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교수, "환자부담 단계적 확대 및 산정특례 적용 등 고려해야"
"후속 치료제 개발 및 시장 도입으로 기존 약제 가격 인하 유도해야"

코로나19는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변이를 거듭하며 기저질환자 및 고령 환자 등의 고위험군 환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10월 질병관리청이 국회에 제출한 '코로나19 초과 사망자 수' 자료에 따르면, 최근까지도 코로나19의 여파로 초과 사망자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과 사망'은 특정 시기에 통상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망 건수를 넘어선 추가 사망을 뜻하며, 현재까지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초과 사망자는 6만5,000명을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 8월 31일 코로나19를 법정 감염병 등급 '2급'에서 '4급'으로 전환하고, 코로나19 검사나 치료비에 대한 단계적 유료화를 선언했으며, 내년 상반기부터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현 무상 지원 체계를 잠정 종료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치료제를 보유한 제약사들은 코로나19 중증 예방 및 치료에 환자들이 약제를 급여 사용할 수 있도록, 보험당국에 급여 등재를 신청하고 심사를 기다리는 상황.

이에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를 만나 우리나라의 코로나19 관리 현황을 살펴보고, 정부가 발표한 지원 축소 계획이 국내 환자에 미칠 영향과 치료제 급여 정책 방향에 관한 제언을 들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

-현재 우리나라의 코로나19 관리 현황은.

여전히 시행중인 일부 조치들이 남아 있긴 하지만, 사실상 의료체계가 이러한 조치들 없이도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엔데믹을 달성했다고 본다. 다만 정부의 엔데믹 선언 후 우린 올 여름 작은 유행을 경험했을 뿐이다. 방심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번 겨울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환자가 동시에 늘어나고 있어 트윈데믹을 경험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예상하지만, 중환자실 부족이나 환자들의 치료에 영향을 주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면 엔데믹이 선언됐다 하더라도, 다시 코로나19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지를 정책적으로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 엔데믹이 선언되면서 관심도 많이 줄어들었고, 코로나19가 소위 독감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는 현재 독감에 비해 치명률이 높은 질병이다. 특히 코로나19의 전파력 및 치명률 등을 생각한다면 아직까지 마음 놓을 만큼의 만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코로나19 검사나 치료비에 대해 단계적 유료화를 선언했는데.

그 동안 무료로 진행되던 코로나 검사가 일부 유료화 되면서 현재는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경증 및 중등증의 환자들, 즉 '경구용 약제 처방 대상 환자'들은 검사 비용의 50%를 국가가 지원하고, 그 밖에 일반 환자들은 100% 본인 부담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아이러니칼한 것은 인플루엔자의 경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검사 비용이 '비급여'였다가 최근 입원 환자와 응급실 환자를 대상으로 '급여' 전환되는 반대 상황이 펼쳐졌다는 점이다. 실제 인플루엔자 입원 환자와 응급실 내원 환자는 신속항원 검사 비용의 80%가 보험급여로 보장된다.

코로나19는 인플루엔자보다 더 위험한 질병이고 전파력도 강해 관리 필요성이 더 높은 질환이다. 검사에 있어서도 전파력과 치명률을 고려해 코로나19 검사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성이 고려돼야 한다. 치명률과 유병률이 더 높은 질환에 대한 검사의 보장성이 더 낮다는 것이 아이러니칼하다. 코로나19 검사 보장성을 우선적으로 급여화 하는 방향이 되거나, 적어도 두 질환에 대해 급여 수준을 비슷하게는 가져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해서도 정부가 내년 지원 공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치료제를 보유한 제약사들이 급여 신청을 진행 중이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의 경우 정부 주도 계약을 통해 국고로 약가의 100%를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약제가 보험화 되면, 약제 비용에 대한 부분은 건강보험 재정으로 넘어가게 되고, 이는 엄청난 부담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엔데믹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일반 의료 체계로 넘어오는 시점이고, 큰 틀에서 필요한 변화라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치료제의 경우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 옵션이 크게 없는 상황이다. 중증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주사제는 '베클루리(성분명 렘데시비르)'밖에 없고, 고위험군을 위한 경구제 중 하나인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는 식약처의 긴급사용승인 이후 정식 허가를 받지 못했다. 정식 허가를 받지 못하면 보험 등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고위험군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는 현재 주사제인 '베클루리'와 경구제인 '팍스로비드(성분명 니르마트렐비르/리토나비르)' 2개밖에 없다.

코로나19 치료제가 보험화 되면, 환자들은 무료로 치료 받았던 약제 비용의 일부를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제약사들은 기존에 고려하지 않았던 물류 비용 및 인건비 등을 고려해야 하며, 이는 결국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치료제에 대한 환자들의 비용 부담이 너무 클 경우 발생한다. 비용 부담으로 인해 처방을 거부하는 고위험군은 치료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고, 재정적으로 어려운 환자이 사망이나 중증으로 가는 위험에 놓이게 되는 상황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현재 코로나19로 진단된 환자들 중 고위험군의 경우 경구제 처방률이 20~40% 정도로 높지 않고, 입원 환자는 대부분 베클루리로 처방이 되고 있다. 환자들의 본인 부담률이 높아지면 환자들은 실제 치료제를 쓸 것인지 말 것인지를 고민하게 되는 상황이 되고, 이런 상황은 중증 환자, 특히 늘 그렇듯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들에게 더 문제가 된다. 약값으로 인해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들도 나올테니, 무엇보다 이들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지금까지 정부는 백신 접종의 사망률 예방과 치료제의 중증 예방 효과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는데, 이 같은 결정은 정부가 그 동안 중증 예방을 위해 강조해오던 메시지를 모두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어떤 부분을 더 신경써야 하나.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해 전면 급여화로 가는 방향성은 맞다. 다만 전면 급여를 어떻게 연착륙하게끔 할지가 더 중요한 문제다. 주사제는 입원비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약제비 부담에 대한 부분이 환자들에게 크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지만, 경구제의 경우에는 당장 외래에서 약제비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게 다가올 수 있다. 본인부담 비율을 20%, 50% 이렇게 지정하지 말고, 초기에는 5~10% 정도로 시작하거나 산정특례를 적용하는 등의 방법을 구상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그렇게 조금씩 본인부담을 높여가면서, 현재 임상 중인 경쟁약들이 추후 시장에 들어오게 되면 기존의 약값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경쟁 약들이 계속해서 시장에 들어올 수 있게 유도해, 기존 약제들이 가격을 낮추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가 주장한다고 해서 감염병이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는 그 길을 가게 되어 있다. 정부는 그에 맞춰 정책적인 보완을 해나가야 한다.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때 들인 만큼의 막대한 비용은 아니더라도 재정적인 면에서의 지원은 여전히 필요하다. 치료제가 의료보험 체계로 넘어가는 것 역시 맞는 방향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를 받아야 되는 대상 또는 예방이 중요한 대상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할 것인가를 정책 시행 시 지속적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치료제에 대한 급여화 발표에 앞서, 정부가 급여화를 했을 때 계속해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주된 대상 즉, 사망 위험이 높거나 중증 위험이 높은 사람들을 위해 어떤 대안을 마련할지 고민해야 한다. 또한 이런 부분들을 제대로 시행하려면 현장에 있는 전문가들이나 의사들의 의견을 많이 듣고, 여론 수렴도 하면서 저변을 확대해 단계적으로 나아가는 것을 권한다.

-올 겨울 당면한 코로나19에 관한 전망은.

코로나19는 독감처럼 사라지지 않고 매년 유행할 것으로 보이며, 계속 위험한 질병이 될 것이다. 우려되는 부분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율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코로나19 백신 접종율은 60세 이상에서 35%였고, 올해는 현재까지 29%밖에 되지 않았다. 반면 독감 접종율은 작년 80%가 넘었고, 올해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7~8월을 빼고는 코로나19 유행이 거의 없어, 그 동안 감염된 적이 없고 예방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65세 이상에서 거의 7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본다. 더욱이 작년에 맞은 백신 효과가 떨어지는 시기도 올 11월과 12월로, 여러 면에서 작년보다 유행이 클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독감과 함께 코로나19도 조금씩 늘고 있다. 10월 둘째 주 표본 감시에서 7,000명이 집계됐고, 지난주와 지지난주에 8,400명, 8,500명이 나와 약 15% 정도 증가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늘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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