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내과 대담] 세브란스병원 유태현·여의도성모병원 정성진 교수
"최선의 치료 위해 신장내과·내분비내과·순환기내과 간 협업 중요"
만성신장병은 지속적으로 소변으로 단백질이 나오거나(단백뇨), 신장의 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한다. 만성신장병 환자는 질환이 없는 정상인에 비해 사망 위험이 7.2배 더 높으며, 환자 1인당 진료비가 가장 높은 질환이기도 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만성신장병의 유병률은 2020년 8%로 지난 5년간 2배 이상 급증해(2015년 3.4%), 그 심각성은 점점 더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만성신장병에 대한 인지도와 진단율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대한신장학회에서는 2017년 기준 진료를 받은 만성신장병 환자는 전체 추정 환자의 4.4%(203,978명)에 불과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최초 개발된 SGLT-2억제제가 최근 심혈관계 질환에 이어 만성콩팥병에서까지 이점이 확인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당뇨병과 고혈압 등이 만성콩팥병의 주요 원인질환인 만큼 이들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중요한 약제로 SGLT-2억제제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내분비내과, 순환기내과, 신장내과 간 다학제 협진이나 SGLT-2억제제의 적응증별 급여 제한으로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통합 관리에 일정 부분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유태현 교수와 여의도성모병원 신장내과 정성진 교수를 만나 국내 만성콩팥병 환자들의 관리 현황 및 SGLT-2억제제가 불러온 치료 패러다임 변화를 살펴보고, 만성콩팥병에 있어 다학제 치료의 중요성와 개선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일반적으로 신장내과를 방문하는 국내 만성콩팥병 환자의 상태는 어떠한가.
유태현 교수(이하 '유') : 우리나라는 소변검사, 신장기능 검사 등 검진 시스템이 매우 잘 돼 있기 때문에 환자들이 신질환에 대해 인지를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공식적으로 진단된 환자 수는 적은 편이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의 주요 합병증 중 하나가 만성콩팥병인데, 대부분 처음 진단된 질환을 집중해서 관리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건 우리나라만의 이슈는 아니다. SGLT-2억제제처럼 당뇨병과 만성콩팥병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양상이 이러했다.
정성진 교수(이하 '정') : 대부분의 환자들이 내분비내과나 순환기내과를 거쳐 오는 편인데, 알부민뇨 및 사구체여과율(eGFR)을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이상이 확인되면 신장내과 쪽에 바로 협진을 요청한다. 대한신장학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당뇨병을 기준으로 eGFR이 60 ㎖/min/1.73㎡ 미만이거나 알부민뇨가 있으면 신장내과와 협진을 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 다학제 진료의 관점에서 내분비내과에서는 당뇨병를 조절하고, 신장내과에서는 신장을 조절하는 것으로 접근해야 한다.
-당뇨병은 만성콩팥병의 주된 위험요소로 알려져 있는데, 당뇨병을 가진 환자에서 만성콩팥병의 위험이 어느 정도까지 올라가는지 궁금하다.
정 : 당뇨병에 기인한 만성콩팥병 환자는 전체 만성콩팥병 환자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당뇨병이 만성콩팥병의 큰 원인 질환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약 25%, 당뇨병 전단계 환자의 약 14%가 이미 만성콩팥병 3~4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당뇨병 환자의 경우에도 eGFR이 60 ㎖/min/1.73㎡ 미만인 환자는 8.6%, 알부민뇨가 동반된 환자는 26.7%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당뇨병 환자가 아닌 검사를 시행한 환자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아닐 수 있지만, 실제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당뇨병 환자가 600만 명이 넘는 것을 고려했을 때 만성콩팥병을 동반한 환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1차 의료기관의 당뇨병 적정성 평가에 eGFR 및 알부민뇨 검사를 포함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유 : 그렇다. 올해 3월부터 당뇨병 적정성 평가에 당뇨병성 신증 선별검사가 모니터링 지표에서 '평가 지표'로 전환됐다. 올해 시작한 사업이라 정확한 결과 값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정부에서도 당뇨병 환자에서 신장검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부분이 중요하다.
다만 1차 의료기관에서 검사를 너무 자주 시행하는 것에 대해 환자들이 일부 거부감을 가질 수는 있다. 그래도 개원가에서 열심히 검사를 유도해주고 계시고, 이런 체계가 자리를 잡는다면 점차 더 효율적으로 신장질환을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 : 만성콩팥병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심평원에서 조금씩 관련 체계를 잡아가고 있고, 필요한 검사 지표들을 계속해서 업데이트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서 국내 당뇨병 환자 중 eGFR이 60 ㎖/min/1.73㎡ 이하인 환자가 8.6%, 알부민뇨가 동반된 환자가 26.7%라고 하셨다. 가이드라인 상으로 신장내과와의 협진이 꼭 필요한 환자들인데, 실제 협진 현황은 어떠한가.
유 : 현실적으로는 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신장기능이 30~40% 정도 남았을 때 의뢰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 같다.
정 : 당뇨병학회 진료지침에는 의뢰 시점이 eGFR 30㎖/min/1.73㎡ 미만으로 되어 있다. 당뇨병학회에서 권고하는 신장내과 의뢰 시기가 신장학회 입장에서는 늦은 편이고, 반대로 신장학회에서 권고하는 시기는 당뇨병학회 입장에선 너무 빠른 편인 것이다. 이러한 간극을 해결하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신장기능이 이미 떨어진 상태에서 신장내과로 온다는 것인데, 신장기능이 치료한다고 회복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유 : eGFR이 30 ㎖/min/1.73㎡까지 떨어진 환자라면 약을 사용하더라도 회복이 어렵다. 때문에 SGLT-2억제제가 등장하면서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도 당뇨병에 의한 심혈관이나 신장 합병증 관리를 위해 초기부터 다학제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 : 다학제 진료는 최근의 화두라고 할 수 있다. 다학제적으로 접근해 협진을 한다면, 신장내과에서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ARB/ACEi를 환자가 감내할 수 있는 최대용량을 썼는지 검토할 수 있으며, 목표 혈압을 120으로 낮춰 잡고 관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당뇨병과 콩팥병에서 서로 상반될 수 있는 식이를 조율할 수도 있다. 최선의 결과를 위해 신장내과와 내분비내과, 순환기내과 선생님들이 협업한다면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신장학회에서 당뇨병콩팥병 진료지침을 발간하며, 치료 약물로 SGLT-2억제제를 포함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유 : SGLT-2억제제는 현재 국내 가이드라인에서 당뇨병이 동반된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Class 1A 등급으로 권고되고 있다. '다파글리플로진(오리지널 상품명 포시가)' 연구와 '엠파글리플로진(상품명 자디앙)' 연구에서도 거의 동일한 효과를 보였기 때문에 지금은 당뇨병을 동반한 만성콩팥병 환자에서는 국내외 모든 가이드라인에서 SGLT-2억제제를 1차 치료제로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 : 국내 지침뿐 아니라 최근 2023년 유럽신장학회 연례학술대회(ERA 2023)에서 국제신장학회(KDIGO) 가이드라인 초안이 발표됐는데, 알부민뇨가 200 ㎎/g이상이고 eGFR이 20 ㎖/min/1.73㎡ 이상인 모든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당뇨병 유무와 관계없이 SGLT-2억제제가 1A로 권고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알부민뇨가 200 ㎎/g 미만이거나 정상인 경우, eGFR 20~40 ㎖/min/1.73㎡인 환자라면 모든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SGLT-2억제제가 2B로 권고될 예정이다. 아직 초안이라 전체 버전이 나와야 정확히 확인할 수 있지만,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많이 쓰이는 ARB, ACEi 약제가 1B로 권고되는 것을 감안하면, SGLT-2억제제의 권고 수준은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SGLT-2억제제가 당뇨병 여부와 관계없이 만성콩팥병에서는 최우선 약제가 될 것이라는 의미인가.
정 : DAPA-CKD 등 만성콩팥병 관련 SGLT-2억제제 연구들의 결과를 보면, 만성콩팥병 환자에게는 SGLT-2억제제의 조기 사용이 필요하다. 다만 국내외 처방 패턴을 살펴보면, 아직까지는 가이드라인이나 연구 결과만큼 임상 현장에서 처방의 변화가 빠르게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어 강조가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SGLT-2억제제를 사용하는 것이 비급여인 상황인데, 이런 부분이 제한점이 되지는 않는지.
유 : 신장내과에 다니시는 환자분들은 단백뇨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계시고, 신기능을 잘 보호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기 때문에 충분히 설명을 드리면 비급여라 하더라도 SGLT-2억제제를 잘 사용하시는 편이다. 다만 실제 처방을 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이러한 것을 한 번 더 설명하는 단계가 추가돼 제한적일 수도 있다.
정 : 말씀하신 것처럼 급여라면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없지만 비급여라면 본인 부담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 번 더 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울 수 있다. 다만 '포시가'의 경우 한 달 약값이 약 2만원 수준이기 때문에 아주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닐 수 있다. 게다가 내년 4월쯤 되면 약가가 인하돼, 1만원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들에게 한 번 더 설명을 해야한다는 것뿐이지 급여 여부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유 : 아무리 저렴해도 환자들의 입장이 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비급여라는 점은 조금이라도 제한이 될 수 있다. 급여화는 꼭 필요하다고 본다.
-SGLT-2억제제가 만성콩팥병 치료에 가져온 변화에 대해 평가해 달라.
유 : 최근 2023년 미국신장학회 연례학술대회(ASN 2023)를 다녀왔는데 인상 깊은 점이 있었다. 종합해 보자면, 만성콩팥병 치료에 있어 SGLT-2억제제는 이제 더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약제가 되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RAAS 저해제를 기본으로 깔고 다른 치료제들을 병용하면서 부가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많은 연구들이 진행됐었다. 이번 ASN 2023에서 발표된 연구들은 SGLT-2억제제를 기본으로 하고 거기에 다른 치료제들이 어떤 추가적인 효과를 가지는지 평가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미 국제적으로 SGLT-2억제제는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필수 약제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고,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피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일례로 과거 특정 부작용 때문에 사용이 어려웠던 약제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엘도텔린 수용체 길항제(Endothelin recepter blocker)가 있다. 최근 SGLT-2억제제와 엘도텔린 수용체 길항제 병용 연구가 진행 중인데, SGLT-2억제제의 이뇨제 효과가 기존 엘도텔린 수용체 길항제의 부종을 상쇄시키면서 신장 이점에 시너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SGLT-2억제제와 피네레논을 병용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피네레논이 기존의 클래식한 MRA에 비해 고칼륨혈증(hyperkalemia) 위험이 적다고는 하지만, 칼륨 수치가 올라가는 부작용이 있는데, SGLT-2억제제가 이 칼슘 수치 상승을 낮출 수 있어 두 약제를 병용하는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종합하면, 신장이 안 좋은 환자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체액 저류(fluid retention), 고칼륨혈증, 전해질 불균형(electrolyte imbalance)과 같은 증상들을 상쇄시키면서 환자에게 부가적인 이점이 있지 않을까라는 배경에서 SGLT-2억제제를 기본으로 가져가되, 거기에 다른 약제들을 추가(Add-on)하는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정 : 예전에는 'First line'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는데 요즘 논문에서는 SGLT-2억제제를 'Foundational treatment'라고 많이들 표현하고 있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다른 고민 없이 기본적으로 무조건 사용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앞으로는 SGLT-2억제제를 기본으로 사용하면서 어떤 약제를 추가(Add-on)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일례로, 최근 DAPA-CKD 연구와 CREDENCE 연구를 통합분석(pooled analysis)한 데이터가 나왔는데, 이 연구에 따르면 만성공팥병이 진행될수록 고칼륨혈증이나 급성 신손상이 잘 생겨 RAS억제제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SGLT-2억제제를 함께 쓰기 시작하면 고칼륨혈증이 완화되고 급성 신손상의 위험이 줄어들어 RAS억제제를 끊지 않고 유지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즉, SGTL-2억제제가 RAS억제제를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는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둘의 위치가 역전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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