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션트 스토리] 골형성부전증환우회 김두리 회장
"치료제 안 쓰거나 장애 없으면 골절 돼도 적용 안돼"
희귀질환 인지도↓ 병원 의료진마저 응급 처치 미숙
2차 골절 위험 노출…부모들, 아동학대로 오해받기도
골형성부전증은 뼈 형성과 관련된 유전자 문제로 태어나기 전부터 뼈가 부실한 유전성 희귀질환이다. 골 부실도에 대한 스펙트럼이 넓은 이 병으로 태아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골절될 수 있다. 태어난 뒤에는 감기로 기침을 하다가도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한다. 뼈 뿐 아니라 근육도 약하다. 키도 작고, 척추는 휘기 쉽다. 척추측만증이 심하면 심폐기능을 압박해 숨 쉬기가 어려워지고, 심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국내에서 골형성부전증은 1990년대 중후반까지 특별한 치료법이 없었다. 골절된 뒤 기부스를 하거나 수술하는 게 전부였고, 치료한 정형외과 의사조차 환자가 골형성부전증이라고 제대로 인지하는 경우도 드물었다. 수차례 골절 끝에 적지 않은 골형성부전증 환자가 장애를 갖고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에 의지해야 했다.
골형성부전증 치료 환경은 1999년 서울대병원 소아정형외과 조태준 교수가 골다공증 치료제인 비스포스포네이트를 국내 골형성부전증 치료에 도입하면서부터 서서히 달라졌다. 올해 마흔이 된 한국골형성부전증모임 김두리 회장은 골형성부전증 환자이자 환우 보호자로 진단·치료체계가 전무한 의료 환경부터 현재의 개선된 치료 환경까지 모두를 온몸으로 겪었다.
건강한 부모 밑에서 유전자 돌연변이로 골형성부전증을 얻게 된 김 회장은 초등학교 6학년 때에야 비로소 골절 치료를 위해 찾아간 동네 정형외과의원 의사로부터 자신이 골형성부전증 환자라는 사실을 처음 듣게 됐다. 생후 7개월 뒤집기를 하다가 왼쪽 팔이 부러진 것을 시작으로 수십 번의 골절을 경험한 뒤였다.
뒤늦게 골형성부전증 환자라는 것을 알았어도 당시에 김두리 회장과 그녀의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골형성부전증이라는 병에 대한 정보나 이 병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사에 대한 것조차 알려진 게 하나도 없었다. 인터넷도 활성화되지 않은 시대였다. 선천적으로 뼈가 약한 병이라는 것을 안 뒤, 골절되지 않게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김 회장은 20대 초반 결혼해 아이를 가졌다. 김 회장의 골형성부전증 유전자를 물려받은 딸은 임신 8개월 배 속에서 움직이다 갈비뼈와 팔이 골절됐다. 제왕절개수술을 해서 출산예정일보다 3주 빨리 세상에 태어난 김두리 회장의 딸은 상체에 붕대를 감은 채 신생아기를 보냈다고 한다.
딸이 같은 질병을 앓자 김 회장은 “같은 시행착오는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며 “예전보다 더 좋은 의료시스템과 환우네트워크가 있지 않을까 싶어 인터넷으로 골형성부전증에 대해 찾아보게 됐고 한국골형성부전증모임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골형성부전증모임은 2003년 1월 25일 창립한 환우회다. 조태준 교수를 비롯해 골형성부전증 치료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일부 교수의 적극적 지원 아래 현재 한국장애인식개선교육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웅 씨가 초대 회장으로 모임을 이끌었다. 회장이 4차례 바뀌는 동안 모임에서는 회비와 정기후원을 통해 의료지원, 복지연계, 가족캠프, 서울대병원세미나, 대학장학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해왔다.
김두리 회장은 딸이 두 살이 되던 2005년 모임 초창기부터 이곳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그녀처럼 딸이 혼자 아프고 외롭게 크게 하고 싶지 않아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딸이 같은 병을 앓는 아이들과 어울릴 기회를 준 것이다. 또 모임을 통해 조 교수를 알게 되면서 딸의 주치의로 인연을 맺었다.
골형성부전증 진단과 치료 환경이 국내 마련되면서 골형성부전증모임의 환우 평균 연령은 낮아졌다. 과거보다 조기 진단이 이뤄지고 치료제 투약이 정기적으로 이뤄지면서 어린 환우를 둔 보호자의 참여도 모임에서 늘어났다. 이런 변화에 맞춰 2017년 당시 회장이 김두리 씨를 회장으로 추천했다.
골형성부전증 환자이자 환우의 보호자로서 그녀가 시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봤던 것이다. 김 회장은 2017년 1월 열린 모임 창립총회에서 임원진의 찬반투표를 통해 첫 여성 회장으로 취임했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골형성부전증 성인 환자와, 정기적 ‘투약’과 골절된 뼈를 더 보강하는 ‘수술치료’로 골절 빈도가 이전보다 줄어든 어린 환아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가 모임을 이끌게 된 것이다.
김두리 회장은 “우리 세대는 지금도 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고 골절을 당해도 동네 정형외과에서 치료 받는 것이 전부다”라고 말했다. 딸 세대도 치료 환경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 김 회장은 “딸 세대는 어릴 때 쓸 수 있는 치료제가 있지만 성장하면 쓸 수 있는 약제가 사라진다”고 현실을 짚었다.
이 때문에 두 세대가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가 있다. 바로 산정특례 갱신에 대한 것이다. 김 회장은 “저는 두 팔이 약간 휘고 가끔 골절을 경험하곤 하지만 골형성부전증 환자치고는 증상이 심한 편은 아니다”라며 “그래서 골형성부전증 환자지만 골절이 됐을 때 산정특례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희귀질환에 대한 산정특례인 '의료비 본인부담금 10% 혜택'을 그녀가 못 받는 이유는 장애가 없기 때문이다. 산정특례 갱신을 위해 조건 중 하나가 현재 약물치료를 하거나 장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두리 회장은 “장애가 없는 환우는 산정특례를 받을 수 없고, 장애가 있는 환우는 갱신을 통해 5년마다 산정특례 혜택을 연장 받을 수 있지만 갱신하기 위해 전동 휠체어를 타고 불편한 몸으로 어렵게 3차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진단서를 뗄 수 있는 병원도 지정돼 있다. 5년 마다 한 번 예약 줄이 긴 3차 병원에 진료 예약을 하고, 휠체어를 탄 불편한 몸으로 대도시의 병원까지 가야 하는 것이 골형성부전증 환자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김 회장은 “한 번 생긴 장애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환우가 사는 지역의 가까운 소규모 병원에서도 서류를 떼고 갱신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현재 정기적으로 치료 받고 있는 어린 환우도 성장판이 닫히면 더는 치료제를 쓸 수 없다. 성인이 됐을 때도 쓸 수 있는 약제가 개발 중이지만, 언제 국내 허가돼 상용화될 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김 회장의 딸은 세 살이 되던 해부터 조태준 교수의 처방 아래 치료제 투약을 시작했지만, 딸이 월경을 시작하고 1년 뒤엔 멈춰야 했다. 그녀의 딸은 두 팔에 장애가 있어 산정특례 혜택을 연장 받을 수 있지만, 장애가 없이 투약을 끊어야 하는 처지에 놓인 많은 환우들이 더는 산정특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김두리 회장은 “환우가 약을 끊는 16살쯤 되면 보호자들이 빨리 갱신을 해야 5년이라도 혜택을 연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며 “이런 편법적인 생각을 하지 않게끔 희귀질환의 산정특례 갱신 문제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골형성부전증 질환에 대한 인식이 낮아 병원 안팎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 대해서도 김 회장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역 대학병원 의료진조차 골형성부전증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이런 까닭에 골절을 입어 병원을 찾은 골형성부전증 환우는 2차 골절 위험에 또다시 노출된다. 일반 골절과 다른 방법의 처치가 필요한 데, 지역 대학병원 의료진조차 그 방법을 모르는 까닭이다.
결국 추가 골절을 막고 제대로 된 처치를 받기 위해 많은 부모가 골절된 아이를 데리고 이 병에 대해 잘 아는 의료진이 있는 서울까지 앰뷸런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김두리 회장은 짚었다.
김 회장은 “각 지역 내 한 곳의 대학병원만이라도 골형성부전증에 대해 잘 알고 치료할 수 있는 의료진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지금은 골절이 되면 2차 골절 위험을 피하기 위해 강원도에 사는 골형성부전증 환자도 서울대병원으로 간다”고 언급했다.
2차 골절 위험에 노출된 환우들의 이런 안타까운 사정을 안 조태준 교수는 빠르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골형성부전증모임 회장을 매개로 365일 응급 콜을 열어 놨다. 골절을 입은 환우나 그 부모가 현재의 응급 상황을 김 회장에게 전화나 문자로 알리면 김 회장이 조 교수에게 문자나 카톡으로 상의해 알리는 시스템이다.
‘수술이 필요합니다’라는 간단한 한 마디 답변을 보내놓고 조 교수는 서울대병원에서 골절된 환우가 바로 처치를 받을 수 있게 모든 준비를 해놓는다고 한다. 하지만 한 명의 의사가 골형성부전증 환아의 모든 응급상황을 언제까지 감당할 수는 없다. 국내 골형성부전증 환아는 1,000~2,000명으로 추계된다.
뼈가 부러지기 쉬운 질환 특성 때문에 골형성부전증 환우와 부모는 아동학대자로 오해받기 일쑤다. 이 병에 대해 의료진조차 잘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상황이다.
김두리 회장은 “병원 의료진이나 보험회사로부터 환우 부모들이 아동학대자로 오해받아 경찰 조사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골형성부전증이 가벼운 감기에도 골절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아이가 진단 받기 전 상당수 부모들이 이런 오해를 받는다”고 말했다.
결국 아이와 분리된 부모가 해결책을 찾아 골형성부전증모임의 문을 두드린다. 김 회장은 이런 상황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권유로 골형성부전증 진단을 받은 뒤, 아이를 찾은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이 질환에 대해 의료진만이라도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조금 더 다른 시각으로 골절된 아이를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씁쓸함이 남는다.
골형성부전증 진단 뒤에도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보호 받을 장치도 현재는 딱히 없다. 이 아이들은 또래와 부딪히는 상황에도 골절될 수 있기 때문에 보호 장치가 필요하지만, 사회적 배려는 거의 없다. 때문에 홈스쿨링을 택하기도 한다고.
김두리 회장은 “질환 특성에 맞춰 보호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아이들이 정말 안정적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한다”며 희귀질환에 대한 낮은 인식과 배려 때문에 아이가 사회와 격리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같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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