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심재민 교수
"첫 시술부터 3D 매핑 시스템 급여 필요하다"
최근 의학의 발달로 부정맥의 진단과 치료도 진일보하고 있지만, 이러한 혜택을 모든 부정맥 환자들이 받지는 못한다. 최근 다양한 신기술의 등장으로 치료 성적이 대폭 개선된 전극도자절제술이나 냉각풍선절제술 등의 시술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시술 후 부정맥이 재발하는 등 치료에 실패한 ‘난치성 부정맥 환자’들이 존재한다.
의료진은 이러한 난치성 부정맥 환자의 치료성적을 높이고자 근거에 기반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중 하나가 3D 매핑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다. 부정맥 시술에 매핑 시스템을 적용하는 모습은 어제오늘이 아니지만, 최근 업그레이드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진단의 정확성과 치료 성공률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제품 중 하나가 보스톤사이언티픽코리아의 리드미아(RHYTHMIA) 매핑 시스템이다. 전기생리학적 시술에 사용되는 이 제품은 고해상도 전극을 활용한 부정맥 전기 지도화 분석 시스템이다. 심장 내 전극 정보를 고밀도 및 고해상도로 자동 수집하고, 부정맥 전문의가 부정맥 시술 시 치료하고자 하는 위치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리드미아 맵핑 시스템은 심장에 전극을 넣고 난치성 부정맥의 원인이 되는 부분을 고주파 에너지로 절제해 치료하는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에도 사용된다. 더불어 보스톤사이언티픽코리아는 리드미아 매핑 시스템에 맞춰 디자인된 64개 전극으로 이뤄진 입체형 카테터 ‘인텔라맵 오라이온’(IntellaMap Orion) 맵핑 카테터도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임상에선 이러한 3D 매핑 시스템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고대안암병원 부정맥센터에서 인공심박동기 및 제세동기, 전극 도자 절제술, 난치성 부정맥 등의 연구를 담당하고, 최근 3D 매핑 시스템 리드미아 300례를 달성한 순환기내과 심재민 교수를 만나 이러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 최근 심방세동 등 부정맥 시술 시 주지해야 할 점이 있다면?
심방세동은 이제 만성질환이자 퇴행성·진행성질환이다. 때문에 최대한 (환자들이) 정상 맥박으로 지내는 시간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 질환이 관리하는 개념으로 가고 있는 만큼, 시술을 반복할 수 있다는 점도 이해해야 한다. 또한 시술 한 번으로 질환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시술 시 제일 중요한 점은 안전성이다.
- 최근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다양한 부정맥 검사 기술들이 등장하면서, 과거보다 진단이 용이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렇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으로 인해 진단율이 굉장히 높아졌다. 고령화로 인해 심방세동 환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또한 관리 차원에서 의료적 접근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안전성에 주안점을 둔 디바이스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 올해 초 심방세동 재발 관련 새로운 예측인자를 제시하는 연구결과도 발표했다.
시술을 해도 계속 재발하는 환자들이 있다. 즉, 모든 심방세동 환자가 다 시술에 효과를 보는 건 아니기 때문에 반응이 좋은 이들을 사전에 찾아낼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연구를 진행했다.
이처럼 예측 인자들을 찾기 위한 노력은 많지만, 아직 신통한 방법은 없는 상태다. 때문에 (예측인자) 여러 가지를 복합해서 (임상에) 적용한다. 나이, 유병기간, 초음파상의 좌심방 크기가 정도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좌심방의 전기신호 변화 통해 심방세동 치료 시술을 받은 환자에서 재발 위험을 예측해보고자 했다.
- 전극도자절제술, 냉각풍선절제술 등의 결정 기준은 무엇인가?
병원마다, 시술자마다 선호도가 다른 거 같다. 일부 시술자는 처음 시술받는 환자에겐 100% 냉각풍선절제술을 시행하고, 재발 시 전극도자절제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시술하는 발작성 심방세동 환자의 70~80%는 냉각풍선절제술로 한다. 물론 시술 방법을 결정할 때 환자의 나이나 CT상 좌심방의 모양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한다.
지속성 심방세동은 여전히 전극도자절제술이 3분의 2 정도를 차지한다. 그 이유는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의 심장이 더 비대한 경우가 많아 냉각풍선절제술의 결과가 좀 떨어지기 때문이다. 좌심방 직경이 45mm 이하인 아주 오래되지 않은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의 경우에 냉각풍선절제술을 시도하고, 그 외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는 3D 매핑 시스템을 사용하는 전극도자절제술로 하고 있다.
- 부정맥 시술에 3D 매핑 시스템은 언제 도입됐나.
시스템이 개발돼 임상에 도입된 지는 20년 이상 됐다. 과거에는 아주 선택적 환자에게만 사용됐지만, 이제는 보편적인 시스템이 됐다. 모든 부정맥 환자를 시술하는 의사들에게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되는 기술이 된 거다.
- 기존 3D매핑 시스템과 리드미아 매핑 시스템의 차이는 뭔가.
일단 고퀄리티 제품이라는 거다. 부정맥질환은 맥이 너무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등 심장의 전기 흐름이 비정상적으로 바뀌어 생기는 질환이다. 문제는 심장에서 흐르는 전기 흐름을 눈으로 볼 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에 과거에는 엑스레이를 사용해서 심장에 전극 몇 개를 유치시키고 국소적으로 전기가 나오는 파형을 분석해 유추했다.
문제가 되는 심장의 국소 부위에 카테타를 위치시켜서 거기서 나오는 전기 신호들을 분석해 부정맥의 기전을 파악하고, 어디가 문제인지를 진단을 해서 치료를 한 거다. 하지만 3D 매핑 시스템은 심장에서의 전기의 흐름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했다. 눈으로 보면서 시술할 수 있다는 건 획기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3D 매핑 시스템 간에도 차이가 있다. 초기엔 전극이 하나 붙어 있는 카테터로 심장 100여곳을 일일이 찍어 매핑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해상도가 굉장히 낮았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하면서 고밀도 고해상도 제품들이 나왔다. 핸드폰 카메라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과거에는 핸드폰 카메라의 화질이 극히 낮았지만 현재는 고해상도의 사진을 찍을 수 있지 않나. 마찬가지다. 지금은 카테터에 수십개의 전극이 부착돼 몇 번만 심장에 갖다 대도 몇 만 화소의 매핑이 가능다.
- 업그레이드 된 3D 매핑 시스템이 가진 임상적 장점은?
아주 복잡한 부정맥질환은 해상도가 낮을 경우 오진 우려도 있다. 고해상도의 3D 매핑 시스템은 이러한 우려를 낮춰준다. 어느 부분이 심각한 곳인지 찾기 쉽기 때문이다. 현재 나와 있는 3D 매핑 시스템 중에서는 오라이온 카테터가 가장 좋은 해상도를 보여준다.
- 고해상도 3D 매핑 시스템을 쓸 경우 시술 시간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 전극도자절제술은 결국 심장 조직에 화상을 입혀 흉터를 만드는 작업이다. 필요하지만 파괴적인 시술인 셈이다. 때문에 꼭 필요한 곳만 최대한 작게 시술하는 게 이상적이다. 재발률도 낮추고 치료 부위도 최소화시키고 성공률을 높이는 시술이 중요한데, (고해상도 3D 매핑 시스템을 사용하면) 문제가 되는 부분 이외에 시술할 수 있는 우려를 줄여준다. 이는 시술 시간 감소로 이어진다.
- 병원현장에서 3D 매핑 시스템 이용 시 제한은 없나.
심방세동 환자에게선 모두 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이외 부정맥 질환은 종류에 따라 급여 여부가 다르다. 예컨대 방실결절 회귀성 빈맥은 처음 시술하는 환자에겐 급여가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3D 매핑 시스템이 급여 적용되지 않는 환자 30여명을 대상으로 3D매핑 시스템을 사용해 봤는데 성공률이 100%였다. 재발한 환자가 1명도 없었다. 관련 연구를 최근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지금은 재발을 하거나 선천성 기형 등과 같이 2D 매핑으로 시 위험도가 올라가는 경우에만 국한적으로 급여를 인정해주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방실결절 회귀성 빈맥을 포함해) 모든 상심실성 빈맥 환자에게 허용하면 재정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 같은데, 재발해서 여러 번 시술하는 사례를 막을 있음을 고려해줬으면 싶다. 특히 부정맥 발생 부위가 정상 조직과 너무 가깝거나 소아의 경우 처음 시술 시에도 3D 매핑 시스템에 급여 적용토록 기준을 폭넓게 인정해 줬으면 좋겠다.
- 3D 매핑 시스템을 이용해 시술한 환자 중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10여년 전 쯤 다른 병원에서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으로 시술을 받은 환자가 내원했었다. 당시 두 번 정도 시술을 했는데 모두 실패했다. 발생 부위가 시술하기 위험한 곳이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다보니 환자는 10여년 간 증상을 안고 살아야 했다. 그러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리 병원을 찾았는데, 리드미어 시스템으로 살펴봤더니 위험한 부위 보다 좀 떨어져 있었다.
사실상 오진이었던 셈이다. 이에 시술을 진행했고 지금은 병원에 오지 않을 정도로 좋아져 잘 생활하고 있다. 이런 환자에게 처음부터 고해상도 3D 매핑 시스템을 이용했으면 어떻게 됐겠나. (고해상도 3D매핑 시스템은) 재발한 환자들에게 꼭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과가 그만큼 좋고 시술도 짧게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은 2D 매핑 시스템만으로는 재발률이 높을 수 있기 때문에, 3D 매핑 시스템을 처음부터 쓸 수 있게 했으면 싶다. 미국과 일본 등도 처음부터 3D 매핑 시스템을 쓸 수 있게 한다고 들었다.
- 마지막으로 고대안암병원 부정맥센터가 가진 장점을 소개한다면.
국내 최초의 부정맥센터로, 현재는 국내 전체 부정맥 시술의 약 15%에 달하는 시술을 진행하고 있다. 또 국제 학회에 SCI급 연구논문 150편 이상을 발표하는데, 매년 수십명의 해외 의료진이 술기를 전수받기 위해 안암병원 부정맥센터를 찾을 정도다.
난치성 부정맥의 근원적인 치료를 위해 전기생리학검사 및 전극도자절제술을 연간 500회 이상 시행하고 있으며, 지속성 부정맥인 심방세동의 전극도자절제술은 1999년 국내에서 최초로 시행한 이후 2009년 아시아 최초로 단일 기관 1,000례 달성하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배경은 센터 내 시스템이 잘 갖춰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의료진과 간호사 등 팀워크도 좋다. 여기에 리드미아 시스템 같은 최신 기술 및 장비들도 잘 갖춰져 있다. 우수한 인력과 기술이 잘 조화된 센터라고 말하고 싶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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