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차병원 조경기 교수에게 듣는 '뇌종양 유전자치료'
다른 암과 달리 뇌혈관장벽(BBB, Blood-Brain-Barrier)으로 인해 항암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뇌종양'에 혁신 치료법인 유전자치료(MSC11FCD) 임상연구가 국내에서 올해 본격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뇌혈관장벽은 인체 컨트롤러라 불리는 핵심장기 '뇌'를 외부 물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내부방어시스템이다. 하지만 암치료에 효과적인 항암제 역시 뇌혈관장벽을 통과하지 못해서 뇌종양의 치료 효과를 떨어뜨린다.
최근에는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뇌혈관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항암제 전구물질'과 이 전구물질을 암세포에서 항암제로 바꿔주는 기능을 하는 '유전자'와 같이 신경줄기세포에 넣어주는 유전자치료가 국내외에서 시도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혁신적인 치료는 5년 생존율이 2% 미만에 불과할만큼 치료 성적이 저조한 '교모세포종'에 우선 시도되고 있으며, 최근 몇 년간 분당차병원 신경외과 조경기 교수 연구팀이 재발성 교모세포종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해 가능성을 입증하면서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조경기 교수는 유튜브 채널 '분당차병원'에서 "교모세포종은 의학교과서에 수술하고 (방사선과 항암) 치료하고도 진행이 안 되는 게 6개월뿐이 안 되는 암"이라며 "기존의 치료방법으로는 환자를 살릴 수가 없다"며 치료 성적이 낮은 뇌종양 '교모세포종'에 유전자치료를 시도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뇌종양에는 다른 암에서 많이 쓰이는 세포독성항암제 대표주자인 5-FU를 쓰지 않는다. 5-FU가 뇌혈관장벽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5-FU의 전구물질인 5-FC는 뇌혈관장벽을 통과할 수 있다.
이에 미국 시티 오브 호프 병원(City of Hope Medical Center) 연구팀은 5-FC를 5-FU로 바꾸는 방법이 없을지 연구했고, CD 자살유전자로 처치하면 5-FC가 5-FU로 바뀐다는 것을 알아냈다.
조경기 교수는 "유전자치료 그룹이 단순히 5-FC 전 처치만 한 그룹 보다 월등하게 종양이 줄어들었다"며 "또 신경교종을 앓고 있는 쥐의 뇌에 인간의 유전자줄기세포를 주입하면 이것이 이동해 하루만에 종양에 침투하는 것을 보고 유전자를 심어 넣어주면 5-FC가 뇌혈관장벽을 잘 통과하니 5-FU로 바뀌어 종양을 다 죽이겠구나"하는 것이 시티 오브 호프 병원 연구팀의 아이디어였다고 설명했다.
시티 오브 호프 병원 연구팀의 여러 연구들의 장점과 단점을 분석한데 더해 20년 넘게 뇌종양 유전자치료 연구를 진행해온 조경기 교수 연구팀은 실제로 교모세포종 환자에게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 등의 표준치료를 한 뒤에도 재발한 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자치료를 시도했다.
조 교수는 "저희는 시티 오브 호프 병원 연구팀의 연구를 보고 장점과 단점을 연구해서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생각해 연구했고, 이 데이터를 갖고 2024년이면 유전자치료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지난해 식약처에 허가를 신청했고 올해 허가가 되면 국내에서 활발히 연구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가 성공하면 항암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다른 종류의 뇌종양 치료에도 청신호가 켜질 수 있다.
조경기 교수는 "CD 자살유전자를 이식한 줄기세포를 가지고 하는 유전자치료는 교모세포종에만 듣는 것은 아니다"라며 뇌혈관장벽으로 인해 5-FU를 쓰지 못하는 여러 뇌종양에 이 치료가 시도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세포독성항암제 5-FU를 뇌에 전달하는 유전자치료가 뇌종양에 효과적인 이유가 있다. 조 교수는 "암 치료가 어려운 것이 숨어있는 암세포를 못 찾는 것인데, 줄기세포를 정맥주사로 집어넣으면 어디든지 다 찾아가서 CD 자살유전자를 공급해준다"며 "그러면 강력한 5-FU로 변하니까 숨어있는 종양도 다 죽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경기 교수는 "2022년까지 10명의 재발 환자에서 연구를 했고, 결과가 아주 좋았다"며 "앞으로 재발하지 않은 환자에서 유전자치료를 하면 더 좋은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희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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