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피디아 이미지 - 핸드 워싱(클린징)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손 씻기’ 하나만으로 많은 병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의료진들의 경우 환자들과 자주 접촉하는 만큼 많은 병원에서 의료진의 손 위생 관련 캠페인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캠페인의 성과는 그리 좋지 못해, 병원에서의 손 씻기는 권장되는 바의 절반 정도만이 지켜지고 있다고 한다. 이에 ‘심리학을 이용해서 손을 더 자주 씻게끔 장려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연구자들(Grant& Hofmann)을 소개한다.

연구자들은 손 씻기 장려 문구들이 ‘손 씻기는 당신의 감염 확률을 낮춰 줍니다’ 같이 ‘본인’의 위험이나 이익을 강조하고 있음을 주목했다. 이들은 의료진의 손 씻기 행동을 이끌어 내는 데에는 여타 캠페인 문구들처럼 본인의 이익을 강조하는 것보다 환자의 이익을 강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나는 괜찮을 거야’라는 일종의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복권이나 도박을 자신이 하면 더 잘 될 것이라고 여긴다. 이처럼 타인에게는 안전한 길을 권하지만 자신은 급진적인 길을 택하는 현상을 ‘통제감의 환상(illusion of control, 사람들은 자신의 통제력을 과도하게 자신하는 현상)’이라고 한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통제감의 환상이 의료진들에게도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때문에 자신의 이익을 강조하는 문구는 의료진의 손 씻기 행동을 유도하는 데 별 효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반면, ‘환자들의 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본인에게 하는 것만큼 긍정적으로 판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환자들을 위해 손을 씻으라는 문구가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가설을 세웠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한 병원의 손 씻기용 물 비누에 무작위로 ①손을 씻으시오 ②손 씻기는 당신의 감염 확률을 낮춰줍니다 ③손 씻기는 환자들의 감염 확률을 낮춰줍니다 등 문구 세개를 부착했다. 추측이 옳다면 3번 물비누가 같은 기간 동안 가장 많이 줄어야 한다.

문구 부착 전의 비누 사용량과 문구 부착 후의 비누 사용량을 비교해 보니 실제로 3번 물비누 사용량이 약 50% 증가한 것이 확인됐다.

때로는 자신보다 타인을 위해 더 주의하게 된다는 결과인 셈이다. 물론 의료인이라는 직업적 특성이 더해져 더더욱 이러한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의료인이라는 직업적 특성 때문에 가지고 있는 (의료인이기 때문에 과음, 폭식해도 괜찮을 거야 등과 같은) 통제감의 환상이 환자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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