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박희남 교수
임상연구 통해 치료 효과 확인…"시술 시간 짧고 효과적"

‘냉각풍선 절제술’은 부정맥 중 가장 흔한 유형인 심방세동을 위한 치료법으로, 시술 시간이 짧고 합병증 발생률이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여러 건의 글로벌 임상 연구를 통해 치료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된 바 있다.

최근에는 냉각풍선 절제술에 대한 다양한 각도의 임상연구가 발표되면서 발작성 심방세동에서 뿐만 아니라 지속성 심방세동에서도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 8월 25일부터 진행된 2023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Congress)에서는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냉각풍선 절제술을 활용한 치료법들의 효과와 안전성을 비교한 연구가 발표돼 주목을 받았다.

‘냉각풍선 절제술 이후 추가적인 우심방 선형 절제술을 시행한 환자에 대한 연구’(CRALAL Trial)란 제목의 연구는 7일 이상 심방세동이 지속되는 폐정맥 절제술 시행 예정인 국내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 339명을 대상으로 냉각풍선 절제술 단독치료와 우심방 선형 절제술을 추가로 시행한 냉각풍선 절제술의 효능과 안전성을 비교했다.

연구의 1차 평가 변수는 최소 12개월 추적관찰 기간 중 3개월 공백기간 이후 나타난 모든 종류의 심방 부정맥(심방세동, 심방조동, 심방빈맥 등) 재발률이었으며, 2차 평가 변수는 심방 부정맥 재발 및 3개월 공백기간 이후 항부정맥제 사용, 시술 기간, 합병증, 심장율동전환 필요 비율 등이었다.

연구 결과, 1차 평가변수인 심방 부정맥 재발률은 냉각풍선 단독 치료군 39.9%, 우심방 선형 절제술 추가 치료군은 28.8%로 나타나 우심방 선형 절제술을 추가로 시행했을 시의 심방 부정맥 재발률이 약 11%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차 평가변수 중 심방 부정맥 재발 및 3개월 공백기간 이후 항부정맥제 사용 비율은 냉각풍선 단독 치료군 70.6%, 우심방 선형 절제술 추가 치료군은 56.8%로 나타나 우심방 선형 절제술을 추가로 시행했을 시의 심방 부정맥 재발률이 약 11% 낮았다. 또 처음으로 폐정맥 절제술을 받은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의 경우, 상대정맥 우심방(Superior Vena Cava- Right Atrial, SVC-RA) 격막선과 하대정맥 삼천판 협부(Cavo Tricuspid Isthmus, CTI) 절제술을 모두 포함하는 우심방 절제술 추가 치료군은 냉각풍선 절제술 단독 치료군 대비 부정맥 재발 위험을 35% 감소시켰다.

이 연구의 PI(Principal Investigator)인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박희남 교수를 만나 지속성 심방세동 치료와 CRALAL 연구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박희남 교수.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박희남 교수.

- 최근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다각도의 연구가 이루어지는 것 같다. 지속성 심방세동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약물 치료를 진행해도 심방세동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는 것을 지속성 심방세동이라 정의하는데, 그 중 상당수는 1~2년 이상 지속된 장기 지속성 심방세동인 경우도 많다. 문제는 진행의 정도가 심할수록 정상 리듬으로 돌리기가 어렵고, 돌려놓아도 재발이 많다는 점이다. 또한 증상의 유무에 상관없이, 심방세동이 만성화되면 뇌경색, 치매, 심부전의 합병증 위험도가 상승한다. 현재 발작성 심방세동은 치료법이 정립돼있고 시술로도 반응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지속성 심방세동은 현대 의학에서는 여전히 도전적인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 현재 우리나라에서 지속성 심방세동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발병 기간이 오래되지 않은 심방세동 환자는 항부정맥 약제나 전기적 동율동 전환술로 정상맥박을 유지하는 치료를 시도한다. 아주 오래되지 않은 지속성 심방세동의 약 40%는 약제로도 정상맥박 유지가 가능하다. 그러나 투약 중에도 심방세동 조절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전극도자 절제술의 대상이 된다. 최근에는 60세 이하 젊은 심방세동 환자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심방세동의 인지도가 높아지며 진단율이 함께 높아지는 것도 이러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히지만, 비만 등 위험인자를 가진 환자가 많아지는 것이 또 하나의 원인이다. 이는 앞으로 중요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이번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 대상 연구가 최근 ESC에서 발표됐다. 해당 연구의 배경과 디자인 등 연구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 부탁한다.

심방세동의 치료법인 전극도자 절제술 중 냉각풍선절제술은 시술시간이 짧고 치료 방법이 단순해 진행 정도가 심하지 않은 발작성 심방세동 환자에서는 중요한 시술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에서의 냉각풍선절제술 적용은 기존 치료에 비해 데이터가 제한적이었다. 이번 ESC LBCT(Late Breaking Clinical Trial)에서 발표한 CRALAL 연구는 어느 정도 진행된 지속성 심방세동에서도 냉각풍선절제술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국내 부정맥 연구 중 유럽 심장학회에서 처음으로 발표한 LBCT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냉각풍선절제술은 좌심방에 연결된 4개의 폐정맥을 28mm의 냉각풍선 도자를 사용해 도장 찍듯 얼려 부정맥이 내려오는 길을 차단하는 방법이다. 점점이 혈관을 괴사시키는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과 비교해 시간이 적게 걸리고 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해부학적 구조나 심방 사이즈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기존에는 심방이 많이 크지 않은 발작성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만 연구를 진행했었는데, 이번 연구는 지속성 심방세동에도 냉각풍선절제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 이번 연구 결과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CRALAL연구는 국내 6개 기관에서 공동으로 진행한 무작위 배정 비교 연구로, 좌심방 크기가 45mm 이하이며 항부정맥 약제 내성인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 289명을 대상으로 했다. 진행이 너무 많이 된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를 제외하기 위한 것이다. 진단부터 시술까지 기간 중앙값은 18개월이었다.

한 치료군은 냉각풍선절제술만 진행한 그룹이었고, 다른 치료군은 냉각풍선절제술과 우심방 선형 절제술을 시행한 그룹이었다. 두 집단을 18개월 간 추적 관찰한 결과, 심방 부정맥 재발률이 냉각풍선절제술 단독 치료군 39.9%, 우심방 선형 절제술 추가 치료 군 28.8%로 나타났다. 시술을 진행한 대부분의 환자는 정상맥을 유지하는데, 30초 이상 심방세동이나 심방빈맥이 나타났던 환자의 비율이 우심방 선형 절제술을 추가한 경우 좀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냉각풍선절제술의 치료 부위는 폐정맥 주위(좌심방)에 국한되는데, 우심방에 추가적으로 선형 절제술과 병합한 경우 그 치료 효과가 향상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반면, 시술 합병증은 2~3% 수준으로 양 치료군 간 차이가 없었다. 냉각풍선절제술이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에서는 부족한 치료법일 수 있다는 통념과 달리, 추가적인 시술을 통해 결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다. 또한 데이터 상으로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에서 우심방 치료를 추가한 냉각풍선절제술이 기존의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과 대등한 성공률을 보인다. 그러나 이는 1:1로 냉각풍선절제술과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을 비교한 연구는 아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무작위 배정 비교 연구도 이어져야 할 것이다.

- 우심방 절제술을 추가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가 있나.

시술 후 합병증 발생률에도 차이가 없었고, 우심방 절제술을 시행했을 때 시술 시간이 10분 정도 더 길기는 하지만 치료 효과 향상을 위해서는 감안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본다. 다만 현재 보험 적용 범위나 근거 데이터 확보 측면에서 아직 (국내에서)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지속성 심방세동에 좌심방 치료만 진행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일 수 있다. 냉각풍선 전극도자는 환자의 심방 크기나 해부학적 구조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 중에서도 심방이 많이 크지 않고 오래되지 않은 경우에 냉각풍선절제술 만으로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나라 환자를 대상으로 한 데이터가 좀 더 축적된다면, 지속성 심방세동에도 냉각풍선절제술의 활용 범위가 넓어게끔 가이드라인도 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이번 연구 결과가 일선 의료진과 환자에게 갖는 의미는.

지속성 심방세동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옵션이 생겼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특히 시술시간이 짧으면서 효과적인 치료법이 있다면 환자나 의료진 모두 반길 것이며 의료 자원의 효율적 활용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일괄적인 적용보다는 최적의 적응증과 구조적 특성을 찾아내기 위한 후속연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 앞으로 지속성 심방세동 치료에서 냉각풍선절제술의 활용 및 적용 범위 확대 가능성은.

확대 가능성이 높다. 우선 냉각풍선절제술은 기존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 대비 시술 시간이 짧고 술기도 덜 복잡한 편이다. 시술 경험이 적은 의료진도 비교적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환자와 시술자 모두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미 지속성 심방세동 치료 옵션으로서 문이 열리고 있고 기존의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과 효과 차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지속적으로 적응증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명확한 임상 연구를 통한 증명이 선행돼야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냉각풍선절제술은 환자 심방 크기와 모양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최적의 환자를 찾아 최적의 시술법을 적용하는 것이 관건이다.

- 냉각풍선절제술을 진행할 때 고려하는 요인은.

얼만큼 오래된 심방세동인지와 심방의 크기를 고려한다. 심방세동 지속 기간이 길수록 재발 확률이 높아지고, 심방의 크기가 클수록 상태가 나쁘다. 유전적 요인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최근 진행 중인 연구에 따르면 대사 증후군, 비만과 같은 대사(metabolic) 측면의 요인이 있다면 재발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환자분들이 처음 방문을 하면 생활습관을 고쳐야 한다고 가장 먼저 말씀드린다. 술, 담배, 비만이 심방세동에 가장 해롭다. 요즘 젊은이들 중에는 급격한 비만 환자가 많아지고 있어, 향후 20~30년 내 우리 사회 의료부담이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는 심방세동에 있어 뇌경색, 치매, 심부전이 가장 심각한 합병증으로 꼽히기 때문에, 치료 전략 수립 시 많이 고려하는 부분이다. 만약 뇌경색 등의 혈전 고위험군이라면, 항혈전 치료를 진행한 후 맥을 정상으로 돌리는 동율동 전환 요법을 시행한다. 약물치료를 시행해서 1년 이상 잘 조절되는 환자는 40%로 되지 않기 때문에, 증상이 심한 정도에 따라 항응고요법만 진행할 것인지, 적극적으로 시술을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심방세동의 치료 가이드라인은 2년 마다 업데이트 되고 있으나, 이러한 환자 개개인의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많은 연구를 통해 가이드라인에 이러한 부분이 반영될 수 있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내년 1월부터 APHRS(아시아태평양 부정맥학회) 회장으로 활동하신다고 들었다. 활동 계획은.

유럽심장학회와 협력하여 국제 연합 캠페인으로 ‘펄스 데이(pulse day)’와 같이 일반 대중에게 부정맥의 인식을 심어주는 활동을 기획 중에 있다. 스스로 맥박을 체크하게 하고, 이상이 감지될 경우 심전도 검사를 통해 심방세동을 진단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가지고 있고 다양한 맥박 측정 도구가 있지만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가 맥박 측정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특정 날을 잡아 할아버지, 할머니의 맥박을 손주들이 측정해 보거나, 측정 후 이상이 감지되면 심전도 검사를 할 수 있게끔 유도할 예정이다.

또 아시아태평양 국가들 사이에는 의료제도, 의료자원, 의료인력의 편차가 매우 심하다. 때문에 저개발 국가의 의료진 교육 및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할 예정이다. 아시아태평양 부정맥학회에서 지속적으로 진행 중인 국가 간 매칭 프로그램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캄보디아, 몽골 등의 국가와 연결이 되어 있다. 이들 국가에 병원을 세워주고 노후 장비를 기부하는 등 도움을 주고 있으며, 의료진을 트레이닝 시키는 활동도 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도 다른 나라의 의료인을 교육하고 지원해야 할 위치에 올라와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