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의 두통을 뒤로하고, 오늘 아침은 별일 없는 아침이었다. 다만, 안개가 조금 끼어 있는 아침이었을 뿐, 옷을 챙겨입고 빨래더미를 등에이고 내려가는 길이었다. 내려가고 있는데 어떤 여인이 물어본다. 자신의 발을 가리키면서, 도와달라고, 출근길이었기에 센터로 오라고 했다. 과연 올까? 라는 의문과 함께

센터에서 진료를 보는데 아까 그 여인이 들어왔다. 발을 가리키면서, 무슨 상처인가 하고 봤다. 그리고 차트를 보니 몇 주 전부터 계속 발에 있는 욕창 비슷한 피부병으로 고생했던 환자다. 곰팡이 감염 같다. 물론 HIV/AIDS(+) 환자이고, 센터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항-진균제 크림을 다 써본 거 같다. 이제 남은 것은 한국에서 가져온 단 한 종류. 이 정도로 많이 진균 크림을 발랐는데도 낫지 않는다니, 사실 진균 감염의 치료는 경구용 제제가 우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렇게 낫지 않는 경우는 처음인데, HIV 환자라서 그런 건가? CD4+는 그렇게 낮지도 않은데..

마지막 남은 한국에서 가져온 진균 크림을 줬다. 이것마저 들지 않는 다면 별다른 방법은 없는 듯하다. 그리고 우선 기본 위생관리를 위해, 비누를 하나 줬다. 내가 가지고 있는 마지막 비누인데, 뭐, 다음에 읍내 나가면 사와야지. 발을 매일 깨끗이 씻고 그 위에 진균 크림을 바르지 않는다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들었다.

아프리카에는 진균(곰팡이) 감염이 참 많다.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도장빵이라고 불리는 ring-worm 환자도 많고, 스와지랜드는 전 세계에서 탑클래스에 속하는 국민 에이즈 감염 비율을 가지고 있기에, 에이즈에 의한 합병증도 많다. 그럼에도 경구용 제제 등을 사용하기가 어렵다. 아니 구하기가 어렵다. 나중에 한국에 들어가면, 돈을 모으든, 사람을 모으든 경구용 항진균제를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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