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뿜어내는 혈액 받아내는 대동맥 터지기 직전상태 '대동맥박리'
말판증후군·엘러스-단로스증후군 등 유전성희귀질환 환자에게 위험
임신도 연관…40세 이전 여성에게 임신 후기나 출산 후 주로 발생
고혈압을 비롯해 터너증후군·말판증후군·이첨판대동맥판막·엘러스-단로스증후군 같은 유전성희귀질환을 앓는 환자라면 가슴이 찢기는 듯한 흉통이 있다면 초응급상황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 몸 속 가장 큰 혈관인 3층 구조(내막·중막·외막)의 대동맥에 파열이 발생해 혈관 층 사이에 혈액이 흘러들어가 터지기 직전 상태인 '대동맥박리'일 위험이 큰 까닭이다.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홍래 교수는 유튜브 채널 '서울아산병원'에서 "대동맥은 심장에서 뿜어지는 피를 온 몸에 전달하는 첫번째 파이프인데, 대동맥 박리의 가장 주된 원인은 고혈압"이라며 "전체 대동맥박리 환자의 약 80%에서 고혈압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고혈압을 앓을 때, 대동맥박리 위험이 커지는 이유가 있다.
김 교수는 "혈압이 높으면 심장에서 혈액이 뿜어져 나올 때의 압력이 세기 때문에 대동맥에 가해지는 힘도 크다. 아주 센 물줄기가 24시간 심장박동에 맞춰 뿜어져 나오는 것을 생각해보면 된다. 피의 압력이 강하다보니 대동맥 내막에 손상이 발생하면 그 찢어진 곳에 계속해서 피가 들어차면서 점점 더 박리 범위가 넓어지게 된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사망률이 계속 높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고혈압 이외에는 터너증후군, 말판증후군, 이첨판대동맥판막, 엘러스-단로스증후군 같은 유전성희귀질환을 앓을 때도 대동맥박리 위험이 올라간다. 김홍래 교수는 "이는 모두 유전적 결함으로 인해 혈관 자체에 변성이 발생하는 것이 중요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노화, 동맥경화를 비롯해 임신에 의해서도 대동맥박리가 생길 수 있다. 김 교수는 "기전은 불분명하지만 임신이 대동맥박리와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40세 이전 여성에게 발생하는 대동맥박리의 절반 이상이 임신 후기나 출산 후에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지팡이 모양의 3~4cm 굵은 관 형태의 '대동맥'은 심장에서부터 복부까지 내려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는데, 어느 부위에 박리가 된 것인지에 따라서 병의 위중도가 달라진다.
김홍래 교수는 "심장에서 뿜어진 혈액이 윗방향을 향해 흐르는 '상행대동맥', 대동맥이 아랫방향으로 내려가기 전에 혈액의 흐름이 바뀌는 '대동맥궁', 대동맥궁을 지나 아랫방향으로 혈액이 흐르는 '하행대동맥', 횡격막 아래쪽인 '복부대동맥'으로 나뉘어지는데, 대동맥박리가 대동맥 어느 위치에 생겼는지에 따라 응급도가 달라진다"며 "상행대동맥을 침범하는 급성대동맥박리가 가장 위험한데, 상행대동맥박리는 1시간에 1~2%씩 사망률이 증가한다고 알려져있고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50% 정도는 사망하는 아주 무서운 질환"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동맥박리의 치명도를 낮추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대동맥박리 고위험 환자에게 대표적 증상인 '극심한 흉통'이 나타날 때, 빠르게 심혈관수술이 가능한 병원의 응급실로 가는 것이다. 이때의 통증에는 특징이 있다.
김 교수는 "대동맥박리로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는 보통 엄청난 통증을 경험한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등을 도끼로 찍은 것 같다, 등이 찢어진다 같은 표현을 쓰는데, 말 그대로 ‘찢어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가슴 앞쪽, 등쪽 견갑골(날개뼈) 사이, 또는 배 위쪽에 나타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증상"이라며 "대개 처음에 통증이 가장 심하고 이후 수 시간 이상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극심한 흉통 이외에 대동맥박리를 의심해볼 수 있는 때가 더 있다. 김홍래 교수는 "바로 가족력"이라며 "특히 말판증후군 등 대동맥에 영향을 주는 유전적 질환을 진단받은 가족이 있다면 다같이 검사를 해봐야 하고 유전질환 여부를 모르더라도 직계가족 중 갑자기 돌아가신 분이 있는 경우에도 가족들이 다같이 검사를 해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갑자기 사망한 이유가 대동맥박리라고 특정할 수 없는데도 가족검사를 권하는 이유가 있다.
김 교수는 "갑자기 돌아가신 경우에 ‘대동맥 박리 때문에 돌아가셨다’라고까지 생각을 못한다. 급성 심장마비일 수도 있고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대동맥박리 역시 병원에 오기 전 절반 정도가 사망하기 때문에, 진단을 제대로 못 받고 돌아가시는 경우들이 있다. 이 경우 다른 가족들을 검사해보면 미처 몰랐던 유전질환을 발견하기도 하고, 이미 대동맥이 늘어나있는 ‘대동맥류’나 다른 대동맥질환을 발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동맥박리를 진단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CT촬영이다. 대부분의 대동맥박리 환자가 극심한 통증으로 응급실로 오기 때문에 응급CT촬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다. 김홍래 교수는 "심장초음파검사로 대동맥이 늘어나있진 않은지 등을 확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초응급인 상행대동맥박리는 수술로 치료한다. 김 교수는 "쉽게 찢어지지 않는 인조혈관으로 상행대동맥에서 대동맥 초입까지 전체 부위를 교체하게 되는데, 이 부위는 파열될 경우 사망에 이를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며 "경우에 따라서는 대동맥궁까지 갈아주는 경우도 있지만, 우선 이 수술은 빨리 환자를 살려야하는 초단위 응급수술이다보니 상행대동맥 위주로 우선 수술하게 되고 환자의 특성이나 찢어진 부위의 위치 수술자의 경험에 따라 범위를 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하행대동맥박리 초기에는 약물치료가 원칙이다. 김홍래 교수는 "하행대동맥은 워낙 수술 위험도가 크다보니 초기에 다른 합병증이 없다면 약물치료를 하며 지켜본다"며 "시간이 지나면 박리된 부분이 흡수돼 수술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있고, 상처난 뒤에 조직이 다시 엉겨붙으며 자라는 것처럼 박리된 하행대동맥 부위 조직끼리 달라붙어서 살짝 단단해지면서 조금 천천히 늘어나는 경우들이 있다. 그래서 약물치료를 하며 지켜보는 게 치료지침이고, 나중에 정말 필요하다면 그때 수술을 하거나 필요한 경우 스텐트 시술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동맥박리가 의심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한 빨리 수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가는 것이다. 김 교수는 "시간 지체가 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하지만 하행대동맥으로 진단받아 앞으로 추적관찰이 필요한 경우라거나, 증상이 나타나기 전 예방적 차원의 검사에서 대동맥박리 가능성을 알게 됐거나 유전질환이 의심된다면 다양한 진료과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험 많은 병원을 선택할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그 이유가 있다. 김홍래 교수는 "대동맥질환은 흉부외과가 수술을 하지만, 수술 외에도 혈압조절이나 대동맥박리 약물치료를 위해서는 심장내과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때로는 유전질환 진단을 받아 유전학센터의 진료를 계속 봐야할 수도 있고, 재활의학과의 도움을 받아 심장재활이 필요하기도 하다"며 때문에 종합관리가 이뤄질 수 있는 병원을 선택해 진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했다.
대동맥박리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고혈압 환자'에게 대동맥박리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혈압을 잘 조절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대동맥박리를 예방하기 위해서 평소 혈압관리를 잘 하라"며 "과거에는 대동맥박리를 진단 받기도 전에, 때론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급사하는 질환이 대동맥박리였지만 요즘엔 질환에 대한 인식도 많이 갖고 있고 의술도 많이 좋아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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