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의 성급한 임상시험 중간 결과 발표가 임상시험 중단으로 이어지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바로 Contrave라는 비만 치료제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일단 타임라인으로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간략하게 보고 내용을 설명하겠습니다.



Contrave라는 약은 2010년 체중감량 효과를 유명 의학 잡지에 발표하고, 2011년 초에 FDA로부터 비만 치료제 승인에 실패한 이후로 비만 치료제로 승인받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해왔습니다.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볼까요.

  • 2010년 7월
    COR-I trial 결과 Lancet에 발표 : 의학잡지 Lancet에 Contrave를 복용한 사람이 위약을 복용한 사람보다 체중 감소가 크다는 Contrave Obesity Research I (COR-I) 연구 결과가 개재됨

  • 2011년 2월
    FDA에서 승인 거부 : 체중감소에 따른 혈압 강하, 고지혈증 개선 효과가 보이지 않음. FDA는 Contrave의 심혈관 질환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비만 치료제로서의 승인을 거부

  • 2011년 6월
    Contrave Obesity Research (COR)-Diabetes trial 결과 발표 : 당뇨병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Contrave가 체중 감량과 혈당 조절에 도움된다는 연구 결과를 American Diabetes Association2011 Annual Scientific Sessions에서 발표함

  • 2012년 2월 6일
    FDA와 10,000명을 대상으로 심혈관질환 안전성을 알아보는 임상시험 진행에 동의

  • 2012년 5월 14일
    10,000을 대상으로 Contrave의 심혈관질환 위험성을 알아보는 임상시험 LIGHT가 시작

  • 2013년 11월 25일
    제약사에서 Contrave는 심혈관질환 위험성을 높이지 않는다는 임상 시험 중간 결과를 발표함
    이 발표 덕택에 주가는 28% 상승함

  • 2014년 9월 1일
    FDA, Contrave를 비만 치료제로 승인


이런 꾸준한 노력으로 비만 치료제로 승인된 Contrave는 유럽에서도 비만 치료제로 승인받으려는 노력을 계속합니다. 그런데 중간에 엉뚱한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 2015년 3월 15일
    Contrave 임상 시험 결과를 중간 발표
    제약사가 LIGHT 임상시험 대상자 25%의 상태를 중간 검토한 결과, Contrave를 복용하는 사람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성이 40%나 줄어들었다고 발표함.

  • 2015년 3월 26일
    Contrave, 유럽에서 Mysimba라는 이름으로 승인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을 때는 중간에 상황을 점검합니다. 심각한 부작용이 있거나, 약의 효과가 아주 좋아서 가짜 약을 복용하는 사람의 손해가 너무 크면 임상시험을 중단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중간 점검 결과를 발표하려면 임상시험을 관리하는 관계 당국과 집행 운영 위원회와 상의하고, 정식으로 학술 잡지에 발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근데... 이 제약사는 이런 과정 없이 언론에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러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임상시험에 참가하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복용하고 있는 약이 진짜 약인지? 가짜 약인지? 구분할 방법이 없을 테니, 임상시험을 탈퇴하고 약을 처방받는 일이 벌어집니다. 결국, 임상시험을 관리하는 집행 중앙 위원회는 중대한 결정을 내립니다.

  • 2015년 5월 12일
    Contrave 임상 시험 중단 발표
    제약사의 임상시험 중간 결과 발표 이후, 집행 운영 위원회(executive steering committee)에서 공식적으로 임상시험을 중단하기로 결정

  • 2015년 5월 12일
    임상시험 대상자 50%의 중간 결과 재발표
    Contrave의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에 의문을 제기함


LIGHT 임상시험의 집행 운영 위원회 Nissen이 근무하고 있는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는 LIGHT 임상시험 중간 점검 결과를 다시 분석해서 발표합니다. 이번 분석에서 제약사보다 더 많은 임상시험 대상자의 50%가 포함된 분석으로 Contrave를 복용하는 사람의 심혈관질환 발생이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통계학적 의미는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합니다. 더불어 "비밀 유지가 이루어져야 하는 중간 점검 결과를 함부로 발표하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보여주는 사태"라고 평가합니다.

Contrave를 개발한 Orexigen이라는 제약사는 LIGHT 임상시험이 마무리는 되는 2017년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중간 점검 결과를 미리 발표해서 유럽의 비만 치료제 승인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의약품 판매를 촉진할 목적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제약사의 성급한 중간 결과 발표로 2012년부터 진행되던 임상시험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해버렸습니다.

임상시험 중단 사태가 앞으로 Contrave 처방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