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진때 환자 드레싱을 하다보면 빵꾸똥꾸와 잘 어울리는 전공이 외과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종종 든다. 물론 지붕뚫고 하이킥의 해리가 말하는 의미의 빵꾸똥꾸는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빵꾸똥꾸는 진짜 방귀와 똥구멍이다. 복부수술 환자에게는 '빵꾸' 여부가 환자 경과 관찰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징후며, 항문질환(치질이나 직장암 등을 포괄하는) 환자에게는 의사가 '똥꾸'를 소독하고 관찰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떤 날엔 병실배치가 잘 맞아 떨어져서 '빵꾸똥꾸빵꾸똥꾸' 패턴으로 환자가 깔려있는 진풍경도 볼 수 있다.

 오늘은 그중 '빵꾸'(방귀)와 관련된 이야기를 몇가지 해볼까 한다. 충수돌기염과 같은 복부수술을 한번이라도 해봤던 사람은 누구나 의사에게 매일마다 '방귀 혹시 나오셨나요?'라며 확인당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의사는 왜 환자에게 방귀여부를 그토록 집요하게 확인해야만 했던 걸까?

 대개 전신마취를 하고 복부수술을 하는 경우 장의 움직임을 최소화 하기위해 근육이완제 성분을 같이 투여한다. 이를 통해서 수술의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을 최소화하고 출혈량 역시 많이 줄일 수가 있다. 복부수술을 마치고 손상된 내장막을 꿰매고 봉합을 하면 일단은 의사가 하는 수술은 1차적으로 끝나게 된다. 허나 수술 환자의 경우 근이완제 및 마취제로 인해 내장 기관의 움직임이 약해지게 되고, 이 경우 연동 운동이 약화 혹은 중단되어 음식을 먹더라도 이를 이동시키고 정상적으로 소화 시키는 일이 어렵다. 수술 후 방귀 여부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장의 연동운동 여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신마취 수술 후 방귀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는 장의 기능이 회복되지 않았거나 장폐색이 있다는 간접적인 증거로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대개 방귀는 수술 후 2-3일이 지나면서 나오는데, 빨리 나오는 사람은 만 하루가 지나기 전에도 나온다. 방귀가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개인의 운동량 및 내장의 길이 등 활동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2-3일이 지나도 방귀가 나오지 않는다고 초조할 필요는 없다. 수술 후 어느정도 의식을 회복하면 서서히 운동을 하는 것도 방귀를 빨리 뀔 수 있는 한가지 노하우다. 일부에선 껌을 씹으면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일단 방귀가 나왔다면 시간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이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수술 후 1주일 이상 방귀가 나오지 않으면 장내 유착 및 협착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경우 반드시 의사에게 경과를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맛있는 음식을 빨리 먹고싶은 마음에 방귀가 나왔다고 거짓말 하는 환자들의 사례를 네이버 지식인에서 종종 접할 수 있었는데, 이는 무척이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알아야만 한다.

 여하튼 일반외과 일을 하면서 매일 접하는 빵꾸똥꾸 환자들 때문에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어디선가 뿌웅하는 소리와 함께 방귀라도 터지면 내일처럼 기뻐 날뛰며 환자와 함께 퇴원 날짜를 손꼽는 내 모습을 해리가 본다면 분명 '이 빵꾸똥꾸 의사야'라고 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래도 빵꾸똥꾸 환자들의 하루라도 빠른 방귀(회복)와 퇴원이 나와 환자 모두를 위하는 길이기에, 오늘도 환자들의 조속한 방귀를 기다리며 나는 두손모아 하늘에 기도를 드려본다.


 마지막은 최근에 있었던 빵꾸똥꾸 방송사고 동영상으로...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