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인지장애 환자 4년 만에 1.7배 늘어…치매에 비해 심각성 몰라

퇴행성 뇌 질환 치매 환자가 매년 늘고 있는 가운데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환자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치매로 이환될 가능성이 일반인에 비해 10배 가량 높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주변 상황을 인식하는 인지 기능이 떨어져 실종사고에도 취약하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이상 징후에 각별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 관심질병 통계에 따르면, 치매 환자는 2017년 약 46만 명에서 2021년에는 60만 명을 넘어섰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2017년 약 18만 명에서 202130만 명으로 증가했다.

정상적인 노화과정에서 뇌가 퇴화한다 하더라도 바로 치매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인지 기능이 떨어지면 건망증 증상을 보이다가 심각해지면 경도인지장애를 보이게 되고, 경도인지장애 단계를 지나게 되면 치매가 나타나는 것이다.

정상인이 뇌의 인지 기능에 문제가 생겨 치매를 앓는 경우는 1~2% 정도,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10~15%가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도인지장애, 심각성 못 느껴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떨어지는 건망증이 생기면 혹시 치매가 아닐까 걱정하기도 한다. 치매가 건망증으로부터 시작되지만 건망증이 모두 치매가 되는 것은 아니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건망증은 생길 수 있다. 건망증은 힌트를 들으면 잊어버렸던 내용을 기억한다. 시간장소와 상황환경을 올바로 인식하는 능력인 지남력과 판단력이 정상이어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이에 비해 치매는 기억력 감퇴뿐 아니라 언어능력, 시공간 파악 능력, 계산능력, 성격변화 등 다양한 장애가 생긴다. 특히 증상을 자각하기 어려워 강하게 부인하는 경우가 많다. 치매의 종류는 백 가지 넘게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기억력에 문제가 생기는 알츠하이머와 뇌졸중이나 뇌경색 등 뇌혈관 질환에 의한 혈관성 치매, 뇌 속에 독성 물질이 쌓여서 생기는 루이소체 치매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알츠하이머 치매가 가장 많다. 전체 치매 원인의 50~80% 가량을 차지한다.

경도인지장애는 건망증과 알츠하이머 치매의 중간 단계라 할 수 있다. 기억력이나 인지능력, 계산언어능력은 떨어진다. 하지만,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한 만큼 초기에는 주로 본인만 느끼고 주변에서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이나 주변인이 인지장애를 인지하더라도 일상생활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실제 대한 치매학회가 실시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은 경도인지장애 용어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명 이상은 경도인지장애가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인 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치매는 75세를 기점으로 유병률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만큼 고위험군에 해당하면 경도인지장에 증상을 평소 잘 알아 두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일을 잊어버리는 단기 기억력 상실이 나타나고,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길을 찾지 못해 헤맨다. 시간과 장소를 헷갈리며 자주 사용하던 물건 이름을 쉽게 떠올리지 못하기도 한다. 또 과거에 비해 이해력과 표현력이 떨어져도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

평소 적극적인 검사와 관리로 치매 예방

일반인이 기억력 저하 같은 몇 가지 증상으로 건망증과 경도인지장애치매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경도인지장애나 치매가 의심된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 후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매 검사는 5~10분 정도 간단한 선별검사’(CIST)를 한다. 여기에 인지 기능 검사를 통해 나이와 학력성별 같은 조건에서 100명 중 85등 이하는 치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MRICT 등 뇌 형태를 보고 치매의 종류를 진단하기도 한다. 신체 상태를 확인하는 혈액검사 등 대부분 세 가지 검사를 진행한다.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생활 습관 교정이 필요하다. 술과 담배는 치매에 나쁜 영향을 준다. 음주는 2.8, 흡연은 5배 가량 치매 발병률을 높인다. 술과 담배를 멀리하고, 고혈압당뇨와 같은 치매 원인 질환을 잘 관리해야 한다.

또 평소 주 3회 이상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균형 잡힌 식습관도 중요하다. 고지방 식품보다 신선한 채소나 과일 등을 골고루 섭취하는 게 좋다. 한 연구에 따르면, 뇌를 자극하는데 손과 얼굴의 힘이 크다고 한다. 치매 예방을 위해 손 운동을 많이 하는 것이 좋은 이유다. 컴퓨터 사용, 악기 연주, 미술활동 등 취미생활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신경과 박정훈 센터장은 경도인지장애가 있더라도 조기 치료를 잘 받으면 이 중 25~30%는 정상적인 인지 기능으로 회복될 수도 있다라며 가벼운 증상이나 의심만으로 모든 치매 검사를 할 필요는 없지만 만 60세 이상이라면 각 지역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 조기검사를 받아볼 수 있어 활용해 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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