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교수 “불합리한 의료시스템, 소수가 떠안는 구조”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를 지켜오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모두 병원을 떠났다. 의료계를 옥죄는 정부 정책과 사법 리스크 부담이 원인으로 작용했다(관련기사: [신년기획] 우리는 어쩌다 ‘잠재적 죄인’이 됐나).
국내 첫 소아전문응급센터로 지정돼 소아 중증·응급환자를 지켜오던 순천향대천안병원이었지만 지난해 말 센터 소속 교수 7명 가운데 3명이 먼저 병원을 떠났고, 2명이 휴직을 결정하며 전면 단축 진료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남아있던 소청과 전문의 2명이 모두 병원을 떠나기로 결정하면서 사실상 소아 중증·응급환자 진료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달 1일 마지막 근무를 마친 소청과 이주영 교수는 지난 10년간 지켜 온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를 떠나며 느낀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지난해 12월 이후 단축진료로 운영되는 소아응급실을 보며 “애매하게 남아있느니 차라리 리셋되고 재정비하는 게 더 유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이 교수는 “소청과 전문의 채용이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정부에서는 시정명령을 내려 소아전문응급센터 지정 받았던 조건대로 돌리라고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병원 뿐 아니라 남아 있는 소수가 떠안아야 하는 구조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주영 교수는 “지금 충청지역 내 야간에 소아가 장 중첩증이 발생하면 풀 수 있는 병원이 없다”며 “당분간 소아 외상환자는 응급의학과 교수진이 보겠지만 아파서 (소아응급실로) 오는 소아환자는 받기 어려울 수 있을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 교수는 “지금도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된다는 경고가 나오는데 정부가 지원금을 언제까지 줄 수 있겠나. 서서히 망가지고 있던 ‘의료’에 불을 붙인 격”이라며 “소아 영역은 아이들 문제니 이슈라도 되지만 흉부외과나 뇌신경외과는 말 그대로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당뇨성 케톤산증 환자는 2차병원에서도 다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런 환자를 볼 수 없어 전원 보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의사들도 어이없어 하지만 (망가진 의료시스템) 현실이 그렇다. 그런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정부 정책이 명문화돼 발표되는 순간 젊은 의사들이 정말 많은 기회를 박탈당하게 될 것”이라며 “하루 빨리 개원하려는 러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이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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