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12월부터 강직성 척추염 치료제 줄줄이 보험급여 확대
1일 1회 경구 투여 JAK 억제제 '린버크', 편의성·효과 앞세워 공략
경희의대 홍승재 교수 "JAK 억제제간 교차투여 인정…전향적 결정"

"종양괴사인자알파저해제(TNF-α억제제) 또는 인터루킨-17A(IL-17A)라는 강력한 약을 써도 효과가 없는 환자가 '린버크(성분명 유파다시티닙)'를 일주일만 먹었는데도 통증이 상당히 개선됐다. 이는 질병 활성도 2주보다도 빠른 것으로, 이유가 뚜렷히 밝혀진 건 없지만 수많은 사이토카인이 셀 리셉터에 결합해서 시그널이 전달되는데 이 때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 중에서 통증 유발하는 사이토카인도 같이 차단 돼 통증 조절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의 치료제가 듣지 않아 미충족 수요가 많았던 강직성 척추염에 12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약제들이 대거 늘어난 가운데 애브비의 JAK 억제제 '린버크'가 편의성과 효과를 앞세워 의료진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몸이 굳어지고 통증으로 잠을 설치기 일쑤인 강직성 척추염 환자들에게 단 일주일 복용만으로 통증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은 의료진들에게도 중요한 옵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홍승재(대한류마티스학회 보험이사) 교수
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홍승재(대한류마티스학회 보험이사) 교수

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홍승재(대한류마티스학회 보험이사) 교수는 지난 13일 한국애브비가 안다즈 강남에서 선택적, 가역적 JAK1억제제 린버크의 중증 활동성 강직척추염 보험급여 적용을 맞아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강직성 척추염은 천장관절에서 시작된 염증으로 척추 마디가 굳어지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염증이 척추를 타고 흉추와 경추까지 올라갈 수 있으며, 몸을 움직이면 오히려 편해질 수 있지만 잠을 자게 되면 운동성이 떨어지다보니 아침에 일어날 때 몸이 뻣뻣해지고 통증까지 초래한다. 허리를 숙이거나 옆으로 자세를 바꾸는 것조차 쉽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강직성 척추염(질병코드 M45)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7년 4만1,797명에서 2021년 5만1,106명으로 5년 새 22% 증가했다. 남성이 여성보다 2.5배 많았으며, 특히 20~40대가 56%를 차지하는 등 젊은 남성층에서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승재 교수에 따르면 강직성 척추염 치료 목표는 임상적으로 염증이 없는 상태인 관해를 유지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운동, 물리치료 등의 비약물요법과 염증을 줄이고 통증을 없애기 위해 비스테로이드소염제(NSAIDs)로 3개월 이상 치료하도록 돼 있다. 치료 효과가 미흡하면 면역조절제, 생물학적제제, JAK 억제제 등을 사용할 수 있다. 

홍 교수는 그러나 "TNF-a 억제제가 20년 가까이 환자들에게 도움이 많이 됐지만 장기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효과가 없는 환자들이 꽤 많이 생겼다"고 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도 이달부터 강직성 척추염 치료제에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했다. 애브비의 린버크와 화이자 젤잔즈(토파시티닙) 등 경구용 JAK 억제제와 릴리 탈츠(익세키주맙), 노바티스 코센틱스(세누키누맙) 등 IL-17A 억제제가 새로이 급여권으로 진입했다. 

린버크의 경우 1종 이상의 TNF-a 억제제 또는 IL-17A에 반응이 불충분하거나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한 중증 활동성 강직척추염 환자에게 급여가 가능하다.

홍승재 교수는 "강직성 척추염 환자들을 위한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린버크는 임상연구를 통해 생물학적제제 사용 유무와 관계없이 높은 관해 도달 및 통증 조절 효과를 보이고, 1일 1회 경구 복용이라는 편의성까지 갖췄다"며 "더욱이 보험급여 적용으로 환자들의 치료옵션이 넓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류마티스 관절염의 경우 급여가 되는 약제가 4개가 있는데 효과가 없더라도 교체투여가 인정 안돼 바꾸는 게 불가능하다. 하지만 강직성 척추염의 경우 한가지 JAK 억제제 치료에 실패했을 경우 다른 JAK억제제로 교체투여 시 급여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며 "임상현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이는 심평원에서 전향적으로 결정을 해준 데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허리가 아프면 모두 디스크? 이럴 때 '강직성 척추염' 의심

홍 교수는 그러나 강직성 척추염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는 중증으로 발전하기 전에 조기 진단 및 치료를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강직성 척추염은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다른 장기에도 염증을 일으켜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강직성 척추염이 처음으로 발생하는 골반 부위를 촬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허리통증이 있다고 해서 허리에 포커스를 두고 엑스레이 촬영을 하면 골반이 잘 안나오기 때문에 조기진단을 놓칠 수 있다는 것. 

이에 홍 교수는 "젊은 청년들이 허리통증으로 내원하는 경우 영상검사를 할 때 골반 또는 천장 관절 엑스선 등으로 골반을 같이 찍어보도록 권하고 있다"고 했다. 

홍 교수는 허리통증을 호소하다보니 추간판탈출증(디스크)과 혼동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홍 교수는 디스크와 강직성 척추염의 가장 쉬운 구별법은 움직임이 있으면 편하고 가만히 있으면 힘든 게 척추염이라면 디스크는 가만히 있으면 편하고 움직이면 아프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홍 교수는 ▲허리(특히 엉덩이 부위)나 등의 통증이 40세 이전 시작되었는지 ▲허리나 등의 통증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점 심해지는지 ▲휴식을 취해도 허리나 등의 통증이 개선되지 않고 허리나 등 운동을 하면 오히려 통증이 개선되는지 ▲한밤 중에 허리나 등이 아파 잠에서 깨는지 ▲허리나 등의 통증과 함께 사지 말초 관절 부위의 통증이 있는지 ▲한구의 통증 및 출혈이 발생하는 포도막염을 경험한 적이 있거나 발뒤꿈치에 위치한 아켈레스 인대 부위에 통증이 있는지 등의 자가 체크리스트를 추천하며 "4가지 이상이 해당된다면 류마티스내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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