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같이 상큼한 원주율의 날, (화이트데이라는 낭설이 있는데...솔로들에겐 그런 거 없다. 오늘은 신성한 원주율의 날...) 비도 오고 기분도 왠지 꿀꿀한 것이 요즘 몸도 예전만 하지 못한 것 같고 일요일을 맞아 한낮까지 잤음에도 개운하지 않다면 (솔로라서 우울해서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애써 무시한다면) 혹시 어딘가 몸이 아픈게 아닐까 하는 궁금증이나 걱정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할까?


당연히, 인터넷에서 뭔가 정보를 찾아 보려고 할 것이다. 지금 여러분이 이렇게 인터넷으로 진료실 일기를 보듯이 말이다.


온라인에서 속시원히 건강 문제에 대한 답을 얻을 수는 없는걸까?
그런데, 내가 겪는 문제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거나 도움을 얻이 위해 인터넷으로 건강 정보를 찾아 보았을 때 문제가 해결되고 편안해 지는 경험을 얼마나 해 보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곰곰-히 생각해 보면, 아마 "그렇다"는 답보다는 "글쎄..."라고 얼버무리고 말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이런 문제가 단지 광고성 정보나 부정확한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은 상당히 많은 정보 제공자들이 자정 노력도 기울이고 있고, 정보를 찾는 사람들의 평균적인 판단력이나 검색 능력도 좋아졌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많이 해결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내가 겪고 있는 건강 문제에 대해 생긴 궁금증을 온라인 검색을 통해 잘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대체 왜 이런 일이 계속 생기는걸까?

온라인에서 속시원히 건강 문제에 대한 답을 얻을 수는 없는걸까?

이에 대해 상당히 여러 방향에서 해석하고 설명할 수 있겠지만, 나는 내가 그동안 계속 강조하던 세 가지의 단어가 가진 관계를 살펴보는 것을 통해 설명하고자 한다.

바로 증상징후, 질병이 그것이다.




먼저 우리가 비교적 흔히 쓰기 때문에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하지만 나름 구분되는 의미가 있는) 이 세 단어 각각의 의미에 대해 살펴보자.


1) 증상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매우 주관적인 환자의 이야기"이다.






사실 의사 입장에서 병원에 오면 환자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글을 읽는 사람 입장에서 다시 이야기하면

"내 몸과 관련해서 내가 겪는 다양한 문제들"이라고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겠다.

어딘가 아플 때 흔히 하는 모든 말들이나 표현들이 다 증상에 해당되니까, 배가 아프다는 말에도 '배가 살살아파요.' '배가 찌리리리 해요.' '배가 옴팡지게 아파요.' '뱃속에 생명체가 있는 느낌이에요.' 등등 정말 다양한 표현들이 있고,

뱃속에서 소리가 난다거나 머리카락이 너무 잘 빠진다던가 하는 식으로 매우 넓은 범위와 시간에 걸쳐서 각종 증상들이 있을 수 있다.


2) 그에 비해 '징후'는 "의사에 의해 객관적으로 관찰된 사실"에 해당되는 것들인데,




각종 검사 소견과 측정된 데이타, 영상소견, 그리고 의사의 검진 소견이 이에 해당한다. (의사들이 회진을 돌다가 자기들끼리만의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알듯 모를듯한 소리를 하는 것이 이런 내용이라고 생각하면 얼추 맞을 것이다..)


3) '질병'은 다들 알다시피 병원에 가면 의사들에게 최종적으로 듣는 "--시군요"라는 것들로, 그 자세한 사전적 정의는 너무 길기 때문에 예를 들어 보면 이런 식이다.




...이 정도는 정말 새발의 피고,  - _ -;;;;;;;;; 예를 다 들기도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질병명들이 있다.


이렇게 증상-징후-질병이 다 다른 의미가 있다는 게, 우리가 아플 때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을 때 그다지 만족할 만한 답을 찾기 어려운 것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이제 아래 그림을 보면서 오늘 전달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증상과 징후, 질병은 모두 다른 의미이지만 상황상으로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아서, 우리가 어딘가 아프거나 건강상의 문제를 경험할 때 아래 그림과 같은 관계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이 그림은 단편적인 상황을 표현한 것이지 동적인 질병이나 증상의 변화를 표현한 것은 아니다.)



(갑자기 왠 밴다이어그램인가 하겠지만) 우리가 정확한 의료 정보만 찾는다 해도 온라인에서 답을 찾지 못할 때의 대부분은 우리가 겪는 문제가 1에 해당할 때라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정말 다양한 '증상'들을 겪게 되는데, 어떤 '증상'을 겪을 때마다 '이 증상은 왜 생기는 거지?', '혹시 내 몸에 어디가 잘못된건 아닐까?' 라는 생각들도 하게 된다. 그러니 우리는 위의 그림상, 1-4-6-7의 모든 가능성을 다 생각한다.


하지만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이나 병원은 질병을 중심으로 "이런 질병이 있을 때는 저런 증상과 징후"라는 식으로 정보를 편집하고 제공하기 때문에 2-3-4-5-6-7에 해당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의료 행위를 한다.


그러니, 증상은 있지만 1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무리 정보를 찾고 의료를 이용해도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는 것이다.


숫자로만 말하면 어려우니까, 예를 들어 보자.


요즘들어 피로를 많이 느낀 사람이 인터넷을 통해 피로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고, 그 정보에서 알려주는 대로 병원도 가서 검사도 받아보고 했을 때, '이 사람의 피로의 원인은 XX이다.'라는 명확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만약 이 사람의 피로 증상이 어떤 질병에 합당한 징후를 가지고 있고, 그래서 진단이 가능하다면 뭔가 완결된 정보를 얻을 가능성이 높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위의 그림에서 7에 해당하는, 아주 일부의 상황일 뿐이다.


그러나 증상 외에 다른 문제가 없는, 즉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이 경우는 증상은 있지만 검사를 아무리 해도 정상이고, 어떤 진단에도 해당되지 않는 경우이기 때문에, 어떤 증상이 있는 경우에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나고 검사를 받는 과정을 통해 1번에 해당된다는것이 밝혀지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병원의 관심에서 일단 벗어나게 된다. 의사는 진단(질병)에 주로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에 해당하는 상황인 것은 정말 문제가 없을까? 의사 입장에서는 문제가 없겠지만, 사람들은 고민에 빠지게 되고, 증상의 원인을 알고 싶어한다.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되는 사람들은 해당되지 않겠지만, 문제가 반복되거나 지속되는 경우엔 다른 경로의 정보를 찾아서라도 본인의 문제를 확인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문제가 실제로 2-7로 변화되지 않는 이상, 더 이상 정보를 찾아 봐도 달리 나올 것은 없다. 증상만 있는 사람이 질병에서 답을 찾으려고 하니, 나올 게 없다는 말이다.


...


3가지 개념은 꽤 복잡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이 관계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오해가 발생하고, 사람들은 자신의 관점에서 그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기도 한다.


이 관계들에 대해 모-두 설명하다가는 너무 장황하게 길어질 수 있는 이야기여서 오늘은 이 중에서도 1번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해보았다.


증상이란 삶 속에서 일상적으로 겪을 수 있는 작은 것들인 경우가 대부분임에도 어떤 질병이 있을 가능성에 두려워 정보를 계속 찾거나 병원을 이용하고, 검사를 받는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많이 보게 된다.


이 글을 읽고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것은 이 모든 관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증상이 꼭 어떤 질병이 있는 것은 아닐 수 있구나" 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증상을 겪을 때 경험하게 되는 혼란을 줄이고 보다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한 하나의 깨달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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