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는 '지역의 공중보건 향상 및 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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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가 진료비가 싸다는 이야기를 하는 환자가 부쩍 늘고 있다.  개인의원에서 처방전만 가지고 와서 그대로 보건소에서 처방해 달라고 요구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환자가 보건소가 진료비가 싸서, 보건소 오는 건데 무슨 문제냐?  개인의 자유 아니냐?'라고 반문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환자가 보건소로 몰리는 것이 보건소 취지에는 맞지 않아 보인다.  

보건소는 '지역의 공중보건 향상 및 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다.

 병을 고치지 못하면 큰 인적 손실과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국가는 국민의 복지를 향상하고 국력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보건소 같은 공공기관이 필요하다.  여기서 보건소가 어떤 기관인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보건소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알아보겠다.  우리나라는 급격히 발전해 오면서 '지역의 공중보건 향상 및 증진을 도모'한다는 큰 목적은 변하지 않았으나, 시기마다 보건소가 맡았던 역할도 조금씩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광복 이후 미 군정이 실시 되었을 때, 미군은 한국의 보건위생상태가 열악한 것을 보고 대대적인 보수에 들어갔다.  이때는 군사적 필요에 의해서 미국이 한국의 보건위생을 올렸다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전쟁 후에는 엄청난 복구비용이 발생한다.  한국정부는 도로 등 다른 사회간접자본에 드는 비용 때문에 보건 위생 문제를 한동안 뒷전으로 미루어 두었다가 1960년대부터 <보건소법>을 전면 개정하고 전국에 보건소를 설치하기 시작- 현 보건소 시스템의 뿌리를 만들었다.

이후, 1976년에 <보건소법시행령>을 개정하여 한국 보건소 시스템이 정착단계에 이르렀다.  그 이후 보건소는 각 지역 상황에 맞게 특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한국에서 보건소의 대략적인 발전과정이 이렇다.  보건소는 결국 의료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로 보면서 생긴 기관이다.  지금까지 보건소는 잘해온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틱하게 낮아진 영아 사망률과 감염병의 감소 등 칭찬할 거리가 아주 많다.  어쩌면 국민의 보건 수준은 선진국의 그것과 대등하게 올라왔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어떤 상황이 발생하느냐면, 굳이 보건소에서 다룰 필요가 없어 보이는 개인적인 의료문제까지 보건소에서 다룬다는 것이다.  이는 보건소의 본래 목적과 맞지 않다는 점, 그리고 충분치 않으므로 꼭 필요한 데 써야 하는 국민의 세금을 필요없는 데까지 쓰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보건소에 환자가 오면, 진료와 처방에 드는 비용이 500원이다. 개인의원이 약 3,000원 정도를 받는다.  보건소든 개인 의원이든 정부에서 비용을 정해놓아 비용은 바꿀 수가 없다.  이는 환자들에게 개인의원 대신 보건소로 가라고 정부가 유인하는 꼴이다.  이 꼴이 뭐가 못생겼나 하면,

'개인의원에서 경제적으로 충분히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까지 보건소를 찾게 된다.'라는 것이다..

1950년대 이후, 보건소의 '진료'는 지역적으로 민간의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오지나, 경제적인 상황이 여의치 않아 섣불리 병원을 가지 못하는 저소득층에 진료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해 진료를 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 자가 진료와 처방에 드는 돈이 500원밖에 안 된다고 해서 보건소를 이용하게 되는 상황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 상황은 사실 한국의 의료시스템과도 관계가 있다.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공무원 신분이 아닌 민간의사가 의료의 80% 정도를 공급하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완전히 '시장'에 의료를 맡긴 것은 아니다.  민간의료에 전 국민 건강보험이라는 제도를 가미하여, 의료 서비스 가격을 정하고, 그 가격의 일정 부분은 환자에게 받고, 일정 부분은 국가에서 받는다.  진료 및 처방료가 500원이기 때문에 보건소를 찾는 환자는 어디서 왔을까...당연히 개인의원 다니는 환자들이 보건소로 온 것이다.  

정부가 이렇게 '세팅'해 놓고 공공의료서비스가 민간의료서비스를 잡아먹게 하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는가?  게다가 진료 및 처방료 가격까지 정부가 정해 놨다.  이건 정부가 나서서 팔 걷어붙이고 환자들에게 의원 가지 말고 보건소 오라고 하는 꼴이다. 그렇게 저소득층도 아니요, 주변에 의원 병원 많은 데도 '가격에 민감한' 환자들은 보건소에 오기로 했다.  그리고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공공 재원은 구멍 난 기름통처럼 줄줄 새고 있는 것이다.
 
보건소에서 민간과 경쟁하는 진료 영역까지 계속 확장해야할까?

보건소 진료는 지역적으로 민간 의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오지나, 경제적인 상황이 여의치 않아 섣불리 병원을 가지 못하는 저소득층에 진료 서비스를 공급하는 경우에만 허용하자.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진료 및 처방료를 민간의료와 똑같게 해야 맞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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