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유럽종양학회서 각종 연구 발표
면역항암제·ADC로 1차 치료 개편 예고
후속 치료옵션 부재…근거 확보 필요해
지난 30여 년간 항암화학요법이 표준치료였던 전이성 방광암 1차 치료 전략이 최근 면역항암제와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 중심으로 빠르게 재개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항 PD-1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와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가 각각 다른 파트너 약물과 병용해 1차 치료 옵션으로서 가치를 입증해 내며, 이제 막 임상에서 자리잡은 항 PD-L1 면역항암제 '바벤시오(성분명 아벨루맙)' 유지요법의 입지가 빠르게 축소될 전망이다.
지난 20~24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3)에는 전이성 방광암 치료 신약에 대한 다수의 주요 데이터가 발표됐다.
그 중 가장 주목 받은 데이터는 1차 치료에 '키트루다'와 '파드셉(성분명 엔포투맙베도틴)' 병용요법을 기존 백금기반 화학요법과 비교 평가한 EV-302/KEYNOTE-A39 연구 결과로,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은 1차 평가변수 중 하나인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을 두 배 가까이 연장시키며(12.5개월 대 6.3개월)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55%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해당 병용요법은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 역시 두 배 가량 연장시켜(31.5개월 대 16.1개월), 기존 백금기반 화학요법 대비 사망 위험을 53% 낮췄다.
또 다른 데이터로는 1차 치료에 '옵디보'와 '백금기반 화학요법(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을 백금기반 화학요법 단독과 비교 평가한 CheckMate 901 연구 결과가 주목 받았다.
해당 연구에서 옵디보+화학요법 병용은 1차 평가변수인 PFS와 OS를 각각 28%(7.9개월 대 7.6개월), 22%(21.7개월 대 18.9개월) 개선시켰으며, 특히 완전반응기간 중앙값은 37.1개월 대 13.2개월로 옵디보 병용군에서 현저하게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 편의 연구는 학회가 선정한 프레지덴셜 심포지엄(Presidential Symposium) 주제로 나란히 선정되며, 지난 30여 년간 항암화학요법으로 점철돼 왔던 1차 치료에서 일궈낸 혁신의 가치를 인정 받았다.
다만, 향후 이 두 가지 치료법이 규제기관 승인 후 임상에 적용된다면, 후속 치료 전략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대상은 '바벤시오 유지요법'이다. 최근 2~3년 사이 바벤시오가 면역항암제 중 최초로 1차 유지요법에 생존 혜택을 입증해 내며, 새로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는 과정이었기 때문.
JAVELIN Bladder 100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바벤시오 유지요법군의 mOS는 29.7개월로 최적의 지지요법만 진행한 대조군(20.5개월)과 비교해 9개월 이상 연장됐으며, 1차 화학요법의 치료 옵션과 관계없이 대조군 대비 모두 8개월 이상의 생존기간 개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효과를 인정 받아 올 8월부터 바벤시오 유지요법에 보험급여가 적용되고 있는 상황.
한편, '급여=치료'인 국내 치료 환경에서 바벤시오의 급여 적용은 후속 치료에도 상당한 변화를 불러왔다.
당초 1차 치료에 백금기반 화학요법만 사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2차 치료에 '키트루다 단독요법'을 급여로 사용할 수 있었지만, 앞단에서 동일한 면역항암제를 유지요법으로 사용함으로써 이후 질병이 진행된 환자에서는 면역항암제를 다시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다행히도 최근 국내에 '파드셉'이 도입되며, 바벤시오 유지요법에 치료 실패한 환자에게 새로운 후속 치료 옵션이 생겼지만 아직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실제 사용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는 최초의 FGFR 억제제로서 최근 도입된 '발베사(성분명 얼다피티닙)'도 마찬가지.
이 같은 상황에서 키트루다와 옵디보, 파드셉이 모두 1차 치료 옵션으로 올라서게 되면, 문제는 더욱 심화된다.
현재까지 개발된 대부분의 후속 치료 옵션들이 백금기반 화학요법에 치료 실패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험됐기 때문에 면역항암제, ADC 중심으로 1차 치료가 바뀌어버리면 후속 치료에서 신약 사용에 대한 근거 부족의 문제가 대거 발생할 수 있다.
30년 만에 긍정적인 데이터들이 쏟아지며 전이성 방광암 치료 분야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지만, 이를 지켜보는 전문가들과 환자들이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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