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개혁신당 비례대표 후보 1번 이주영 총괄선대위원장
“새벽 2시 간호사 2~3명과 응급실에 있는데 2개월 된 호흡곤란 환자가 이송돼 왔어요. 소청과 전공의가 없는지 오래라 중환자실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가 없는 상태였는데 이어서 부정맥 환자가 왔어요. 부정맥은 바로 멈춰주지 않으면 심장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위험해요. 곧바로 경련이 멈추지 않는 환자도 왔어요. 보통의 열성 경련은 한 5분 안에 멈춥니다. 하지만 멈추지 않으면 간질중첩증이 될 수 있어요. 경련을 멈추기 위해서는 항경련제를 강하게 쓰게 되는데 일부 약은 인공호흡기 등이 준비된 중환자실에서만 쓸 수 있어요. 그런데 그 때 119에서 전화가 왔어요. 경련 환자가 또 있는데 가도 되냐는 거였죠. '혼자 있는데 중환이 이미 3명이다, 중환자실도 여유가 없어 입원도 안 된다. 오면 더 위험하니 빨리 다른 데를 찾아봐달라'고 했죠. 그런데 ‘전화 받는 분은 누구예요? 이송 거부해서 못 갔다고 기록 남겨도 되나요’라고 하는 거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응급환자 수용거부 기준을 명시한 응급의료법의 무서움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어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에서 소아응급환자를 치료해오다 개혁신당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하게 된 이주영 총괄선대위원장의 이야기다.
지난 10년간 소아 중증·응급환자 곁을 지켜오던 이주영 위원장이지만 이날 셋 중 누구 한 명이라도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민사는 물론 형사로 법정 구속까지 당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에 순간 아이들의 얼굴이 아른거렸다고 했다.
이주영 위원장은 코리아헬스로그와 만난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응급실에 침대가 없으면 바닥에 눕혀서라도 처치하면 되잖아라고 하지만 우리 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는 환자를 받는 것은 오히려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을 지체시키는 것”이라며 “정말 응급한 환자라면 빨리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이주영 위원장은 센터 소속 교수 7명 가운데 3명이 먼저 병원을 떠나고, 소청과 전문의 2명이 휴직했을 때만 해도 다른 소청과 교수 1명과 함께 센터에 남아 환자들을 돌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2명으로는 센터를 유지할 수 없고 병원으로서도 센터를 재정비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사직을 결심했다.
사직 이후 당분간 아이들을 돌보려 했지만 몇몇 정당으로부터 러브콜이 왔고, 그 중에서 ‘의사 이주영의 정체성이나 의사 이주영의 메시지’를 그대로 인정해준 곳이 개혁신당이었다고 했다.
“여러 당에서 제의가 오긴 했지만 개혁신당처럼 저희 정체성이나 메시지에 집중한 당은 없었어요. 제가 지금까지 전해왔던 메시지가 여론이랑 맞지 않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표에 득이 안 될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심에 맞게 전문가로서 낸 의견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들으려 했던 게 개혁신당이었어요.”
이주영 위원장은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면 새로운 법안을 만들고 관철시키기 위해 애를 쓰기보다 우선순위를 현재의 문제들을 잘 봉합하고 악법들을 정리하는데 두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시행된 이송 거부 금지 규정을 담은 응급의료법 시행규칙은 취지는 선한 의도였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법안입니다. 침대 없으면 바닥에 눕혀서라도 하면 되잖아라고 얘기 하는데 중요한 것은 우리 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는 환자를 응급실에서 받는다고 해서 전혀 달라지는 게 없을뿐더러 오히려 시간이 지체되는 게 정말 응급인 경우에는 환자에게 훨씬 안 좋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근거 없이 강행되는 정책들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이다.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은 규모는 물론 증원이 필요한지조차 제대로 연구도, 논의도 된 적 없습니다. 실제로 늘어난 학생을 교육할 사람이 충분한지 연구가 돼 있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추진되다보니 연구가 되지 않았어요. 숫자 자체도 터무니 없는 규모인 만큼 원점에서 재논의돼야 합니다. 의료계의 역량이나 교육 등이 충분히 존중되었다면 2,000명 아니라 2만명도 증원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게 아닌 경우에는 단 한 명도 강행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전문 직역에 대한 (시각)변화를 꽤 할 필요가 있습니다. 폄하하고 갈라치고 악마화시키는 행동을 해서는 안됩니다. 우선 정부의 표현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이 사태에서 의외로 영향을 준 것은 사실 명령들이었어요. 휴직 금지, 사직 금지, 재계약을 갱신하지 않는 것도 금지, 사직서를 내는 것도 금지, 진급을 안 하는 것도 금지. 세상에 어떤 영역이 자신의 직종에 이런 명령이 쏟아질 때 그것을 정당하다고 여길까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고 그 자리를 교수들이 메우고 있는 의료현장을 바라보며 이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빨리 지지대를 대지 않으면 순식간에 의료의 둑이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아과를 예로 들면 현재 3년차 전공의들은 몇 개월만 버티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게 되기 때문에 남아있을지 몰라도 1~2년 차 전공의들은 돌아올 가능성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내년 소아과 전공의는 제로입니다. 윗년차가 없으면 1년 뒤에도 2년 뒤에도 전공의들은 지원하지 않습니다. 또한 전공의가 없다는 것은 미래 전문의가 없다는 뜻이며, 그렇게 되면 투석이 필요한 소아 환자, 간 이식이 필요한 소아 환자, 심장 수술을 해야 하는 소아 환자, 미숙아로 퇴원하는 소아 환자, 이 많은 영역에서는 맥이 끊어질 것입니다. 즉, 정부가 태도를 바꾸는지 여부에 중증 환자들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루빨리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젊은 의사들이나 의대생을 만나고 싶지만 아직은 당선인이 아닌 만큼 조심스럽다고 했다.
“아직은 당선이 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나서기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사실 어느 선까지 움직일 수 있고 발언을 해도 될지 판단이 안됩니다. 하지만 미래의 국민이나 의사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번 사태가 조속히)봉합이 돼야 합니다. (총선이 끝나고)가능하면 빨리 만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장은 “의사들은 자기가 뭘 모르는지 잘 안다. 그리고 모르면 반드시 동료들에게 물어보거나 컨설트를 내지 모르는 것을 안다고 우기지 않는다"며 "그 이유는 환자가 죽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때문에 그는 “(제가)기존 정치인들과 다를 수 있는 부분은 내가 뭘 모르는지 알고 고치는 것에 대해서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언제나 적극적으로 협조를 구할 것이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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