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는 것도 상대적인 개념이다. 과연 의사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고등학교 때 고만고만하게 공부하던 애들 중에 사업해서 돈 잘 버는 친구보다 돈이 없어서일까?





대학 입학 성적이 나보다 못하던 녀석이 3류 병원 가더니 돈 잘 버는 과에 아부해서 들어가 지금은 외제차 타고 다니는 것이 배 아파서일까?





아니면 학생 때부터 여자만 밝히던 놈이 끝내 재벌가 사위로 몸 팔아간 뒤 잘난 체 하는 꼴이 배 아파서일까?





Medical Doctor / flickr by zedlafor





아니면 그래도 어렸을 적 꿈이 인류를 위해 이 한 목숨 바쳐 살아보는 것이었는데 막상 의사란 직업이 희생이나 봉사는커녕 주판알 튕기는 게 주로 하는 일이다보니 마흔, 쉰 넘어가며 소주 한잔의 안주거리가 되어버린 자신의 인생이 개탄스럽기 때문일까?





내가 가장 힘든 것은 의사들 계모임에 약 선전을 하며 밥값을 계산하겠다고 찾아오는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을 만나는 것, 그것을 자랑삼아 얘기하는 친구 꼴을 보는 것, 골프 얘기가 반을 차지하는 의사들 모임에 가는 것, 환자 꼬드겨 비싼 검사 받게 하는 것을 노하우라고 떠드는 선배를 만나는 것, 의사 아닌 친구들이 병원 갔다 와서 해대는 싸가지 없는 의사 얘기를 듣는 것, 실사 나온 공단 직원들의 개 같은 행동을 친구의 눈물에 섞어서 들으며 죽여 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꾹꾹 눌러 참는 것 등등이다.





그래도 그 중 의사인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고혈압 당뇨약 받아갈 때가 됐는데 돈 없어 병원에 못 오는 할머니, 돈 없어 검사를 못 받겠다며 돌아서는 환자들의 어깨 축 늘어진 뒷모습을 보는 것이다.





2009년에는 어렸을 적 꿈꾸던 그런 의사로 살고 싶다.




<기고자 - 의과대학 연구교수>






흔히 ‘계급장 떼고 한번 붙어보자’는 말을 합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습니다. 보건의료계도 마찬가지죠.





청년의사는 신년 특집으로 ‘脫章 Talk’ 를 통해 말 그대로 계급장 떼고,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털어놓는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이름도 안 나가고 고료도 없지만, 보건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이 글을 보내오셨고요, 앞으로도 계속 투고를
받을 예정입니다. ‘짧게 써 달라’고 부탁했지만, 다들 기대(?)보다 긴 글을 보내왔습니다. 그만큼 가슴 속에 쌓인 말들이
많았나 봅니다.





앞으로 이러한 지면을 부정기적으로 계속 마련할 예정이고, 혹시 보시고 동참하시고 싶은 분은one97@docdocdoc.co.kr
청년의사 앞으로 이메일을 보내시거나, 헬스로그를 통해 싣고 싶으면 gamsa@gamsa.net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단,
최소한의 사실 확인 등의 절차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본인의 연락처는 남겨주셔야 합니다.



* 독자 투고 내용은 청년의사나 헬스로그 논조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청년의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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