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출시 이후, 초기의 다소 부정적이었던 언론들도 이제는 성공을 기정사실화하고 이것이 가져오게될 시장의 여파와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저는 애시당초 아이패드가 우리의 컴퓨팅 환경을 송두리째 바꾸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한 바 있고, 그 전망은 현재도 유효합니다.  오늘은 아이패드가 가져오게될 전반적인 컴퓨팅 환경의 변화에 대해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사실 컴퓨터라는 것을 우리가 사용함에 있어서, 몇십 년에 한번 씩 커다란 패러다임 변화를 겪고는 합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언제나 패러다임 변화가 처음 진입할 시기에는 그런 변화를 부정하는 기류가 강하다가 결국에는 대세를 인정하고 따라가게 되는데, 이 과정에 수많은 기업들과 연관산업들의 부침도 같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from Flickr by mattbuchanan


DOS, GUI 기반 운영체제 그리고 터치기반 UI로의 진화

컴퓨팅 환경 자체가 대형 컴퓨터에서 개인용 컴퓨터로 넘어오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입니다.  이 시기부터 매킨토시가 출시되고 윈도우가 보급되는 1980년대 후반까지는 소위 말하는 텍스트 기반의 DOS (Disk Operating System)가 주도하는 키보드와 CRT 디스플레이, 프린터의 시대가 지속되었습니다.  다음 세대의 진화를 이끌게 되는 GUI(Graphic User Interface) 기반의 컴퓨팅 환경은 1970년대에 이미 연구가 진행되었고,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인터페이스로 발명된 마우스의 경우에는 엥겔바트가 특허를 내고도, 실제 상업화되어 일반에 널리 퍼지게 되는 시기에는 특허가 만료가 되는 비운을 맞이하기도 하였습니다.  

마우스와 키보드를 중심으로 컴퓨터를 활용하는 패턴은 1980년대 후반에 정착이 된 이후, 현재까지 20년이 넘도록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또한, 현재까지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소프트웨어들 역시 따지고 보면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기 이전에 개발된 것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와 비교할 때 현재는 컴퓨터 CPU의 속도는 수천 배나 빨라져 있으며, 메모리나 저장공간의 용량역시 수천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소프트웨어 판매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이 커다란 박스에 매뉴얼과 함께 따라오는 수많은 디스크나 CD-ROM 이 없이도 이루어지는 세상입니다.  


아이패드, 컴퓨팅 환경의 근본적 변화를 주도한다.

그렇다면, 애플이 아이패드에 무슨 짓을 했길래 수십 년간의 근간이 바뀐다고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PC 이후의 새로운 컴퓨터 환경으로의 진화가 이제서야 시작되었다고 할 만큼 정말 많은 것이 바뀔까요?  개인적인 의견은 "Yes" 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것이 한꺼번에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관성이라는 것이 있고, 습관을 바꾼다는 것이 그리 쉽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변화는 확실하게 일어납니다.  애플이 아이패드를 통해 우리들이 그동안 영위해오던 컴퓨팅 환경을 바꾸게 되는 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더 이상 물리적인 키보드나 마우스가 없어도 된다.  대신 우리의 손으로 모든 것을 조작하고, 만지고, 두들기고, 비비면서 직접 가상세계와의 대화 및 조작을 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의 원초적인 매우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이런 인터페이스의 활용을 극대화한 새로운 응용 소프트웨어들이 봇물 터지듯이 출시될 것이다.

언제나 가볍게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진정한 모바일 기기로, 단순한 전화기의 대체품이 아니라 하루 종일 써도 문제가 없는 배터리와 컴퓨팅이 가능한 파워를 가졌다.  언제나 인터넷에 접속하여 정보를 탐색하거나 소비할 수 있으며, 필요할 때마다 즉시 전원을 넣어서 부팅시간 없이 이용할 수 있다.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원터치로 검색해서 간단히 다운로드 받거나 구매할 수 있으며, 자동으로 업데이트가 이루어지며, 보안의 문제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현재 아이패드가 구현해 놓은 내용입니다.  아이폰도 똑같지 않냐구요?  맞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대단한 강점이 됩니다.  사용자들은 아이폰에서 이용했던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구매방법, 그리고 이미 개발된 수많은 소프트웨어들까지 이용할 수 있는 백그라운드 작업이 완성된 상태에서 이것이 일반 컴퓨팅 환경을 침범할 수 있는 장비를 드디어 손에 넣게 된 것입니다.  단순히 아이팟 터치를 키워놓았다?  크기를 키운 것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혁신을 만들어 내게 될 것인지는 향후 수년 간 개발될 소프트웨어들이 증명해 줄 것입니다.  

단적인 예로, 아이패드에 카메라가 달려서 나오지 않는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 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조만간 WiFi나 블루투스로 아이폰의 카메라를 이용할 수 있는 앱이 나올 것을 예상하였고, 출시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실제로 그런 앱이 등장하였습니다 (아래 임베딩).  기기들의 협업과 창의적인 소프트웨어를 매우 단순하게 접근해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환경이 우리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단일하고 편리한 환경이 주는 이득 vs. 개방형 혁신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가져온 혁신에는 아이튠즈 앱 스토어라는 단일 마켓을 통해 쉽게 앱들을 구매해서 설치할 수 있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비록 개방성이라는 문제에서 항상 문제제기가 되고 있지만, 애플의 제품을 구매한 사람들은 누구나 아이튠즈를 이용했고, 아이튠즈를 이용하는 경험은 단순히 사용자 뿐만 아니라 생태계를 구성하는 소프트웨어 공급자들에게도 일관되면서도 단순한 절차를 통해 접근이 가능했기 때문에 커다란 생태계를 만들어 내는 것에 성공하였습니다.

이제까지 이렇게 강력한 소프트웨어와 컨텐츠 유통채널이 존재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채널은 음악과 소프트웨어에 이어서 책과 디지털 컨텐츠, 더 나아가서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유통까지 장악할 기세입니다.  사용자는 매우 쉽게 언제 어디서나 결재를 하고 구매를 할 수 있으며, 컨텐츠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복잡한 유통에 신경쓸 필요없이 아주 쉽게 전세계 시장을 상대로 자신의 상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정말 대단한 혁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모든 것이 애플의 의도대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언제나 이렇게 강력한 주도세력이 있으면, 그에 대한 대항세력이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특히, 단일시장에 의한 지나치게 비싼 가격과 소비자들의 가치를 훼손하는 정책 등과 같은 부작용이 부각된다면 대체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아이패드에 대항할 수 있는 새로운 컴퓨팅 환경 패러다임의 대체제가 확실히 눈에 보이지 않지만, 올해 연말 즈음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크롬 운영체제 기반의 장비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마켓이 활성화되면서 아이패드-아이폰 라인업에 대항을 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구글의 크롬와 안드로이드는 보다 네트워크와 인터넷에 최적화된 환경을 지원하면서, 아이폰/아이패드가 제공하는 다양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장점을 흡수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거듭하게 될 것입니다.  이들은 연합군을 구성하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제조사들과 통신사들, 그리고 마켓 참여자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소비자들에게는 다양한 선택의 시기가 도래하게 됩니다.

새로운 태블릿 혁명은 이제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쪽이 더욱 큰 주도권을 잡게 될지는 아직 더 두고 봐야 합니다.  현재 기선은 애플이 쥐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는 점과 과거 아이폰의 대성공을 통한 강력한 전세계 수천만 명의 경험이 이들의 무기가 될 것이며, 단일하고도 잘 정제된 서비스 역시 장점이 될 것입니다.  구글을 중심으로 하는 개방형 서비스 마켓의 경우 개방형 시장의 장점을 잘 살려서 최대한 많은 참여자들과 소비자들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지나치게 개방에만 초점을 맞춰서 소비자들이 접근하기에 불편한 시장 및 유통채널 등이 구성이 되고, 제조업체와 통신업체 등의 지나친 차별화 경쟁으로 개발자들이 기기의 성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없는 불량 소프트웨어만 양산하게 되는 구조가 된다면 개방을 하고도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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