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검사를 받을 때 굶고 오라는 얘기를 받은 적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게 혈액 검사였을 수도 있고, 엑스레이나 CT 같은 영상 검사였을 수도 있고, 내시경 검사였을 수도 있다. 어떤 검사는 아침만 굶으라 하고, 어떤 검사는 물은 마셔도 된다고 하고, 어떤 검사는 전날 밤부터 미리 굶으라 하고, 또 어떤 검사는 상관없으니 그냥 먹으라고 하고…….

검사의 종류에 따라 사항이 전부 다른데, 왜 그런 차이가 있는지 간단히 알아보자.

혈액 검사

모든 혈액 검사가 금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요즘 한창 문의해오는 간염 검사의 경우엔 식전이나 식후나 혈중에 간염 항원과 항체의 농도 변화가 없기 때문에 굳이 금식이 필요하지 않다. 금식이 필요한 혈액 검사는 식사를 했을 때 검사 결과가 바뀔 수 있는 경우들인데, 대표적인 것으로 혈당 검사를 들 수 있다. 식사를 하면 혈중에 당 농도는 증가하게 되는데, 어떤 사람이 어떤 음식을 얼마만큼 먹었는가에 따라서 혈당의 상승 정도도 달라져서 그 모든 변수들을 고려해 정상, 비정상을 가르는 기준을 만들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선 공복에 검사를 하고, 필요에 따라서 식후 검사를 추가하기도 한다(식후 혈당 검사는 변수를 최대한 통제하기 위해서 공복 상태에서 일정량의 포도당을 섭취시킨 후 일정 시간이 지나고 다시 측정한다). 물론 식사와 상관없는 혈액 검사를 하는 경우엔 병원에서 굳이 금식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내시경 검사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검사 전에 금식을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금식을 통해서 위를 비워야 시야가 확보된다는 당연한 이유이기도 하고, 검사 도중 구역질이 나와서 음식이 역류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위 내시경의 경우엔 장시간 금식은 필요하지 않고, 검사 직전의 한 끼 정도 금식만 하면 안전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대장 내시경의 경우엔 얘기가 좀 다른데, 한 끼 굶는다고 해서 대장이 싹 비워지는 것이 아니라는 문제가 있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본 사람이라면 그 곤욕스러운 검사 전 처치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장 구석구석을 샅샅이 검사하기 위해서는 정말 ‘노란색 변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 다시 말해 ‘투명한 변이 나올 때까지’ 장을 깨끗이 비워줘야 한다. 만약 준비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시경을 하게 된다면 불완전한 검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곤욕스럽더라도 완벽한 준비를 해가는 것이 좋다.

영상 검사

출처 - 위키피디아


엑스레이, CT, MRI 검사를 할 때는 금식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금식이 필요 없는 경우가 있다. 같은 CT 검사라 하더라도 어떤 경우엔 금식을 하라고 하고, 어떤 때에는 또 상관없다고 해서 헷갈리는 경우가 생기는데 금식이 필요한 경우는 다음과 같다. 먼저 촬영을 할 때 ‘조영제(造影劑)’라는 정맥주사를 맞는 경우이다. 조영제는 혈관을 통해 주사되어서 각 조직으로 퍼지는데, 조영제의 분포 정도를 보고 진단을 내리곤 한다. 그런데 이 ‘조영제’라는 녀석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간혹 있는데, 그중에서도 심한 경우는 쇼크를 일으키기도 한다. 혹시 모르는, 아주 작지만 위험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비해 금식을 하는데,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는 CT를 찍을 때에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이다. 조영제 때문이 아니더라도 식사 전후에 장기의 모양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금식이 필요할 때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쓸개인데, 식사를 하면 쓸개즙이 다 분비되어버려서 쓸개가 쪼그라들게 되고, 쓸개의 내부에 있을 수 있는 병변을 관찰하기 어려워진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검사에 따라 각각 검사 전 전달 사항들이 있는데, 이 모든 것은 사실 병원에서 검사 전에 환자에게 알려줘야만 하는 내용이고, 요즘은 이런 교육 자료도 많이 있는 편이다. 검사 전에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문의를 하는 것이 좋다. 주변에서 비슷한 검사를 받아봤던 사람들의 말을 듣는 것은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니 자제하자. 병원에서 안내해주는 사항을 잘 따를수록 가장 효과적인 검사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작성자 : 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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