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소에 한 할머니가 들어오셨다. 근데 남과 조금 다르다. 이곳 사람들과는 다른 팔찌를 양쪽에 수북이 하고 있었다. 한쪽 팔에만 한 20개쯤 되었을까? 색색별로 되어 있다. 검은색도 있고 흰색도 있고 뼈로 만들어진 것도 있다. 그리고 팔찌의 가운데는 흰색 선이 그어져 있다. 같게. 보통 이 동네 사람들은 팔찌라는 장신구를 안 하는 것에 비해서 무언가 다르다. 좀 더 중앙아프리카나 서아프리카에 가까운 느낌이랄까? 이곳 옷의 기본이 되는 천도 다르다. 이 색과 패턴은 동네에서 찾아볼 수 없는 패턴이다. 아마 나이지리아산으로 보인다. 스와지에서 나이지리아산 천으로 옷을 해 입은 사람이라니? 게다가 옷에는 드래곤볼의 기뉴특전대처럼 보이는 어깨 장식도 보인다. 귀에는 오랜 세월 동안 해서 늘어질 때로 늘어진 피어싱이 나타났다. 목에는 다섯 개쯤 되는 목걸이와 가운데 뼈로 만들어진 장신구들이 보인다. 무언가 이 할머니, 남과 다르다.

같이 진료소를 담당하는 교무님이 말 하신다.

"이 선생, 저 할머니 뭔가 다르지 않아요?"
"정말 멋쟁이 같은데요? 팔찌도 많고, 목걸이도 있고 옷도 다르고요."
"그거 말고 다른 거 느껴지는 것은 없어요?"
"글쎄요, 무언가 다른 거 같은데 멋쟁이 같다는 거 빼고는 모르겠어요"
"샤면이에요 샤면. 전통 주술의사.."
"네? 전통 주술의사가 진료소에 온다고요?!?!?"
"현지인들이 전통 의사한테 가서 치료받고 하는데, 전통 의사는 우리한테 와요, 왜 본인은 치료 못하냐고 물어보면, 주술사는 자기는 치료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충격과 공포였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자기 자신을 치료하지 못하는 주술사라니, 게다가 주술사의 증상은 허리 통증, 무릎 통증, 감기, 콧물, 발열이었다. 노화로 말미암은 골관절염과 날씨 탓인 감기인데, 그것을 치료 못 하고 진료소에 오는 주술사라니. 왜인지 더 잘해드리고 싶었다. 종종 주술사의 잘못된 치료방법 등으로, 눈 등을 뽑힐 뻔 한 환자도 오곤 하는데, 그 주술사는 아니겠지라는 믿음을 강제로 가졌다. 그럼에도 환자는 환자니까. 그렇겠지?

종일 아이폰을 붙잡고 트위터만 해대는 나 자신을 비난하며, 아이폰의 전원을 4%로 만들어 놓고, 샤워를 끝내고 바람을 쐬면서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센터 문은 닫혀 있는데, 문을 열고 50대 중반의 아주머니, 그리고 10대 후반의 아이, 그리고 그의 동생으로 추정되는 꼬마와 아주머니가 들고 있는 흰색 천이 보인다.

'아이가 온 건가? 어지간히 아프지 않고서는 진료 시간대에 오는데, 응급인가? 쉬기는 글렀 나보다.'라는 생각을 하며 달려갔다. 아이는 지난주 토요일에 태어난 신생아. '소아는 어렵고 신생아는 더 어려운데....' 그리고 10대 후반의 아이는 출산한 지 3일밖에 안 된 산모. 아주머니가 아이를 보여줬다. 손이 이상하단다. 자세히 보니까 다지증이다. 이제 내가 모르는 병으로 넘어와 버렸다.

아이폰의 전원은 3%를 남기고 있었다. 그래 나에겐 트위터가 있어! 라며 트위터에 이런저런 것을 올렸다. 다행히 팔로워분 중에 성형외과 전문의 선생님께서 계셔서 연락을 드렸다. 마지막 새끼손가락 바깥 쪽으로 손가락이 있다. 손가락 끝에는 손톱과 뼈는 있는 듯해 보이지만 그 아래 손바닥과의 연결 부위는 인대나 뼈 같은 것은 없이 soft tissue 등으로 보인다. 라고.

다행히도 바로 연락을 주셨다.

선생님의 추정 진단명은 'Ulnar polydactyly type I' 그리고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교과서의 사진과 구글링 결과의 설명 등을 보니 일치해 보인다. 다행히 환자는 내일 아침에 오라고 돌려보낸 상태, 선생님에게 치료법 등을 듣고, 앞으로의 처치 방향도 들었다. 아. 이것이 진정 GP의 길이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동반 기형은 흑인에게서는 없다고 나와 있다. 그리고 치료법 또한 인대나 뼈 등이 pedicle에 없는 관계로 그리 어렵지 않고, 조금 시간을 두고 치료하면 되는 듯했다. 다행이다. 다른 기형은 없고, 그렇게 고통스럽거나 힘든 치료법이 아니라서. 문제는 이 환자들이 F/U(추적관찰)이 가능할까이다.

사실 아프리카 이곳으로 온 것이 국제보건에 있어서 여러 스펙트럼을 경험하고자 온 것인데, 어느 순간 이곳의 임상을 즐기고 있다. 묘한 기분이다.

ps: 트위터를 통해서 정신없는 의료자문에도 답변해주시고 신경 써 주신, 포천에서 공보의 중이신 성형외과 전문의 조 선생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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