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마커 관계없이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2차 이상에 허가
40세 이상 젊은 여성에 호발·재발률도 높아…가장 낮은 생존율 보여
길리어드, 급여 도전…환자지원프로그램 통해 환자부담 절감 방침
재발한 환자에게 쓸 수 있는 항암제가 사실상 전무해 미충족 수요가 컸던 삼중음성유방암(Triple-Negative Breast Cancer, TNBC) 치료 환경에서 효과적인 치료제가 국내 도입돼 주목된다.
전이와 재발률이 높은 삼중음성유방암의 특성상 제약사도 허가 이후 빠르게 건강보험 급여 도전에 나서고 있지만 워낙 고가라는 점에서 실제 환자들에게 처방이 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40세 이하 젊은 여성에서 많은 유방암…높은 전이율과 재발률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유방암은 에스트로겐수용체(ER)·프로게스테론수용체(PR) 같은 호르몬수용체(HR)와 사람상피세포증식인자 수용체 2형(HER2) 발현여부 등에 따라 현재 4가지 아형으로 분류된다. HR양성이나 HER2양성의 의미는 표적해서 치료할 유전자 변이나 바이오마커가 있다는 것으로 표적이 하나라도 있다면 치료과정이 힘들지라도 싸워볼만 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삼중음성유방암은 에스트로겐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수용체(PR) 등의 호르몬 수용체(HR)와 사람상피세포증식인자 수용체 2형(HER2)이 모두 발현되지 않은 유방암이다. 표적이 될 수 있는 수용체가 없다보니 유방암 가운데 삼중음성유방암이 치료 성적이 가장 좋지 않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전체 유방암 중 약 10~15%를 차지하며, 40세 이하 혹은 폐경 전 여성에서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난치성 유방암이다. 유방암 중에서도 가장 공격적인 유형으로, 암의 진행속도가 빠르고 전이와 재발 위험이 높다.
특히 일반적인 유방암은 주로 뼈로 전이되는데 반해 삼중음성유방암은 뇌, 폐 등 내장기관으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치명적이다. 현재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13개월로 원격전이까지 진행됐을 경우 5년 생존율은 12%까지 감소해 다른 유형의 유방암(30%)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사용할 수 있는 표적요법이 거의 없어 미충족 수요가 큰 유방암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가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제 ‘트로델비(성분명 사시투주맙 고비테칸)’의 국내 출시를 기념해 개최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강남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김지형 교수는 "삼중음성유방암은 절반 이상의 환자가 진단 후 3~5년 이내 재발을 경험하며 뇌나 폐로 최초 원격 전이되는 비율이 약 70%로 유방암 중에서도 예후가 좋지 않은 아형"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항암화학요법이 표준요법으로 사용되나 잦은 다약제 내성, 낮은 반응률 등의 한계가 있고, 특히 항암화학요법으로 1차 치료에 실패했을 경우 무진행생존기간이 3~4개월에 불과하다"면서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 등 효과를 입증한 신약이 등장했지만 특정 유전자 변이 여부, PD-L1 발현율 등에 따른 사용 제한이 있다. 결국 삼중음성유방암은 사용할 수 있는 표적요법이 거의 없어 사망하는 환자가 많은 편에 속한다"고 미충족 수요가 큰 삼중음성유방암의 치료현실을 전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제로 트로델비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 10월 국내 출시됐다. '이전에 두 번 이상의 전신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그 중 적어도 한 번은 전이성 질환에서 치료를 받은, 절제 불가능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에 허가를 받았다.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의 치료 대안으로 떠오른 '트로델비'
처음 국내에 선보인 트로델비는 최초의 'Trop-2' 표적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다. 세포독성항암제를 제외하고 유전자 변이나 바이오마커와 관계 없이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의 2차 이상 치료에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치료제는 트로델비가 유일하다.
트로델비는 여러 유형의 암종에서 높게 발현되는 Trop-2 단백질을 표적하는 단클론항체와 세포독성물질인 DNA 회전효소 억제제(TOP1 inhibitor payload) SN-38을 접합체로 연결한 치료제다. 항체가 Trop-2 단백질에 결합해 세포 내부로 흡수되면 접합체가 분해되며 SN-38과 항체의 연결이 끊어지고 종양 세포 내부로 방출된 SN-38은 DNA 손상 및 세포를 파괴한다. 건강한 세포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종양 세포뿐만 아니라 종양미세환경까지 파괴하는 효과를 지녔다. 약물과 항체의 비율이 높아 대량의 약물을 효과적으로 종양 세포에 전달하며, Trop-2 발현에 대한 별도 검사가 필요하지 않다.
때문에 트로델비는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의 새로운 치료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손주혁 교수에 따르면 트로델비는 임상 3상 ASCENT 연구를 통해 뇌 전이가 없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2차 이상 치료 환자군에서 단일 화학요법군 대비 59% 개선된 무진행 생존기간(5.6개월 vs 1.7개월, HR: 0.41; 95% CI: 0.32-0.52; p<0.001) 및 52% 개선된 전체생존기간(12.1개월 vs 6.7개월, HR: 0.48; 95% CI, 0.38-0.59; p<0.001) 혜택을 입증했다.
또한 양호한 안전성 프로파일 및 통계적으로 유의한 건강과 관계된 삶의 질(Health-related quality of life, HRQoL) 향상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미국 국립 종합 암 네트워크(NCCN), 유럽종양학회(ESMO) 등 해외 주요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미 트로델비를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의 2차 이상 치료에 권고하고 있다는 게 손 교수의 설명이다.
하지만 문제는 트로델비가 워낙 고가이다보니 건강보험이 적용되기까지 환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길리어드에서도 빠르게 건강보험 급여 신청을 해놓은 상태이다. 또한 급여 결정 전까지는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환자지원프로그램을 가동할 예정이다.
길리어드 관계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건강보험 급여 신청은 완료한 상태다. 필요한 자료들은 모두 제출했고, 보건당국과 협의하며 진행하고 있다. 급여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환자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들에게 빠르게 공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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