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콩팥병으로 10년간 복막투석 하고 있는 환자 유병욱 씨
“출퇴근 규칙적이고 사회생활 해야 하는 젊은 층에 적극 추천”
3월 13일 ‘세계 콩팥병의 날’…투석에 대한 인식 개선과 배려 당부
말기콩팥병(End-stage renal disease, ESRD)은 신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해 체내의 노폐물과 수분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신장 기능이 정상인의 10% 이하로 떨어져 생명 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혈액 투석, 복막 투석, 신장 이식과 같은 ‘신(腎) 대체 요법’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최근 코리아헬스로그와 만난 유병욱 씨도 사구체신염으로 신장기능이 저하돼 말기콩팥병 진단을 받고 2016년부터 투석을 하고 있다. 2015년 연말 건강검진을 받았다가 검사결과가 좋지 않다며 대형병원 진료를 권유받았다는 유병욱 씨는 얼굴이 좀 창백하고 피곤을 자주 느끼곤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느꼈다고 했다. 몸이 몹시 가려웠지만 나이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지 신장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학교 교사인 그는 토요일 편안한 마음으로 서울시보라매병원을 찾았지만 너무 늦게 왔다며 당장 입원해 치료해야 한다는 신장내과 이정표 교수의 말에 곧바로 투석 치료를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투석 방법은 혈액투석이 아닌 복막투석이다. 혈액투석은 환자의 혈액을 기계에 연결하여 인공신장(투석기)을 통해 노폐물과 과도한 수분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주 3회, 한 번에 3~5시간 정도 소요된다.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직장인에게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복막투석은 환자의 복막을 이용해 체내에서 노폐물을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집에서 환자가 스스로 복막에 투석액을 주입하고 일정 시간 후 배출시키는 것이어서 1~2달에 한번 병원에 방문하기 때문에 경제활동이나 학업 등이 가능하다.
복막투석이라는 게 생소했지만 주치의인 이정표 교수가 추천한 만큼 고민하지 않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투석 10년차인 그는 3~4년 전부터는 복막투석과 혈액투석을 병행, 주 5회 복막투석, 주 1회 혈액투석을 받고 있다.
- 어떤 질환으로 투석을 하게 됐는지.
사구체신염이었다. 2015년 연말 정기검진 받는데 혈액수치 등이 안좋게 나왔다며 신장내과 진료를 받으라고 하더라. 그래서 보라매병원 이정표 교수님께 진료를 받았는데 다 망가져왔다고 바로 입원해 치료 받으라 해서 입원 준비도 안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왔다가 그 자리에서 입원하고, 검사한 뒤 바로 투석을 시작했던 것 같다.
-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25년째 가르치고 있다. 개인적으로 신장 이외에도 다른 질환이 있어 수술도 하곤 했는데 일반 직장들보다는 방학이라는 시간이 있고 병가도 자유롭게 쓸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한다. 일반 직장이었다면 직장 생활을 계속 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 복막투석을 받게 된 배경은.
일단 젊고 직장이 있으니까 혈액투석보다는 복막투석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 주치의인 이정표 교수님이 추천해주셨다. 개인적으로 복막투석이 뭔지, 혈액 투석이 뭔지도 모를 때라 선생님만 믿고 복막투석을 선택했다. 복막투석의 경우 감염이 안되도록 주의해야 하는데 감염 없이 지내왔고, 처음에는 손 투석을 하다가 지금은 매일 저녁 기계로 자동복막투석을 하고 있다.
- 복막투석과 혈액투석을 병행하고 있으니 각 투석 방법의 장단점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스스로 잘 관리만 할 수 있다면 병원을 안가고도 집에서 할 수 있다는 게 복막투석의 가장 큰 장점이다. 두 세달에 한번 병원을 방문해 검사하고, 복막투석액을 처방 받는 게 전부다.
다만 복막투석은 오래하면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하더라. 효율이 떨어지면 투석액 농도를 높이기도 하지만 그럴 때는 혈액투석과 병행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해 직장생활에 지장이 없는 토요일 하루만 병원에 와서 혈액투석을 하고 있다.
굳이 단점이라면 밤에는 복막투석을 해야 하니 집에 일찍 들어가야 하고 토요일은 혈액투석을 하니 여가 생활을 잘 못하는 정도. 또 복막투석은 배에다 구멍을 뚫어 놓기 때문에 목욕탕에 가더라도 탕에 들어갈 수가 없다는 것. 자동복막투석의 경우 하루에 한 번 9시간 정도를 기계에 걸어놓고 하는데 잠버릇이 험한 사람은 기계와 배를 연결한 투석관이 꼬이거나 막힐 수 있고 그러면 경보음이 울리기 때문에 깊은 잠을 못잘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기계가 투석액을 배출하지 않아 경보음이 울려 고생한 적이 있었는데 그런 점에서는 나이든 어르신들은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화장실도 가까운 게 좋고, 장비를 놓아야 할 공간도 필요하다. 사실 한두달치의 투석액을 보관해야 하는데 분량이 5리터짜리 투석액 박스가 50~60개 정도 되다보니 거의 방 하나를 채울 정도다. 그런 환경이 안 되시는 분들은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
혈액투석은 4시간 이상을 팔도 못 음직이고 같은 자세로 누워있는 게 쉽지 않다. 잠을 자면 되지 않나 하지만 잠도 오지 않더라. 투석이 끝나면 기진맥진해져 집에 와서도 휴식을 취해야 한다.
- 그래도 환자들 입장에서는 혈액투석의 경우 스스로 하지 않고 기계로 하기 때문에 편리하다고 보는 경향이 없지 않은 것 같다.
요즘 야간 투석도 활성화돼 있어 직장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아무래도 혈액투석을 하려는 것 같다. 하지만 복막투석을 하다 염증이 생겼거나 효율이 떨어졌을 때 혈액투석으로 바꿔도 되고, 두가지를 병행하는 것도 있으니 개인적으로는 직장이 있거나 젊은 분들에게는 복막투석을 추천 드리고 싶다.
- 복막투석을 추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복막투석의 단점을 열거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조심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부분이고, 장비 사용 난이도도 그렇게 높지 않아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특히 루틴이 되면 누구의 도움 없이도 준비과정부터 투석, 뒤처리까지 깔끔하게 할 수 있다. 반복되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공무원이나 출퇴근 시간이 비교적 규칙적인 분, 나이가 젊어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복막투석을 추천한다. 의료진들이 처음부터 혈액투석을 하게 되면 복막투석으로 돌아오기 어려우니 복막투석을 먼저해보는 게 어떠냐고 권유해 준다면 환자들은 의료진을 믿고 따르게 될 것이다.
- 기계 오작동 등 응급상황 등이 발생했을 때 대처는 어떻게 하게 되나.
기계를 조금만 조작할 줄 알면 크게 어려운 것은 없다.
다만 복막투석을 하게 되면 투석액이 거의 13리터 가까이 나오기 때문에 보통 2개의 백을 준비해 놓는데 백을 잘 잠그지 않으면 넘치거나 터질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한번은 잠그는 걸 깜빡 잊어 투석액이 넘친 적이 있다. 기계 오작동 등으로 경보음이 울리면 야간투석센터가 있어 센터에 전화해 해결하면 되는데 지금까지 전화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 회복 속도는 어떠한가.
복막투석이 좀 더 빠르다. 복막투석은 혈액투석과 다르게 계속 몸에 투석액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평상시에도 투석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불편할 수 있지만 컨디션은 복막투석이 좀 더 좋은 것 같다.
- 지금 신장이식을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복막투석이든 혈액투석이든 투석은 일상생활을 유지시켜주는 것이지 좋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투석환자들의 최종 목표는 신장이식이다. 투석 안받아본 사람들은 절대 모를 테지만 정말 힘든 과정이다. 왜 투석을 받는 환자들에게 장애인증이 발급되는지 이해가 간다. 때문에 내 몸이 허락한다면 최대한 빨리 이식을 받고 싶다. 2016년 병원에 처음 왔을 때는 5년 정도 대기하면 이식이 가능하지 않을까 예상했었는데 벌써 10년이 됐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투석 환자들이 장애이긴 하지만 잘 관리하면 능력이나 일하는데 지장이 없다. 투석을 한다고 일을 제대로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한 출산 휴가를 다녀오는 것처럼 한두달 휴직 하더라도 눈치 주지 않고 복귀시켜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공무원이 아니라 일반 직장을 다녔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곤 하는데 개인적으로 직장을 다니기 힘들었을 것 같더라. 투석 환자에 대한 인식 개선과 배려를 부탁드리고 싶다.
관련기사
- 복막투석, 글로벌서 활성화…국내 시범사업에도 점유율 5% 밑으로 추락
- 대한신장학회-남인순 의원, ‘복막투석 활성화 방안 마련’에 공감
- 말기콩팥병 환자 삶의 질 개선 방안 마련 정책토론회 열린다
- 아토피피부염의 높은 치료 목표 달성 위해 도입되고 있는 'SDM'
- 달라진 진료실 풍경…의사와 환자가 마주하니 최적의 치료법이 나왔다
- 늘어나는 만성 콩팥병…경고등 없는 '신장' 지키기 위해 꼭 해야 할 것
- 사각지대에 선 '파킨슨병'…"고립된 환우들과 함께하며 세상 속으로"
- 당뇨병과 같은 원리 '기면병'…"필요한 약 빠지고 국산약 들어오지 않아"
- 국내 희귀질환 치료환경 "감사할 것 많아"…'국가 지원 방식' 변화 필요
- 파브리병 조기 치료, 보험 급여 기준 탓 제한…"조기 치료 가능해져야"
- 부신백질이영양증 진행 늦추는 ‘로렌조오일’에 정부 지원 필요하다
- 중증근무력증 환자 15%, 기존 치료에도 일상 불가…신약 쓸 수 있어야
- "폰히펠린다우증후군 유전자는 바꿀 수 없지만 약값은 바꿀 수 있다"
- '복막투석 재택의료 시범사업', 입원∙응급 등 의료자원 감소 효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