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회, 전공의 이어 전문의도 현장 떠나는 현실 지적
김인병 이사장 “수가지원책, 의료사고처리특례법 등 필요”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응급실 진료를 두려워하고 있다. 응급 환자 진료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로 유죄 판결을 받거나 수억원대 손해배상을 물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이같은 분위기가 응급의학과 후학 양성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응급의학회가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응급의학과 전공의 수가 지원과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이유다.
응급의학회 김인병 이사장은 8일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1층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응급의학과 후학 양성을 걱정해야 하는 현재를 위기라고 진단했다. 2024년도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은 79%로 지난 2022년 이후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이탈도 늘고 있으며 전임의 지원도 줄고 있다고 했다.
김인병 이사장은 “전공의 1년차 시절 대동맥박리를 진단하지 못한 응급의학과 의사가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사법부 판결이 존중돼야 하지만 이는 응급의료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판결”이라며 “이같은 사회적 분위기로 전공의 지원율 하락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처벌이 응급의학과 전공의 수련체계도 흔들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수진 수련이사는 “전공의가 응급실에서 환자를 열심히 볼 뿐인데 불안하고 무섭다고 한다. 전문의가 된 의사조차 대학병원임에도 환자 보는 게 두렵다고 한다.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응급의학의 특수성이나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해 치료 결과에 따른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 현재 상황에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수련이사는 “응급의학과 전공의 충원율 하락은 중증의료를 담당해야 할 지역 뿐 아니라 권역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이탈 양상으로 파급되고 있다”며 “응급의학의 학문을 이어나갈 후속 세대 부재를 야기하고 있다. 응급의료를 지켜 낼 인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 특수성과 전문성을 고려한 정부 정책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과도한 법적 처벌은 건강보험 재정의 부담으로 작용할 '방어 진료'로 귀결된다며 응급실 의사들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해 환자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응급의학회는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현장에서 가장 큰 응급의료 문제점 중 하나는 방어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라며 “대동맥박리 판결 등으로 위험요소 유무와 상관없이 CT 등 검사를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사법부 판단으로 그 결과가 의료현장에서 어떻게 나타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원 공보이사는 “지금 응급의학과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응급의학과도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만큼 필수적이다. 지난해 전공의 지원율이 80%대라 정부가 지원 못해주겠다고 했는데 올해 공교롭게 79%”라며 “숫자에 매달리기보다 필수의료대책 1번으로 응급의료를 꼽았던 만큼 적극적으로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김 수련이사는 “전공의나 전문의나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고 상황에서 의료인을 범죄자처럼 몰고 있다. 학회가 안전한 환경을 제공해줘야 한다. 이들을 보호해줘야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양성하고 지역으로 갈 수 있는 인프라도 확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법적 테두리 안에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응급의학회는 응급의학과 전공의와 전문의 이탈을 막기 위한 보조수당 등 수가 지원책과 더불어 (가칭)'의료사고처리특례법' 등 보호조치 마련을 위해 학회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정부에서 필수의료를 지키기 위한 대책이 발표되고 있지만 실질적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응급의료 최전선에 있는 응급의학과 전공의에 대한 수가 개선이 충분히 이뤄져야 소아응급의료체계 붕괴로 가기 전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수가 개선은 물론 법률적으로 제정 되도록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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