은 성질이 나쁜 위암 2기 환자일 때는 위암 3기 환자에게 쓰는 젤로다 요법을 쓴다. 또 위암 3기 환자 중 고령이나 전신 상태가 좋지 않으면 젤록스 요법 대신 위암 2기에 쓰는 S-1 요법을 한다. 위암 환자의 상태, 위암의 성질, 항암치료의 효과와 부작용 등을 따져 세분화해 위암 항암치료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변화가 예고되는 것은 3기 위암에 '수술 전 항암치료를 할 것인가'인데, 현재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와 위암 진단 환경이나 위암 성격이 다른) 서구는 항상 3기 위암에 수술 전 항암치료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선행항암치료의 성적이 더 좋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세포독성항암제 외에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 등을 수술 전 썼을 때의 연구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 위암 환자의 컨디션이 나쁘면 항암치료가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컨디션이 더 나빠질 것을 우려해 항암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어떤 때인가?
대표적으로 위암이 간에 전이돼 간 수치가 올라가고 황달이 생긴 환자는 상식적으로 세포독성항암제를 쓰면 간에 무리가 더 가기 때문에 항암치료를 안 한다. 하지만 젊은 위암 환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암치료를 시도하기도 한다. 세포독성항암제를 안 쓰면 결국 그 환자는 두 달만에 죽는 까닭이다. 또 간이 망가진 것이 암 때문이어서 세포독성항암제를 써서 암세포를 죽이면 간수치가 회복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현재는 이같은 경우에 세포독성항암제를 썼을 때 간수치가 어떤 환자에게 회복되고, 어떤 환자에게 더 나빠질지 예측할 수 없다. 때문에 환자들에게 세포독성항암제를 썼을 때 약제로 인해 간기능이 더 나빠질지 모른다는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가 이같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세포독성항암제로 치료를 해보겠다고 했을 때 항암치료를 시도한다.
- 앞으로 위암 항암치료는 어떤 방식으로 발전될 것으로 예측하나?
생명공학기술의 발달로 위암에 숨어있는 치료 표적을 앞으로 더 많이 찾아내고, 그에 맞는 신약이 개발돼 앞으로 위암 치료 성적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 또 위암 항암치료는 세포독성항암제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치료 표적인 항체에 더해 세포독성항암제를 더한 항체약물접합체(ADC)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 같은 약제 활용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항암치료 중 치료를 바로 중단해야 할 만큼의 위험한 항암치료 부작용은 무엇인가?
위암은 세포독성항암제를 기본적으로 쓰고 여기에 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 등을 더하기 때문에 설사, 구토, 장염, 호중구감소증, 간수치 상승, 폐질환 등 정말 여러가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집에서 먹는 경구항암제 치료를 하는 환자 중 원래 항암치료가 힘들다고 여기고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몸이 힘든데도 항암제 복용을 중단하면 죽는다고 오해하면서 '정신력으로 이겨내야지', '내일이면 나이질 거야'라며 계속 경구항암제를 복용하다가 더 큰 위험에 빠지는 환자도 있다. 경구항암제를 먹다가 너무 힘들면 일단 약을 끊고 병원에 진료를 보러 올 것을 권한다.
또 주사 항암치료 후 집에 돌아갔을 때 항암제 부작용으로 환자가 힘들어하고 점차 컨디션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면 환자가 쓰러지기 전에 병원에 연락하거나 와야 하는데, 그것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실제 굉장히 컨디션이 좋았던 위암 여성 환자가 항암치료를 하고 집에 가서 3일째부터 설사를 하기 시작했고, 3박 4일 설사를 하다가 의식을 잃은 뒤에야 환자의 딸이 병원에 연락한 일이 있었다. 그 환자는 병원에 온 그 다음날 사망했다. 어떤 항암치료 부작용이든 환자가 힘들어 일상생활을 못 하고 누워있고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면 위험한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병원에 연락하거나 오는 것이 맞다.
굉장히 상식적인 이야기 같지만 위암 환자마다 항암치료 부작용이 너무 다양하고, 환자마다 그 상황을 바라보는 게 너무 달라서 사실 일반화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요즘 항암치료 부작용 앱을 개발하고 있다. 환자가 스스로 항암치료 부작용 증상에 대해 체크하게 한 다음에 이 정도 수준이면 병원에 가보라는 답을 주는 앱이다.
- 최근 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에 더해 항체약물접합체 같은 항암 신약에서 폐가 굳어지는 '간질성 폐질환'이 꽤 많이 보고된다. 실제 엔허투 임상연구에서 엔허투 치료군의 12.8%의 환자가 간질성 폐질환을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치료 경험이 많은 폐암의 전문 의료진들은 호흡곤란 같은 간질성 폐질환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약을 끊으라고 교육하는데, 위암에서도 마찬가지인가?
간질성 폐질환이 의심되면 약을 끊는 것이 맞다. 또 이런 환자는 바로 병원에 와서 스테로이드 치료도 해야 한다. 그런데 간질성 폐질환 부작용이 생겼다고 해도 호흡곤란이 생기기 전에, 스테로이드 치료를 해야 한다. 호흡곤란 증상이 생겼다는 것은 이미 간질성 폐질환이 많이 진행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간질성 폐질환이 많이 진행돼 있으면 약을 끊어도 회복이 잘 안 될뿐만 아니라, 환자 컨디션이 어느 정도 회복해도 이미 폐가 많이 망가져서 이같은 신약을 다시 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까닭에 현재는 증상과 상관 없이 매 항암치료 사이클마다 위암 환자에게 정기적으로 흉부 X-ray를 찍으면서 간질성 폐질환이 있는지 살핀다. 흉부 X-ray로 간질성 폐질환이 의심되면 흉부 CT를 중간에 찍기도 한다. 조기에 간질성 폐질환을 확인하고, 약을 끊은 뒤 잠시 항암치료를 쉬면서 간질성 폐질환 경과를 지켜보면 다시 좋아지기도 한다. 그러면 다시 치료를 할 수도 있어서 조기 발견이 아주 중요하다.
- 위암 항암치료 기간 환자에게 권하는 일상건강관리법이 있다면 무엇이고, 금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항암치료를 할 때는 간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에 건강기능식품이나 영지버섯, 상황버섯, 녹용, 녹즙 같은 농축된 음식은 먹지 않아야 한다. 건강을 생각해서 비타민C 같은 영양제를 복용하는 정도는 괜찮은데, 고용량 비타민C, 온열치료, 면역증강제 등과 같은 암요양병원에서 보통 하고 있는 것들은 할 필요가 없다. 또 고기를 안 먹어야 암세포가 잘 안 자란다고 생각하고 고기를 안 먹는데, 고기를 안 먹으면 면역세포 등 인체 정상세포가 제대로 안 생긴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 우유, 생선, 치즈 같은 단백질 음식을 잘 챙겨 먹어야 한다.
특히 항암치료를 할 때는 음식 섭취량이 줄어드는데,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 양은 똑같다. 때문에 매끼 균형잡힌 식단으로 식사하되 단백질을 더 신경써서 챙겨 먹어야 한다. 또 항암치료 중인 환자에게 운동이 중요하고 필요한 것도 맞는데, 절대 과도한 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 가장 나쁜 운동이 한 번에 몰아서 하는 운동이다. 만약 하루 만보를 걷겠다는 생각이라면 하루 세끼 밥 먹은 뒤 각각 3,000보 정도를 걷는 게 가장 좋지, 한 번에 만보를 걷는 것은 절대 아니다. 또 운동을 처음한다면 무리하게 하루 만보 걷기를 시도하기 보다 하루 6,000~7,000보를 3번으로 나눠 식후 2,000보씩 걷기를 추천한다.
또 항암치료 중에는 독감백신 등 예방접종을 잘 챙겨서 받아야 한다. 다만 예방접종은 항암치료 중 내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았을 때 맞아야 한다. 보통 주사 항암치료를 하러 병원에 가기 이틀 전 '신체 컨디션이 아주 좋을 때'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또 항암치료 시작 전 스케일링을 먼저 할 것을 추천하고, 본격적인 치과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항암치료가 끝나고 난 뒤 할 것을 권한다.
- 마지막으로 평소 위암 항암치료를 하는 환자나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면?
항암치료는 의사와 환자, 보호자 간의 신뢰가 중요하고, 신뢰가 쌓이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항암치료 과정에서 가족 중 의사결정권자 한 명을 정하고, 그 한 명이 환자가 아니라 보호자라면 매번 똑같은 보호자가 환자와 같이 병원에 와 의료진과 신뢰를 쌓아가며 치료가 잘 이어지게 했으면 좋겠다. 한 환자의 치료에 가족 내 의사결정권자가 여러 명이면 유튜브 등을 통해 잘못된 정보를 믿고 가족 간 불화가 생기기도 하고 치료에도 혼선을 초래하는 것을 많이 봐왔다. 환자가 치료를 끝까지 잘 받을 수 있게 의사와 환자, 보호자 간 신뢰를 잘 쌓아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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