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나 큰 명절에 꼭 빠지지 않는 영화가 있습니다. ‘나 홀로 집에’ 시리즈가 대표적이죠. 너무 유명한 나머지 안본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서인지 일부 설문조사에서는 명절에 방영하지 않길 바라는 영화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고 합니다.

‘나 홀로 집에’ 시리즈는 집에 홀로 남겨진 아이가 도둑을 퇴치하기 위해 집안에 있는 다양한 가전제품과 장난감들을 이용하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달라집니다.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장난감, 치우지 않은 구슬, 손가락이 끼는 창틀과 문, 화상을 유발한 뜨거운 다리미는 실제 현실에서는 도둑을 퇴치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다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 영화의 숨은 뜻(?), 또는 방송국에서 지겹게 방송하는 이유가 안전사고 교육을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가정내 안전사고 발생률은 매우 높습니다
.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어린이 안전사고의 대부분은 가정(60.7%)에서 발생했습니다. 특히 미취학 아동들(0-4세)의 비율이 56%에 이르렀습니다. 이들이 다친 이유를 보면 둔상, 미끄러짐, 추락 순이었고 손상 유발 물질로 가장 많은 것은 건물/바닥, 가구, 가정용품 특히 부엌용품이 많았습니다.

사고에 의한 어린이 사망을 OECD국가별 비교를 해보면 부끄럽게도 우리나라 사망률이 높은 편에 속합니다. 위안이라면 91년부터 95년 사이의 통계에서는 OECD 어린이 사고사망률(인구10만 명당) 1위 (25.6명)였다가 2005년에는 3위로 낮아졌다는 정도(8.7%)입니다. 이들 어린이의 사망원인은 교통사고(42.7%), 익사(20.0%), 타살(8.7%) 순이었습니다.[footnote]2009년 통계청 보도자료, 사고에 의한 어린이 사망 OECD 국가 비교[/footnote]|


건강과 안전사고는 매우 밀접한 연관

2009년 통계청 보도자료 중

통계에서 추정할 수 있듯 가정에서 손상을 입은 어린이들의 대부분은 경증의 환자입니다. 사망에 이르는 경우의 대부분은 교통사고와 익사입니다. 그러나 가정에서도 추락과 낙상의 경우에는 사망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가정 내 안전사고에는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합니다. 여름철 베란다를 통해 아이들이 떨어지는 사고를 기억하시면 쉽게 이해가 되실 겁니다.

그렇다면 안전사고는 어린이들만의 문제일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청소년들에게도 안전사고는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3대 사망원인은 암, 뇌혈관 질환, 손상 순인데 45세 미만의 젊은 연령층에서는 손상이 가장 많은 사망원인이며 특히 15세 미만에서는 그 비중이 높아 22.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footnote]Epidemiology of Childhood Injury in Korea, J Korean Med Assoc 2008;51(3):208-213[/footnote]

이런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방법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입니다. 보행자 교통사고를 피하기 위해 교통신호를 잘 지키고, 좌우를 잘 살피는 것을 시작으로 차에 탔을 때엔 안전벨트와 소아의 경우 자동차용 안전의자(카시트)를 장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4세 이하는 안전 의자를 활용할 경우 사망률을 71%나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자전거를 이용할 때엔 헬멧을 착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충돌 시 머리를 보호해주기 때문에 헬멧 착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낙상 역시 예방 가능합니다. 낙상의 절반가량은 가정에서 발생하고 1/4는 학교에서 발생합니다. 가볍게 미끄러지거나 다른 사람과의 충돌로도 손상을 입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경미합니다. 그러나 계단이나 가구에 올라갔다가 넘어지는 경우, 창밖으로 떨어지는 경우에는 두부 손상과 골절 및 탈골이 발생하고 때로는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소아가 있는 집에서는 베란다 창문이 열리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구비하고, 학교 등지에서는 혼잡한 계단에서 뛰지 않도록 하는 등의 교육이 필요합니다. 계단이 있는 곳에서는 미끄러질 수 있는 기름이나 밟고 넘어질 수 있는 비닐, 장난감 등이 있는지 잘 확인해야합니다.

다리미나 밥솥의 뜨거운 증기, 온수로 인한 화상도 빈번합니다만, 역시 예방 가능합니다. 어른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아이들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다리미와 밥솥을 위치시키고 온수의 경우 안전장치를 장착해 쉽게 나오지 않도록 하면 됩니다.

이렇듯 건강과 안전사고는 매우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방을 위해서는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많은 선진국에서는 국가 차원의 지원과 연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아직 부족함이 많습니다.[footnote]Child injury prevention: Home injuries and Bicycle Injuries, J Korean Med Assoc 2008;51(3):230-233[/footnote] 그러나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안전사고 특히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사고의 대부분을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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