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닥터 쿨닥터: 대한민국 멋진 의사 50

굿닥터 쿨닥터: 대한민국 멋진 의사 50


작가 김민아
출판 청년의사
발매 2011.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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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과 시절, 다음과 같은 불평을 늘 달고 다녔었다.
'의사는 모두 똑같이 환자 진료만 해야 하나? 너무 답답해...'

바보 같은 질문처럼 보이지만, 부모님의 의지로 의대에 입학한데다가 평소 가졌던 의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지 못한 채 학교에 다니다 보니, 마음이 불편했고, 위와 같은 질문이 늘 떠나지 않았다. 결국, 이러한 불편함 때문에 동기를 비롯해 공부에도 거리를 두게 되었고, 본과 1학년을 시작하고 얼마 뒤 심신이 지치자 발버둥 한 번 쳐보지도 않고 휴학을 했다. 1년의 세월이 도움 되었을까? 늦었지만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있었고, 새로운 사람(의학전문대학원이 시행된 첫해)과 새 출발 하는 기쁨에 학교도 그럭저럭 잘 다닐 수 있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막연하긴 했지만, '의사가 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의사라는 직업에서 그 당시 내가 찾았던 희망이었던 것 같다. 커리큘럼 중간마다 특강으로 접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선배들의 이야기는 그런 생각에 어느 정도 확신을 주었고, '안되면 마지막엔 의사 짓이라도 할 수 있겠지.'라는 하지 다소 건방진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

지금 공중보건의로 사회에 나와 폭넓은 소식을 접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선배가 사회 곳곳에서 환자를 보는 것 외의 다양한 일을 하고 있음을 알았고, 설령 환자만 보는 의사라고 하더라도 더 나은 의사-환자 관계를 꿈꾸며 갖은 시도를 하는 선배들의 모습은, 과거 암울하고 무채색으로만 느껴지던 의사로서의 삶에 긴장과 생기를 불어넣어 줬다.

이번에 나온 "굿닥터 쿨닥터"는 그러한 점에서 내게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책이었다. 청년의사의 김민아 기자가 수년 동안 인터뷰했던 독특한 이력의 의사 수백 명 중 50명을 고르고 골라 책으로 엮은 것인데, 쉽게 만나기 어려운 선배들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라는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안병은 선생님부터 마종기 시인까지 어쩌면 이렇게 열린 생각을 하고 독특한 일을 할 수 있는지 책을 읽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떤 사연에서는 가슴이 따뜻해지기도 했고, 재미있기도 했으며, 한없이 부럽기도 했고, 때론 영감을 얻기도 했다.

마지막, 책을 덮으며 50명의 선생님에게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사소한 일이라도 그 사소함을 눈여겨보고,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열정을 다해 행동에 옮겼다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나를 비롯해)이 살면서 세상의 모순점이나 문제점, 불편함을 종종 발견한다. 하지만, 대다수는 무시하거나 참고 지내고, 불평만 할 뿐 바꾸거나 바로 잡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왜냐, 그게 편하고 쉬우니까... 하지만, 이렇게 지내기 때문에 사는 것이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이 아닐까?

의사는 그 자체로도 전문적이지만, 더 노력해 알파를 더하면 세상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력은 훨씬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플러스알파는 더욱 정성스럽게 환자를 보는 의사 본연의 일일 수도 있고, 봉사나 사회 운동일 수도 있으며, 기업 운영이나 예술일 수도 있다. 정말 무궁무진하다.

아무 생각 없이 의대에 들어와 절망했지만, 알파에서 희망을 찾았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은 언젠가 나도 후배들에게 멋진 삶의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기를 꿈꾸고 있다.

새로운 길을 낸 선배 선생님들께 경의를 표하고, 이 책을 엮기 위해 수년간 뛰어다닌 김민아 기자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 책은 이번 5회 메청캠프에서 기념품으로 받았고, 책에 소개된 안병은, 곽병은, 이화영 선생님도 이번 메청캠을 통해 직접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마종기, 박경희, 이수현 선생님은 책으로 만나 봤으며, 정지훈, 김승범, 최충언 선생님은 오프라인에서 잠깐 인사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양광모 선생님과는 지금 함께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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