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남기남의 슬기로운 병원생활(1‧2권)/청년의사/각권 15,000원

쇼피알은 의료정론지 청년의사에 연재됐던 시사 풍자만화 카툰이다. 무려 20년 동안 실렸다. 이 연재 만화가 청년의사 남기남의 슬기로운 병원생활(12) 단행본으로 묶여 세상에 나왔다.

의료전문지에 연재된 만화로 진지하고 재미없을 거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이 책은 자타공인 개그에 진심인 의사가 구성한 스토리를 전문 만화가가 그림으로 옮겨 만들었다. 리얼함으로 보자면 웬만한 메디컬 드라마는 명함도 못 낼 수준인데 그래서 더 재밌고 그래서 더 웃프다.

청년 의사 남기남의 일상을 토대로 의사들의 다채로운 병원생활을 엿볼 수 있다. 현직 의사와 의료인은 물론이고 일반 독자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만화책이다. 전문용어는 페이지 하단에 각주로 풀어 쉽게 설명하는 센스도 놓치지 않았다.

이 책의 역사는 제법 깊다. 청년의사가 주간지로 전환한 직후, 그러니까 200217일자 신문에 쇼피알이라는 연재만화로 1회가 실린 게 그 초석이다. ‘쇼피알남기남은 그렇게 무려 20년 동안 독자들의 애정과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975회가 공개됐던 2021123일 이후 연재는 잠시 중단되는 시련도 맞았다. 다름 아닌 정훈이 작가의 병환 때문이다. 그는 심한 감기 증상으로 동네의원을 찾아갔다가 정밀검사를 권유받았고, 며칠 후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만화 쇼피알 중에서도 특히 재미있는 편들을 모아서 단행본으로 묶으려는 시도는 시즌 1을 마칠 무렵에도 있었다. 하지만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볼 때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만화도 적지 않은 등의 이유로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다.

이후 1천 편 가까운 만화가 쌓이다 보니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만화도 꽤 많이 축적됐다. 연재 중단을 아쉬워하는 애독자들의 허기를 달래줄 필요도 생겼다. 두 권의 책으로 묶었다. 크라우드 펀딩과 책 판매를 통해 마련될 수익금을 전달함으로써 투병 중인 정훈이 작가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이 책 청년의사 남기남의 슬기로운 병원생활은 독자들의 아낌없는 후원과 지속적인 응원이 한데 모여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책은 의사의 애환을 웃프게 그린 내용, 개원의를 비롯한 평범한 의사들의 일상을 유머러스하게 묘사한 내용, 한국의 의료 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한 내용 등 구성이 우수하다.

영화나 드라마를 패러디한 작품도 많고, 게재 당시 화제가 된 사건 사고나 정치적 상황을 소재로 삼은 작품도 적지 않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진 연작은 알퐁소 도데의 별시리즈다. 의사 커플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인 이 연작은 시즌 1에서 무려 27편까지 이어졌다. ‘이라는 이름이 붙지는 않았지만 이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이후 다른 작품들에서도 같은 설정으로 가끔씩 등장했다. 심지어 시즌 2의 대본을 집필한 서민 교수나 김응수 원장도 가끔씩 이들을 소환하곤 했다.

그래서 청년의사 남기남의 슬기로운 병원생활은 긴 시간을 공유해온 독자와 작가의 추억이다. 서로에게 웃음과 애정을 기꺼이 내어주는 데 망설이지 않았던 오랜 우정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저자 주웅()

개그에 진심인 의사다. 의대 시절 대학개그제에 출전해 본선까지 진출한 경력이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산부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교육연구진료라는 본캐 외에도 여러 가지 부캐를 갖고 있다KBS <비타민>JTBC <진짜의사가 돌아왔다> 등에 출연했다. 유튜브를 통해서도 대중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의학박사를 취득했다. 2013년에는 하버드에서 보건학 석사도 취득했다. 현재 이대서울병원 진료부원장을 맡고 있다.

저자 서민()

의대 졸업 후 “21세기엔 기생충의 시대가 온다는 교수의 말에 넘어가 기생충학을 전공했다. 새천년이 밝았는데도 기생충의 시대가 오지 않는 것에 당황해 저술과 방송 등 여러 분야를 집적대다가 결국 유튜브에 정착했다. 조회 수를 위해 쌍수를 한 끝에 구독자 십만의 유튜버가 됐다. 의사가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만화 쇼피알스토리 작가로 참여했다.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기생충학교실 교수다.

저자 김응수()

재수 시절 노량진 만화방에서 공포의 외인구단을 비롯한 수많은 만화를 읽으면서 수험생활에 필요한 의지와 의대입시에 필요한 교양을 키웠다. 의대에 입학한 이후 1년간 영화사에서 일했다. 그쪽에 재능이 없음을 깨닫고 조용히 공부해 의사가 됐다의대 선배 박성진을 잘못(?) 만나 면역학 만화》 《만화 항생제등의 기획과 제작에 참여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18년간 대방동에서 개원의로 일했다. 제주도 봉직의를 거쳐 최근에는 코로나 전담병원에서 일했다. 만화 쇼피알스토리 작가이고, 팟캐스트 PD의 여행수다주치의사다.

저자 정훈이(그림)

서울에서 태어났고 경남 창원에서 자랐다. 만화잡지 영챔프의 신인 만화공모전에 입상하면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영화 잡지 <씨네21>과 의료전문신문 <청년의사>20년 넘게 만화를 연재했다. <위클리 공감>이슈를 품은 역사 이야기를 연재했다. 수학은 빵점을 맞아도 국사는 만점을 받았던 학창 시절을 보냈다. 고전 읽기와 번역, 역사 자료 수집이 취미인 역사 덕후이기도 하다. 한때 애니메이션 사업을 하기도 했고 대학에 강의를 나가기도 했다. 주요 작품으로 정훈이 만화》 《트러블 삼국지등이 있다. 읽고 나면 입이 근질근질해지는 한국사유시민 작가와 공저한 표현의 기술등의 책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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