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odlouse
photo by Woodlouse from flickr

비가 온다. 온종일. 폭우는 아니고 보슬보슬 내리는 보슬비. 그러다 보니 환자가 없다. 오전에 채 10명이 오지 않았던 듯? 한국에서 쓰던 병원에서의 속담 '유비무환'이라는 말이 적용되는 날이다.

며칠 전 발뒤꿈치를 다쳐서 온 아이가 또 왔다. 아무래도 그때 충분히 irrigation을 안 한듯해서 물로 충분히 씻어주고, 소독하고 드레싱 해줬다. 근데 그 드레싱해 준 붕대를 풀기 전에,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꼇다. 물론 5살 먹은 아이가 발뒤꿈치를 다쳤을 때부터 눈치챘어야 했던 것이지만, 이 아이는 신발을 신지 않는다. 게다가 이제 상처부위에 충분하게 상처를 보호해줄 만한 붕대가 감기고 나디 더 뛰어다니는 듯했다. 물론 자기 발은 편하겠지만, 붕대를 풀을 때 느껴지는 고름들.. 이 보이니 기분이 묘해진다. 아이 어머니에게 말했다. 아이가 움직이지 못 하도록 하던지(이것은 불가능하고), 아니면 아이에게 신발을 신기라고. 이야기했다.

신발. 어떻게 보면 문명화(라고 쓰고 서구화 라고 읽는다)된 사회의 사람들은 다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문명화되지 못 한(이라고 쓰고, 자신의 전통을 지키고 있는 곳)에서는 신발이 흔하지 않다. 문제는 그것이다. 신발을 신지 않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들의 환경은 신발을 있어야 하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깨진 유리와 날카로운 금속물질이 땅바닥에 없는 그런 세계라면 신발이 굳이 필요하지 않는데, 또 그러한 상황이고 모든 사람이 신발을 신지 않는다면, 다들 땅바닥을 깨끗하게 하고 다닐 터인데, 그런 상황이 아닌 곳.

어설프게 서구화되어 있기에 깨진 유리와 날카로운 금속 물질이 있고, 흔히 어른 또는 기득권 사람들은 신발을 신고 다니기에 땅의 건강이나 땅의 위생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아이들 또는 소외된 사람들의 발은 항상 다치기만 한다. 정말 월드비전이 하는 것처럼 무료 신발 보급 (음 이것보다는 저가에 안전한 신발보급)을 해야 하는 것인가?

한국에서는 기본적으로 생각하던. 맑은 물, 전기, 신발과 유엔이 인정한 인간의 기본권인 인터넷 접속 등이 새삼 귀하게 느껴지는 동네다.

이곳은 의과대학이 없는 나라이으로 대부분의 의사를 수입(?!)해서 고용하고 있는데, 또 하나의 부류는 치과의사다. 하지만 전 세계 어디에서든지 치과의사들은 귀하기(?!?) 때문에 이곳에서도 매우 드문데 그렇기에 치열교정이나 하악수술 같은 것은 엄두도 못하고, 일반적인 충치치료도 힘든 상황이다. 그러기에 환자들이 치통으로오면 난감하다. 단지 내가 아는 치통에 대한 것은, 아나프록스가 잘 든다는 사실 하나뿐인데.

7년 전 남아공에 있었던 한 Base에서는 Introductory Primary Health Care라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기본적인 의료 훈련 등을 가르치고 무의촌 등으로 사람을 보냈었는데, 내 기억으로는 기본적인 suture 기술과 그리고 마취-발치 등의 기술도 가르쳤던것 같다. 새삼. 그 당시 꼬꼬마 예과 시절에는 그런 것들은 너무 심한 월권(?!) 행위가 아니냐고 생각했었지만, 실제 이 동네에 살다 보니 그런 기술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참 의사들이 없고, 있다 하더라도 그 의사에게 주어지는 전방위 진료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교육배경이었다.

다행히도 비가 온다. 비가 오고 물통이 차면 좀 나아지겠지. 동네 사람들은 좋아한다. 이제 씻을 수 있다고, 지나가 다 고인 물을 보니 노랗게 물웅덩이 주변에 꽃가루 등이 뭉쳐 있다. 이곳에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깜박했다. 봄이 오고 있다. 확실히, 그리고 알레르기 환자들도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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