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급여정책 사각지대 '최신‧최첨단 의료기술' 치료 시도 중
5년에 걸쳐 할 연구를 1년만에…희귀질환 최초의 연구도 시작
3,000억원 10년 사업성과로 소아암‧희귀질환 '표준치료' 정립

지난 2020년 소천한 삼성그룹 故 이건희 회장의 유지에 따라 유가족이 2021년 국가중앙병원 서울대병원에 전달한 3,000억원의 기금이 국내 소아 암·희귀질환의 치료환경을 밑바닥부터 뒤바꾸고 있다.

총 사업기간 10년 가운데 지난 3년간 이 기금이 국내 소아 암·희귀질환의 진단과 치료 환경에 미친 영향만 해도 엄청나지만, 10년 뒤 사업성과의 총합으로 나올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국내 소아 암·희귀질환에 대한 정책도 크게 바뀔 수 있을 것으로 예견된다.  

현재 서울대어린이병원 주축으로 전국의 의료진이 참여하는 '소아암·희귀질환사업단'은 3개 사업부로 나뉘어 전국의 소아 암·희귀질환 환아에 대한 실질적 진단‧치료 지원과 함께 여러 연구 프로젝트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3,000억원의 기금은 소아암 분야에서 비급여 고액 유전체검사비와 면역항암제·표적항암제 치료 지원 등에 1,500억원, 소아희귀질환 분야에서 유전체검사와 고가의 유전자치료·극희귀질환 신약 치료 지원에 600억원, 공동연구 분야인 진단·치료기술·약제 연구개발 등에 900억원이 배정돼 사업이 진행 중이다. 

사업 시작 3년간 소아암에서 1,089건, 소아희귀질환에서 1,746건, 공동연구에서 1,149건 등 총 3,984건의 진단이 이뤄졌다. 또 소아암 14건, 소아희귀질환 627건, 공동연구 1,695건 등 총 2,336건의 최신‧최첨단 의료기술 치료가 진행됐다.

소아암 48건, 소아희귀질환 19건, 공동연구 109건 등 총 176건의 연구과제를 공모를 통해 선정해 지원하면서 5년에 걸쳐 할 연구가 1년만에 이뤄질 만큼 연구 진행에 드라이브가 걸리고 전 세계 최초로 희귀질환 당원병 환아의 24시간 혈당 패턴을 분석하는 연구가 시도되는 등 유의미한 데이터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소아암·희귀질환사업단 김한석 단장(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지난 8일 열린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 주제 서울대병원 소아암·희귀질환사업단 심포지엄에서 "이 사업의 최종 성과는 소아 암·희귀질환에 대한 제도를 바꾸는 것"이라며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을 통해 최신‧최첨단 의료기술에 대한 데이터가 창출돼 표준치료를 바꾸 듯이 이 사업의 성과로 나온 데이터들이 소아 암·희귀질환에 대한 정책을 만들 때 기본 자료로 쓰여 치료환경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소아암·희귀질환사업단은 故 이건희 회장 기금을 재원으로 2021년부터 2030년까지 10년간 국내 소아암과 소아희귀질환으로 고통 받는 전국의 어린이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치료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2021년 5월 설립됐다.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소아암과 소아희귀질환에 대한 일회성 지원으로 끝나지 않고 문제 해결형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공동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소아 암·희귀질환 극복을 위한 토대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소아암은 성인암의 100분의 1 미만에 불과하며 쉽게 정복하기 어렵고 재발 가능성이 크다. 소아희귀질환은 이제껏 확인된 종류만 7,000개 이상이지만 환자 수가 적어 사례조차 수집하기 어렵다.

현재의 보험 급여 정책은 대규모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근거에 기반해 급여를 결정하기 때문에, 최신‧최첨단 의료기술이 나와도 소아 암과 희귀질환에 대한 표준치료법을 확립하기 어렵고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환자와 가족의 부담이 크다.

사업단은 소아 암·희귀질환 환우에 대한 진단·치료 등과 같은 실질적 지원과 연구 지원에 더해 현재까지 공동 데이터베이스 기반 치료 플랫폼을 통해 소아희귀질환 857건, 공동연구 5,336건 등 총 6193건의 코호트를 만드는 등 여러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다.

이날 사업경과보고에서 소아암·희귀질환사업단 고정민 사무국장(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사업단 프로젝트에는 소아를 진료하는 전국 160개의 의료기관과 1,071명의 의료진이 현재 동참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더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정민 사무국장은 이어 앞으로 사업단이 분산된 환자 데이터를 전국 권역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모아 누구나 진단·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오랜 기간 문제가 되었던 수도권 의료쏠림 현상과 진단방랑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만들고, 사업성과 데이터를 통해 표준화된 치료법을 정립함으로써 전국 환자 모두 동일한 의료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고정민 사무국장은 "하나의 샘을 만들기 위해 마중물이 필요한 것처럼 마중물이 되어 소아암 희귀질환 극복을 위한 토대를 만들고자 한다"며 "전국권역 기관 의료진의 협력을 도모해 협력과 상생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 모든 지역에서 동일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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