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학교병원 외과 오흥권 교수에게 듣는 '대장암'
대장암 위험을 확실히 높히는 위험 신호가 있을까? 있다. 바로 '나이'와 '대장암 유전 소인', 가족끼리 같은 환경에서 생활하면서 생활습관을 공유하는 환경요인으로써의 '대장암 가족력'이 그것이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외과 오흥권 교수는 유튜브 채널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대장암 첫 번째 위험 신호는 "나이"라며 "대장암 발생 빈도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늘어나고, 특히 50세 이상에서 많이 생긴다"고 짚었다.
대장암은 유전적 소인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암이다. 오흥권 교수는 "대장암의 5% 정도는 명확히 유전에 의해 발생한다고 밝혀졌고, 그 외에도 5~15% 정도는 유전적 소인과 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또 대장암은 가족력도 영향을 미친다. 오 교수는 "가족력은 유전적 소인보다 가족끼리 같은 환경에서 생활습관을 공유하는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며 "부모나 형제 중 대장암 환자가 1명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의 약 2배, 2명 이상이 있다면 약 4배, 45세 이전에 대장암 발생 환자가 있다면 약 3.5배 위험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대장암 위험을 일상관리로 낮출 방법이 있을까? 이것도 방법이 있다. 식습관 개선을 통해 대장암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음식으로 알려진 것들을 피하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오흥권 교수는 "동물성 지방,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 적색육과, 섬유소가 적어 소화와 흡수가 빠른 흰쌀밥, 흰 빵, 국수 같은 음식이 대장암의 위험을 높인다"며 "가장 안 좋은 음식이 소시지, 베이컨, 햄 등 가공육인데, 이런 것들은 세계보건기구 기준 제1군 발암물질, 즉 발암성이 확실한 물질"이라고 지목했다.
적색육도 2A군 발암물질로 '발암 가능성이 높은 물질'이다. 오 교수는 "적색육은 고온에서 조리할 시 발암물질을 생성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근거 수준이 높은 연구에서는 대장암과 연관성이 확실히 관찰되지는 않아 무조건 섭취하지 말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우유도 대장암 위험을 높인다는 말도 떠도는데, 실제 그럴까? 오흥권 교수는 "우유는 여러 연구에서 대장암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경향의 연구결과를 보였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고 설명했다.
대장암이 안 생기려면 오메가6, 오메가9 함량에 비해 오메가3의 함량이 높은 기름을 먹는 것이 좋고, 이런 대표적인 음식이 아마씨유와 들기름이라고 하는데 맞는 말일까?
오 교수는 "이는 일부의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 말이긴 하다. 특히 아마씨유나 들기름 같은 식물성 기름에 포함된 오메가3나 지방산은 항염증 효과가 뛰어나서 만성질환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고 아마씨유에 포함된 알파-리놀렌사(ALA)은 몸에서 염증 반응을 조절하고 세포 성장 및 사멸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암 발생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오메가6, 오메가9 대 오메가3의 비율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암 예방을 보장할 수 없다"며 "전반적인 식사 패턴, 다양한 영양소의 섭취 및 상호작용이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것에 크게 집착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칼슘, 마그네슘, 비타민D, 폴리페놀, 커큐민 등의 영양제 복용으로 장내 세균을 건강하게 유지함으로써 대장암을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도 있는데,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오흥권 교수는 "이런 영양소들이 장내 미생물의 유익한 구성을 촉진하고 대장 부위 중 하나인 결장에서 염증 및 암 발생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가 실제로 많다. 하지만 특정 영양소만을 섭취한다고 해서 무조건 대장암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고,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할만큼 임상적인 연구가 진행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효능을 너무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이어 "특정 음식을 많이 먹어서 암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겠다고 생각하기 보다 신선한 야채나 과일, 살코기, 정제가 덜 된 탄수화물 등 몸에 좋다고 알려져 있는 음식을 골고루 적당량 섭취해서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식습관과 관련해 인체가 배고픔을 느끼면 몸 안에서 암세포를 잡아먹기 때문에 적당히 배고프게 사는 게 좋다는 말고 있는데, 사실일까?
오 교수는 "배고픔이 암세포를 선택해 잡아먹는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암을 예방하려고 일부러 단식할 필요는 없다"며 "우리 몸이 손상된 세포 구성 요소나 노화된 세포를 청소하는 과정을 오토파지라고 하는데, 이는 암세포 뿐만 아니라 건강한 세포에서도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단식을 해야 암세포가 줄어든다는 내용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짚었다.
대장암 위험을 일상관리로 낮출 방법은 식습관 개선 이외에, 신체활동을 늘리고, 비만을 관리하며, 염증성장질환이 있으면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를 하고, 금연과 절주를 하는 것이다.
오흥권 교수는 "최근 연구에서는 노동량이 많은 직업군에서 대장암 발생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으며 여가 시간의 신체 활동량 또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신체활동은 장의 운동을 촉진해 대변이 장을 통과하는 시간을 줄이고 그에 따라 대변 속 발암물질들이 장에 머물며 나쁜 영향을 끼치는 시간도 함께 줄인다"고 설명했다.
비만 관리도 대장암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오 교수는 "살이 찌면 대장암 발생 위험이 약 1.5배에서 5배까지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며 적극적인 체중관리가 대장암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염증성장질환일 때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로 염증이 없는 관해 상태를 잘 유지하는 것도 대장암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오흥권 교수는 "궤양성대장염이나 크론병 등이 있으면 대장암 발생 위험이 4배에서 20배까지 상승한다"며 염증성장질환 치료·관리가 중요하다는 점도 역설했다.
또 오 교수는 "그 외에도 흡연이나 음주도 많은 연구에서 대장암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종류의 암의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이라도 술과 담배를 멀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대장암에 걸리면 흔히 어떤 증상이 위험 신호로 나타날까? 오흥권 교수는 "대장암에 걸리면 변을 보기 힘들어지거나 배변 습관이 변하고 선홍색 혹은 검붉은 색의 혈변이나 점액변, 가는 변을 보게 되는 수가 있다"며 "설사나 변비, 잔변감이 있는 사람도 있고 복통이나 팽만감 등으로 인한 복부의 불편감, 체중이나 근력의 감소, 피로나 식욕부진, 소화불량도 발생할 수 있으며, 복부에 덩어리가 만져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대장암일 때 가장 효과적인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바로 조기 발견이다. 오 교수는 "대장암의 1~2기 생존율은 약 94%에 이르지만, 3기로 가면 82%로 낮아지고, 4기에서는 55%에 그친다"며 "대장암의 증상을 숙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기 발견을 위해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잊지 말고 받는 게 더욱 강조된다"고 짚었다.
50세 이상 남녀는 국가암검진을 통해 대장암 검진을 꼭 받는 것이 좋다. 오흥권 교수는 "가족력이 있다면 안전하게 30대 중반부터 5년에 한 번 정도는 대장암 검진을 받는 게 좋다. 또 유전성 암이 있다면 전문의와 상담 하에 암의 종류에 따라 12세 혹은 21세부터 검진을 시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대장암 검사에서 발견된 용종은 모두 암으로 발전하는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오 교수는 "용종의 종류에 따라 암으로 진행할 확률이 높은 것들이 있는데, 대장내시경만으로는 이를 정확히 감별하기 불가능하므로 대장내시경을 통해 용종을 절제한 다음에 정확한 병리검사를 통해 추적관찰이 필요한지, 추가 치료가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대장암이 확인되면 어떻게 치료가 진행될까? 오흥권 교수는 "수술 전 시행 검사에서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은 것을 확인하면 수술 및 항암 치료를 통해 완치 목적의 치료를 진행하게 된다"며 "상황에 따라서 대장의 전체 혹은 일부를 제거하고 필요에 따라서 항암치료나 방사선요법을 병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장암 수술은 생명을 위협할 만큼 위험하고, 통증이 꽤 심할까? 오 교수는 "최근에는 최소침습수술이라고 해서 복강경수술이나 로봇수술 등으로 절개를 최소화해 수술을 진행한다"며 "분당서울대병원의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대장암 수술 후 30일 이내 사망한 환자는 0명이었고, 환자의 회복 기간과 통증관리 또한 많이 개선됐다"고 했다.
대장암 수술을 받는 환자는 모두 장루를 만들게 되는 것일까? 오흥권 교수는 "장루는 대장암의 상태에 따라 내지 않을 수도 있고, 일시적으로 낼 수도 있고, 영구적으로 내야 하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시적으로 장루를 내야하는 경우는 어떤 때일까? 오 교수는 "항문과 가까운 곳에 있는 직장암을 수술로 절제할 때"라며 "장을 연결해 놓은 것이 아물 때까지 장이 잘 쉬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영구적으로 장루를 내야 하는 경우는 어떤 때일까? 오흥권 교수는 "항문과 매우 가까운 직장암을 절제할 때 대장과 이어지기 충분한 정상 상태의 직장이 항문 근처에 남아있지 않을 때"라고 말했다.
대장암 수술 후 생길 수 있는 몸의 변화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는 배변 습관의 변화인데, 이때 대장암 수술 부위와 절제 범위 등에 따라 배변 습관 변화가 다를 수 있다.
오 교수는 "우측 결장을 절제했거나 대장을 많이 절제했다면 묽은 변을 보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이때는 대개 수술 후 몇 달이 지나면 점차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직장암으로 직장을 절제했다면 변이 잦아질 수 있다. 오흥권 교수는 "이러한 증상 또한 점차 괜찮아져서 수술 후 6개월 정도면 많아 좋아진다. 그 후 약 2년 사이에 점점 더 좋아진다"고 말했다.
직장 근처의 결장에 암이 생긴 구불결장암 또는 직장암을 수술할 때는 또 다른 몸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바로 배뇨장애와 성기능장애가 그것이다.
오 교수는 "암이 배뇨와 성기능에 관여하는 신경을 침범했거나 아주 근접했다면 불가피하게 신경을 같이 절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땐 배뇨장애와 성기능장애가 올 수도 있다"며 "배뇨장애는 대부분 일시적인 증상으로 시간이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대장암 수술 뒤 성기능장애는 어떤 양상을 보일까? 오흥권 교수는 "남성 환자는 발기부전이나 사정하는 느낌은 있는데 정액이 나오지 않는 역행성 사정이 생길 수 있고, 여성 환자의 경우는 성관계 시 윤활액이 적어지거나 통증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장암 수술 뒤 성기능장애가 불가피하게 대장암 주변의 신경을 절제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만은 아니다.
오 교수는 "실제로 (대장암 수술 뒤 신경 절제로) 기능적인 문제가 발생한 경우도 물론 있지만, 심리적 요인 때문에 발생할 확률도 크기 때문에 이럴 때는 정신건강의학과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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